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위기 속에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4대보험 체불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한 발표를 보면, 2019년 8월 현재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 업체의 4대 보험 체납액이 1380억 원이나 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전남서남지역지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 기자회견)

이 중 노동자들에게 걷은 700억 원을 하청업체 사장들이 유용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험료를 체납한 하청업체가 폐업하는 일이 꽤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체납 문제를 해결할 길이 사실상 없다. 결국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노동자들은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고 은행에서 대출하기도 어려워진다.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대출도 받지 못해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조선업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2016년부터 하청 업체들의 4대 보험 체납에 따르는 처분을 유예하면서 문제가 더 심화됐다. 정부가 보험료 체납 제도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저항

이 속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월급이 반만 나왔는데 한달치 다 떼간 세금은 내지도 않고 … [그 돈을] 사장의 은행 대출금 상환에 썼다는 얘길 들으니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대우조선의 하청업체 삼광PNC 소속의 ‘터치 업’(선박에 붓으로 페인트 칠을 하는 일) 작업을 하는 하청 노동자 50여 명은 임금 50퍼센트 체불과 4대 보험료 체납에 항의해 투쟁했다. 특히 이 노동자의 다수는 여성이었다.

노동자들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지회)에 가입하고, 11월 20일부터 12월 8일까지 2주 가량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마자 하청업체 사측은 즉각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왔다. 다만, 삼광PNC 노동자 전체(250명)가 아니라 파업에 참가한 50여 명에게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다 같이 이 안에 대해 토론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 사측의 안을 거부하고 250명 전원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결국 사측이 체불임금을 전원에게 지급하기로 했지만, 노동자들은 투쟁을 중단하지 않았다. 보험료 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싸우기로 결정했다.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원청을 상대로 협력업체 지원 부서가 있는 건물로 쳐들어가 항의 집회를 하고, 공장 안을 행진하며 기세 좋게 싸웠다.  

“매일 아침마다 사측이 노동자들을 막아 서서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원청 협력업체 지원부서가 있는 건물 로비로] 뚫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매일 하니까 사측이 점차 포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공장 안에서 선전전과 행진을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호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많은 파업 노동자들이 2도크에서 일하는데, 1도크에서 행진하고 반응이 좋으니까 2도크도 가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행진을 더 했습니다.”(거통고지회 유최안 사무장)

노동자들의 파업은 배 건조를 지연시켜서 사측에게 어느 정도 타격도 입혔다고 한다.

결국 파업 2주 만에 노동자들은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하청업체 사측은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7개월간 밀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리고 9개월이 밀린 다른 보험료도 순차적으로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

50여 명이 단호하게 싸워 250명의 임금, 보험료 체불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쌓아 온 자신감

이번에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2019년 한 해 동안 활발했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투쟁 속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듯하다. 지난해 3월 파워공 노동자 수백 명이 그동안 삭감된 임금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며 2주간 파업해 성과를 냈다. 5월에는 2500여 명이 대규모 집회와 행진으로 미지급된 성과금을 받아 냈다. 삼광PNC 터치업 노동자 50여 명도 이 투쟁에 참가했다고 한다.

흔히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너무 불안한 고용 조건 때문에 투쟁과 조직화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줬다. 2020년 새해에도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