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교육부 의뢰를 받아 이영희 단국대(교육대학원) 교수팀이 작성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개선방안’이 발표됐다.

기존 교원평가는 두 종류다. 교원업적평가는 교장·교감의 교사평가와 동료 교사들 간 다면평가를 합쳐 산출하며 승진과 인사전보(전근) 기준으로 사용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는 교원성과급 기준과 일부 연동됐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흔히 거론되는 교원평가로 수업, 생활지도 등과 관련된다. 성적이 낮으면 강제 연수(60시간~6개월간)를 받아야 한다.

이영희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교원평가 방안은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와 교원업적평가를 통합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인사·임금 등에서 차별을 두려고 한다.

또 계속 낙제점을 받는 ‘부격적 교사’를 해고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새로운 교원평가에서 5차례 낙제하면 직권면직(해고) 혹은 퇴출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전까지 타 지역 전근과 장기 연수, 6개월 무급 휴직, 호봉 승급 제한이 가능하다. 현행 교원평가 결과로 최대 6개월의 장기 연수를 받는 것과 비교해 심각한 개악이다.

퇴출 위협으로 교사 통제 강화, 임금 개악

새로운 교원평가 방안의 핵심은 교원평가 결과와 승진, 인사전보, 임금이 모두 연동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교원평가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를 경계해 왔다. 박근혜 정부는 교사를 공격하면서 교원평가를 성과급·인사와 연동하는 것을 공약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 때에는 ‘교원성과급은 보수 정권이 교원을 통제하는 구체적 수단’이라며 “교원성과급은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가 교원평가와 임금 등을 연계하는 박근혜 정부 정책을 계승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교사의 90.3퍼센트가 바라는 교원평가 폐지를 무시하는 것이고, 교원성과급 폐지 공약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는 ‘기초학력 저하’를 구실 삼아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일제고사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임금·인사와 연계된 교원평가제가 도입되면 교사들은 더욱더 학생들을 점수 경쟁에 내몰도록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 고통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고,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영희 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교원평가 결과를 승진, 호봉 승급, 징계, 재임용 기준으로 삼는다며 이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교원평가와 임금이 연동된 결과는 교사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 드러났다. 영국에서 교사의 임금은 총 9단계로 매년 학교와 임금 협상을 벌인다(영국은 학교별로 연봉제를 실시한다). 이때 협상의 기준은 학생 성적을 포함한 교원 평가 결과다. 2019년 발표된 영국 교원노조의 조사를 보면, 교사·교장·직원의 40퍼센트가 5년 이내에 그만두기를 원했다. 그 이유는 업무량 과중(62퍼센트)과 학생 성적 책임제(40퍼센트) 때문이었다.

이는 업무량도 늘린다. 영국의 교사들은 수업 준비나 상담 같은 실제 업무보다 자신의 실적을 정리하고 제출하는 데 시간을 상당히 쓴다고 한다. 이미 한국 교사들도 성과급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자료 누적에 적잖은 시간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원평가와 임금을 연동하려는 시도는 교사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내용으로 비판적 수업을 하는 것은 관리자들에게 (때로는 학생·학부모들에게) 제지된다. 교원평가 강화는 이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교원평가 강화는 학생들도 더 강화된 점수 경쟁으로 고통받게 만든다.

2010년에 실시된 일제고사 때 이를 대비한다며 초등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킨 학교가 있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성적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들을 일제고사를 보지 못하게 한 학교가 적발되는 일도 벌어졌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 학교평가가 결합된 미국·영국에서 성적이 나쁜 학생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종용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새 교원평가 방안은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나 ‘부적격 교사’가 있다며 평가 강화와 교사 퇴출제 도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개별적인 교사 사례를 부각해 퇴출까지 명시하는 것은 전체 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과밀 학급, 성적 경쟁, 학생 통제 업무 때문에 압박을 크게 받으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교사들이 많다는 엄연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책임 전가

전교조의 조사를 보면, 전체 교사의 40퍼센트 가까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 그중 가장 우울한 집단이 차별과 불안정을 경험하는 기간제 교사, 성적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고3 담임, 자아를 찾는 학생을 굴복시키라 요구받는 중2 담임이라는 점은 시사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교사 충원과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입시 경쟁 완화 공약도 모두 어기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은 하지 않은 채 학교 교육의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며 교원평가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교육 조건을 그대로 두고 교원평가를 강화하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심화로 오히려 문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현행 교원평가는 참가율이 저조해 두세 명의 학생만 참여해 낙제점을 줘도 교사가 연수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교원평가가 강화되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갈등만 커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부적격 교사’ 퇴출 제도화 시도를 단호히 반대하며 교사 확충, 교사 대상 상담과 양질의 연수 등을 요구해야 한다.

2012년과 2014년에 미국 시카고에서는 교원평가와 성과급을 연동하고 근무 연차에 따른 호봉 승급을 폐지하려는 정부의 공격에 맞서 교사들이 대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정부의 교원평가 개악 시도를 단단히 경계하며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