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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북 압박 중단하라
미국이 진짜 일진이다

12월 14일 북한 국방과학원은 전날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12월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국방과학원 발표를 보면,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과 관련된 시험이었다.

북한 김정은 정부가 머지 않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정부는 연말까지 미국이 대북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밝혀 왔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거듭하자 12월 12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정찰기를 다시 한반도로 보냈다. 14일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는 북한 ICBM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면서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칭했다. “불량 국가”는 “정권 교체”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으로 북한 정부로선 반발할 만한 표현이다.

어느 국가가 정말 “불량 국가”인가?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자해 행위”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이 미국의 거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말이다.

언뜻 보면 현 상황이 미국과 북한이 똑같이 “강 대 강” 대치 양상처럼 보인다. 이런 시각에서는 16일 미국 대북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화답하지 않은 것이 크게 아쉬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ICBM 발사 움직임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 훨씬 큰 문제다.

2018년 봄 이후 남·북/북·미 정상회담들이 열리면서, 북한은 대화를 위한 선제 조처들을 단행했다.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중단했고,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쇄했다. 동창리 발사장도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약속했다.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은 달랐다. 12월 8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북·미 간에 “적대감이 약간 있다”고 했는데, 그 적대감은 상당 부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행동과 관련 있다. 우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조처는 완화되기는커녕 정상회담 전후로 계속 강화돼 왔다.

2월 29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부는 대북 제재 전체가 아니라 ‘2016~2017년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추가된 제재 중 일부만을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조차도 거절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국의 태도는 여전하다. 대북 제재가 평범한 북한 주민의 삶을 상당히 옥죌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12월 17일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자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다. 미국은 이 초안을 즉각 거절했다.(이처럼 북한 ICBM 발사는 한반도 주변 열강의 갈등과 긴밀히 얽힌 문제다.)

문재인 정부도 그동안 미국의 제재 강화 노선을 거스르지 않았다. 국제 대북 제재에 어긋나는 일은 그것이 남북 합의 사항일지라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관광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하고 인정하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계속 소극적이었다. 결국 북한 정부는 금강산 내 남한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대북 군사 압박도 지속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8월 중순에 실시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는 “수복 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 등을 수행하는 ‘안정화 작전’”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사실상 ‘북한 점령’ 훈련이었다.

그래서 문재인이 광복절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평화경제’를 강조하자 북한 당국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웃은 것이다.

11월 15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확장 핵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핵무기를 동원한 대북 핵위협 태세를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은 지난해 평양에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겸연쩍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2020년 국방예산은 처음으로 50조 원이 넘었다. 여기에는 F-35A, 글로벌 호크 같은 첨단무기 체계를 구축하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무기 체계는 모두 한국군의 북한 선제 타격 능력을 키울 것이다.

“북이 올해 들어 10번 넘게 단거리 미사일이나 방사포 시험한 것만 나무라기에는 낯부끄럽다”는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의 비판이 타당한 까닭이다.

최대 압박의 효과?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덕분에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해 왔다.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은 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지를 이끌어 냈다면서 말이다. “최대 압박”이 초래한 2017년 “화염과 분노” 상황을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합리화는 지금도 나온다. 12월 5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항공모함들을 보내는 무력 과시 및 신중한 무력의 적용으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마련할 수 있었다.”

트럼프와 미국 정부 관료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를 적어도 완화할 기회가 분명 있었지만 그 기회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반면 제재와 군사 압박에 시달리는 북한은 “우리에겐 시간이 중요하다”(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옆에서 나지막이 한 말) 하고 강조해 왔다.

북한은 올 봄부터 “연말”이라는 시한을 제시했다. 이를 무시하고 기존 태도를 고수한 쪽은 미국이었다.

결국 북한 김정은 정부는 다시 미사일 발사 카드를 꺼냈다. 한편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여전히 원한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말이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아 북한이 끝내 ICBM 발사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할 수도 있다. 그러면 긴장이 한동안 높아질 것이다.

물론, 그러면 한반도가 즉시 심각한 위기에 휩싸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긴장 고조와 대화 재개가 갈마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미·중·러의 전략 폭격기들이 한반도 주변 하늘에서 경쟁하고, 이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은 상대방을 겨냥해 각각의 지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진짜 좋게 다져 놓으려 애쓴 관계는 한·미·일 동맹이었다. 트럼프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하면서 중국과 북한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대한 대처를 그 명분으로 삼았음을 상기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는 제국주의적 경쟁이 초래하는 불안정과 위험을 경고하고, 미래에 한반도 상황이 악화될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