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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노동당은 왜 졌는가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졌다. 노동당이 우세한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브렉시트 문제에서 노동당이 자신들을 배신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3년 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었다. (노동당이 잃은 60석 가운데 52석은 2016년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 투표자가 더 많았던 선거구에서 잃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노동당 득표는 8퍼센트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브렉시트 여론이 강한 선거구에서는 10퍼센트포인트 이상 줄었다.

총선 전날(12월 11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유세하는 제러미 코빈 ⓒ출처 제러미 코빈(플리커)

선거 당일 여론조사를 보면,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에 투표하고 2017년 총선에서 노동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4분의 1이 [“브렉시트 완수”를 내건] 보수당이나 브렉시트당에 투표했다.

유럽연합 잔류 지지로 노동당을 떠미는 데 일조한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 존 맥도넬도 “이번 패배는 브렉시트 때문이다” 하고 인정했다.

맥도넬은 “이 재앙은 내 탓이다”라고도 말했다.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선거 사흘 뒤에 발표한 글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실업과 불평등 때문에 브렉시트에 투표한 유권자들이 노동당에 등을 돌렸다고 썼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최상위 부자들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더 커졌다.

“경제와 정치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며 다수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나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몰락한 산업단지에서 이를 가장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런 곳들은 지난 40년 동안 지역사회와 일자리의 고의적 파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런 곳에서 2016년 국민투표와 — 노동당에게는 안타깝게도 — 이번 총선에서 가장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더 급진적이고 희망적인 정치를 위한 기회가 있음을 뜻하”며, 노동당의 다른 좌파적 정책은 “논쟁에서 승리했다.”

노동당 우파는 이 글에 분개했다. 그들은 여전히 노동당이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길 바란다.

노동당이 선거에서 지기가 무섭게 노동당 우파는 유권자들이 코빈과 그의 좌파적 정책에 반대하며 투표했다고 우겼다.

노동당 우파인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제러미 코빈 지도부는 영국인에게 지독히 인기가 없었”으며, 이는 “정부 운영을 맡길 만큼 신뢰성과 설득력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칸은 앞으로도 브렉시트를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당이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길 바랐으며 11월에 노동당 부대표에서 사퇴한 톰 왓슨은 노동당의 좌파적 공약을 비난했다.

저술가 폴 메이슨 같은 좌파연하는 자들도 이런 주장을 거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흘 후 메이슨은 노동당이 진작에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고 코빈을 제거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메이슨은 “국가 안보,” “범죄,”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우파적 정책을 지지했다면 브렉시트 지지 유권자를 묶어 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번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의 좌파적 정책들이 인기를 끌었음이 드러났다.

코빈이 지도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한 응답자 압도 다수는 코빈이 브렉시트 문제에서 유약하다고 봤다.

1월 유고브 조사를 보면, 2017년 총선에서 코빈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지지하지 않은 응답자의 압도 다수는 브렉시트 문제에서 노동당이 보인 태도 때문에 등을 돌렸다고 했다.

코빈이 트라이던트 핵무기 증강을 비판했다거나 그의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그를 반대한 사람은 소수였다.

2017년과 2019년 총선이 핵심적으로 달랐던 점은 노동당이 오른쪽 압력에 밀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인정하던 기존 당론에서 멀어지고 제2 국민투표 쪽으로 가까워진 데에 있다. 이것은 재앙으로 드러났다.

‘민의’를 들먹이며 재결집 시도하는 노동당 우파

코빈을 대신할 노동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노동당을 오른쪽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많은 당 대표 후보들은 노동당이 노동계급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우파적 정책을 채택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우파가 차기 대표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은 평의원 제스 필립스일 듯하다. 필립스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은 “노동계급 유권자와 다시 이어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썼다.

필립스는 “내 생각을 입 밖에 내기 두려워한 적이 없다”고 썼지만, “노동계급 유권자와 다시 이어진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필립스는 “뭔가 다른 걸 시도”하고 “우리 당과 노동계급 지역사회의 미래에 대해 어려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썼을 뿐이다.

이는 필립스에게 대체로 우경화를 뜻한다.

[2015년] 필립스는 좌파연하는 저술가 오언 존스와 정답게 인터뷰하며, 경찰에게 “사살”을 허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코빈의 입장이 당에 “해롭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위험 인물의 머리통을 쏘겠다. 지체 없이. 10발을 박겠다” 같은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한다”며 그것은 “소통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잠재적 당 대표 후보는 리사 낸디다.

온건 좌파 의원인 낸디는 2016년 코빈을 대표직에서 몰아내려고 예비내각 성원들이 집단 사퇴할 때 거기에 동참했다.

낸디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당은 우리 말에 귀기울이지 않은 지 오래다”라는 말을 위건 등지에서 만난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 들었다고 썼다.

낸디는 “노동당이 대변하려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어떻게 사는지를 노동당이 모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런던 바깥에서 양질 일자리의 가장 좋은 원천인 핵 발전소를 정말 거부해야 할까?” 하고 묻는다.

낸디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노동당은] 이주민 유입이 어디에 타격을 줬는지에 대해 솔직해야 하고, 강력한 일자리 보호 정책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낸디는 노동당이 “이주민과 시민을 이간질하는 체제에 반대해야 한다”면서도, 이주민과 난민을 어디에 머무르게 할지 등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현 노동당 지도부와 노동당 좌파들은 리베카 롱-베일리를 코빈의 후임으로 밀 듯하다.

노동당 좌파는 노동계급을 달래거나 당을 단결시키기 위해 우파적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당 좌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선거 패배에는 노동당 좌파의 책임도 있다.

2017년 총선 이래 노동당 좌파는 더 전문적으로 보이는 방법으로 좌파적 정책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

2017년 코빈이 약진하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한 대중 집회가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는 사라졌다. 노동당 좌파 단체 모멘텀은 가가호호 방문과 소셜미디어에 치중했다. 코빈 덕분에 사회주의 사상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지만, 노조 지도자와 많은 활동가들은 선거 성과만 바라봤다.

대형 노조 집회나 당원 집회도 없었고, 파업을 고무하는 움직임도 없었다. 보수당의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조차 의회 바깥은 조용했다.

결국, 의회가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를 의회 정치에 종속시키는 노동당 정치가 문제다. 노동당과 그 내부 투쟁 이상을 보지 못하는 세계관에 갇히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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