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방침을 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1월 9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비공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와 같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리고 파병 방안으로 ‘독자 파병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 함대에 형식상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병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 최고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행위로 사실상 이란과 전쟁을 선언했다. 그리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게 파병을 거듭 촉구해 왔다. 주한 미국 대사 해리 해리스는 1월 7일 KBS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동에 파병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1월 10일 미국에서 귀국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은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 측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 항해,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해상에서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동원하는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청해부대의 대잠 무기를 보강하는 등 파병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일본은 이미 미국 주도 연합 함대에 참가하지 않고 호르무즈해협 인근으로 병력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동맹 내에서 한국이 뒤쳐지는 것을 걱정할 것이다.

다만 총선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파병을 공식화하기 전에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대중적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파병 결정에 참여한 문재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이 중동에서 더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란은 당시 이라크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런 부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해협으로 넓히는 꼼수를 써 파병을 하려고 한다.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부담일 것이다. ‘독자 파병안’이라는 꼼수는 이런 부담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란 입장에서는 ‘독자 파병안’도 결국 남의 나라 군대가 코앞에 와서 군사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1월 9일 주한 이란 대사는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르무즈 인근 국가가 아닌] 타국이 주둔하게 된다면 지역 정세는 불안해질 것이다. 타국이 군사 활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곳에 군사력을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군함이 그곳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호르무즈해협 바다 위에 내내 떠 있을 것이 아니라면 항구와 보급 기지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과 그곳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공조 없이 군함 한 척으로 독자 작전을 펴는 것 또한 어려울 것이다. ‘독자 파병’은 덜 위험하다는 착각을 부추기는 대단히 얄팍한 꼼수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파병을 해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인가? ‘독자 파병’도 결국 이란을 겨냥하는 것이고, 미국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한편, 이미 문재인 정부는 여러 언론을 통해 “단계적 파병”을 거론한 바 있고, 그에 따라 연락 장교를 연합 함대 지휘 통제부에 파견하려 한다. ‘독자 파병’된 병력이 이 연락 장교를 매개로 사실상 미국 주도 연합 함대와의 공조 속에서 군사 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호르무즈해협에 군대를 보내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파병은 수많은 중동 대중을 전쟁 위험으로 내모는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하는 것이다. 중동 대중의 피를 대가로 국익을 취하겠다는 것은 파렴치한 발상일 뿐 아니라, 국내외 한국인들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1월 9일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호르무즈 파병에 관해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부각하지만, 여기에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파병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 제국주의 질서 내에서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한국 지배계급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하고 항일 투사 행세를 하다가 몇 달 지나지 않아 태도를 바꾼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거론되고 구체화돼 왔다. 파병을 막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