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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성명
미국의 이란 공격 반대한다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 파병 말라

0.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승인 아래 미군이 이란 최고 사령관을 표적 살해했다. 이 위험천만한 도발로 중동 일대가 전운에 휩싸여 있다.

우리는 솔레이마니 암살과 그 이후에 벌어질 모든 공격을 규탄하며, 이란을 상대로 한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

1.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전면전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 그리고 유엔 등이 미국의 전쟁에 동의하지 않아서, 전면전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위해서 일방적으로 전쟁을 감행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그랬다. (미국과 이란을 중재한다는 유럽 강대국들도 중동 불안정과 전쟁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중동 패권이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 있다.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고자 몸부림쳐 왔고, 결국 그 과정에서 트럼프가 이번에 위험한 도박을 건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동의 상황이 꾸준히 악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키우면서도 “전쟁을 하려는 건 아니다” 하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후유증, 중국 견제 필요성 때문에 트럼프도 중동에서 새롭게 전쟁을 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는 중동 패권을 위해 이란을 견제하는 위험한 선택을 거듭해 왔다. 그래서 상황은 미국이 이란 폭격 계획을 실행 직전까지 밀어붙이고,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등 응전에 응전을 거듭하며 악화돼 왔던 것이다.

중동은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제국주의 국가와 지역 강국들의 갈등과 긴장이 중첩된 매우 불안한 지역이다. 설사 트럼프 정부에게 전면전을 벌일 의향이 없더라도, 트럼프의 도박이 이 지역 불안정과 맞물려 훨씬 심각한 국면을 열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 정책과 중동 전쟁 몰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어 온 주범은 미국

2. 미국 국방부는 솔레이마니가 “미국 외교관과 병사들을 공격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암살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중동을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만들어 온 주범은 바로 미국이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미국은 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미국의 중동 장악력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럼프는 군사력을 투입하고 전쟁 위험을 높여 왔다. 2018년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이란에 새로운 경제 제재를 가해 수많은 평범한 이란인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2003년 미국은 자국의 세계 패권을 재천명할 수단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점령 정책은 실패했다. 미국의 위신 하락 덕분에 이란은 중동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 올 수 있었다. 트럼프는 이란의 성장을 좌시할 수 없다고 여겼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주도·교사하는 모든 전쟁은 개전 즉시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며 중동 전체에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다. 이제껏 제국주의의 개입은 중동을 전쟁이 끊이지 않는 황폐한 땅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3. 문재인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해 미국 제국주의를 지원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을 돕는 일을 결코 해선 안 된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파병 얘기가 나왔다. 그만큼 정부 내에서 파병 지지가 강력하다는 증거다. 정부 공식 문서에서도 파병을 시사하는 대목이 계속 등장했다.

이라크 전쟁 당시 파병 반대 운동에 부닥친 경험, 4월 총선 등을 의식해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미 파병을 결심하고도 공식화를 미루고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정부가 파병을 공식화하고 한국 군함을 보내 버리기 전에, 우리는 파병 반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군 파병은 그곳에 파병될 젊은이들을 비롯한 한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강행해, 무고하게 희생된 청년 노동자 김선일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파병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간 민주당 정부는 미국의 중동 정책에 협력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파병을 정당화했었다. 수많은 이란 민중의 피를 대가로 한반도 평화를 얻겠다니 끔찍한 발상이다.

오히려 파병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과 몇달 전에 한반도 평화를 돕는 “피스 메이커”라고 치켜세운 그 트럼프가 바로 중동을 불구덩이로 몰아넣고 있다. 만약 미국이 중동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득의양양해진 미국은 그 여세를 몰아 북한(그리고 중국)을 향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에 참여하는 방식의 파병이 아니어도 반대해야 한다. 한국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독자 작전이든 뭐든 그 어떤 명분과 형태를 취하더라도 파병은 결국 미국 제국주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4. 한편, 최근 몇 달 동안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지에서는 빈곤, 부패, 불평등에 맞선 대중 항쟁이 일어났다. 미국 제국주의의 공격은 이 나라들의 지배자들이 국민적 단결을 명분 삼아 질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성장하는 대중 저항을 위축·왜곡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 착취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대안이 발전하려면 미국이 중동에 더 많은 군대를 투입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곳에 있는 모든 미군을 무조건 철수시켜야 한다.

중동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벌이는 전쟁 몰이에 반대한다!

미국 제국주의의 만행에 힘을 실어 주는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시도에도 반대한다!

2020년 1월 7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