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는 KBS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동에 파병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문재인 정부에 재차 요청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에 협조하는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건설돼야 한다. 파병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 쟁점들을 Q&A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제작 <노동자 연대>

호르무즈해협은 어떤 곳인가?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관문으로 세계 해상 석유 수송에서 가장 중요한 길목이다.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인근에는 세계적 금융 허브로 부상한 걸프 연안 국가들이 있다. 그만큼 이곳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란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거론한 바 있다.

호르무즈해협 긴장 고조의 주범은?

미국에 주된 책임이 있다. 2018년 트럼프는 이란의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으로 파기하고, 이란을 제재하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틀어막아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 이란 근처에 함대를 추가 배치하고 군사 훈련도 벌였다.

미국의 이런 압박 속에서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이 의문의 공격을 당했다.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유조선이 억류되기도 하고, 미국과 이란이 서로 무인기를 격추하는 등 충돌이 반복됐다. 이는 트럼프의 이란 본토 폭격 계획(다행히 실행 직전에 취소됐다),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 등 더 큰 충돌로 발전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다는데?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 바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파병에 대해 계속 보도해 왔다. 해군은 아덴만에 파견되는 왕건함 선원들에게 “작전 구역이 변경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작전을 염두에 둔 조처다. 이런 정황들을 보건대 문재인 정부는 이미 파병을 결정해 놓고 발표할 타이밍을 재고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정부 내에서 파병 주장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파병 결정은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도 대중적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을 강행한 것을 계기로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는 총선을 의식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의 중동 장악력이 약해졌고, 이란은 당시 이라크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파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왜 파병 요구에 응하려 하는가?

단지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다. 한·미·일 동맹과 제국주의 질서 내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한국의 지배계급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민주당 정부는 평화 염원보다는 한미 동맹을 더 중시하는 행보를 밟아 왔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부터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2018년 한반도에서 극적으로 유화 국면이 시작된 후에도 사드 기지 공사를 강행했다. 지난해 6월 문재인은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산 첨단 무기도 대거 구입했다.

최근 급격히 중동 정세가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일본 총리 아베는 예정대로 파병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 마당에 문재인 정부도 뒤처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훈련을 하고 있는 청해부대원들 ⓒ출처 해군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대가로 미국에 양보를 얻어 낼 수 있을까?

문재인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지원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에게서 파병으로 기여를 인정받고 양보를 얻어 내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방위비 협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해 왔고, 그래서 패권 유지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한국과의 협상이 일본이나 나토(NATO) 같은 다른 동맹들과의 협상에 줄 영향을 의식할 것이다.

파병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논리는 북·미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할 때 써먹은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한 후에도 북한을 계속 압박했다. 결국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미국은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와 관계없이 — 아니, 오히려 그에 더 고무돼 —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아시아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동 대중을 희생시켜 한반도 평화를 얻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족 이기주의적이다. 이는 당사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행태이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왜 한반도 평화에 해로운가?

현재 미국은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사실, 직전까지도 미국은 중동 개입을 줄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에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다. 특히, 미국이 남긴 공백을 러시아와 중국이 이용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계속해서 추구해 왔다. 그리고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은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을 증대시켜 왔다.

만약 트럼프가 중동에서 이란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면, 더 기세등등하게 중국을 상대할 것이다. 이는 동북아의 긴장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는 이런 더 큰 지정학적 질서의 종속변수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한국 상선을 한국군이 보호해야 하지 않나?

일단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어 미국의 이란 공격에 가세하는 것은 긴장을 높이는 데에 일조할 뿐이다. 이는 중동 대중 전체를 더 큰 전쟁 위험으로 내몰 뿐 아니라, 그곳을 지나는 한국 상선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1월 8일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는 우방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이란이 후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한국 국적 선박을 억류했다가 선박의 국적을 확인하고는 풀어 준 적이 있다. 한국이 파병을 한다면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고, 그때는 그냥 ‘다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연합 함대에 연락 장교나 비전투 병력만 보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병력들도 엄연히 군대이고 미국의 작전에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행위를 정치적·이데올로기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베트남전 때도 미국은 “많은 국기” 정책을 펼치며 그런 효과를 노렸다. 당시 병력을 보낸 국가는 5개뿐이었지만, 그 외에도 수십여 개국을 끌어모아 전쟁을 정당화하고 지원을 받았다.

미국 주도 함대에 참여하지 않는 독자 파병이나, 호르무즈해협이 아닌 오만해 등지로 파병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그곳에 외국 군함이 와서 배치된 군사력을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것도 결국 이란을 압박하고 미국을 돕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영국이 미국 주도 연합 함대와 선을 그으며, 유럽연합 주도 함대를 꾸려서 상선을 보호하자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제안했을 때도 이란은 반발했다. “이런 종류의 연합이나 외국 군대가 있는 것 자체가 불안정을 야기한다.”(이란 외무장관 자리프)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군사력을 보내거나 미국의 제국주의적 공세를 돕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지금부터 파병 반대 운동을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는 논란을 피하려고 꼼수를 펴고 있다. 이미 아덴만으로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해협으로 확대하는 식으로 국회 동의를 건너뛰고 파병을 추진하려 한다.

그러나 파병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이라크전 파병을 포함해 지금까지 파병은 모두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파병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게 한국 지배계급에 이익이 되는 만큼, 국회를 지배하는 주류 정당들도 파병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래로부터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병이 이미 확정된다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파병 반대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