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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장근로 인가 2년 새 52배 증가
여기에 인가 사유까지 더 늘리겠다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담은 시행규칙이 1월 말 공포될 예정이다. 이 시행규칙 개정안은 1월 22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법제처 심사를 통과했다. 노동부 장관이 공포만 하면 곧바로 시행되므로, 노동계가 공포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래는 본지가 지난해(2019년) 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비판하며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이다.

정부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보완책”을 시행키로 한 내년 1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1년 연기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해 전 사업장에 적용하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이 같은 조처가 노동시간 규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사실 왜곡”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특히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더라도 추가 연장근로시간을 1주 8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이며,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치도록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예고된 개악이 특별연장근로의 허용 기준을 ‘재난 대처’에서 ‘경영상 필요’로 대폭 늘린다는 점에서 정부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노동부가 제시한 허용 기준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촉박한 납기일, 마감 임박 업무, 공사 기간 지연, 설비·기계 고장, 대량 리콜, 부품소재 산업의 연구개발 등이 포함된다. 어느 사업장에서나 수시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로 둔갑한 것이다.

당장에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분야는 지난해 노동시간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됐다. 그런데 1년 반 만에 다시 후퇴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이 넓어지면, 신제품 출시나 프로그램 업데이트, 서버 이상이나 관리 등을 명분으로 다시 1주 10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이 부활할 수 있다.

최근 한 게임회사에서 96시간 연속 근무로 쓰러진 노동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 등 노조들이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이다.

파괴적 효과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공격해 온 지난 2년여간 이미 특별연장근로가 크게 늘어 왔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특별연장근로가 인정된 경우는 787건이나 됐다. 2017년에는 15건에 불과했는데, 2년 사이 무려 52.4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정부가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를 촉진한다며 이 분야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올해 8월부터 증가세가 빨라졌다. 연말까지 그 수치는 더 크게 늘었을 공산이 크다.

심지어 정부 부처·공공기관들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는 경우도 늘었다. 정부가 인가 사유를 늘리는 개악까지 강행하면 전 산업 분야에서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파괴적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현행 법률상 특별연장근로는 허용 기간과 연장근로 시간에 대한 제한 규정도 없다. 노동부는 내부적으로 허용 기간을 1개월이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지만, 이미 부품소재 산업 등에 대해서는 3개월까지 인정하고 있다. 기간 연장을 제한하는 강제 규정도 없다.

노동부는 연장근로 시간을 1주 8시간 이내로 제한하겠다지만, 이미 한국의 노동자들은 너무 오랜 시간 일하고 있다. 더구나 노동부는 이미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

가령,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테스트 작업 등에 대해 1주 15~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했다. 어떤 기업은 태풍 대비를 위한 비상근무를 이유로 1주 102시간 동안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노동부는 그동안 재해·재난 사고 발생 시 대처를 위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는데, 사전 대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도 무려 50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승인한 것이다.

“노동자 동의” 규정에 방심 말아야

양대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되돌리기를 맹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 장관 퇴진을 요구로 내걸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내년 초에 전열을 가다듬어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에 대해서는 법률적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월 1일 시행이 예고된 당면 개악을 저지하기에는 무기력하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요구하는 재계와 정부의 지속 개악 의지 등을 볼 때, 더한층의 개악에 맞서는 데서도 부족하다.

적잖은 사람들은 현행법상 특별연장근로 신청 시 “노동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잘 조직된 노조들은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 대해서도 그런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 노조들이 단체협약과 조직력을 통해 조건을 지킬 수 있더라도, 미조직·비정규직, 취약노조 등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 공격을 받으면, 그것이 다시 조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압박하는 것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잘 조직된 노조들이라고 결코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개악을 지속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 노동운동의 대응도 단호하고 집요하게 확대·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