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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가 이란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중동에서 발목 잡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출처 Gage Skidmore(플리커)

미국과 이란의 최근 대결에서 누가 피해자인지는 명백하다.

이란 장군 가셈 솔레이마니와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승무원·탑승객들을 빼놓을 수 없다. 잔뜩 예민해 있던 이란 혁명수비대가 그 여객기를 격추시켰다.

그러나 대결의 승자는 누구인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가 1969~1974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수법을 따라했다고 본다. 당시 닉슨은 자신이 핵무기를 사용할 만큼 비이성적이라고 적성국들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수법으로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후 이란 이슬람공화국 정권이 반격하면 “비대칭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보며 모든 이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트럼프의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이란은 조심스럽게 대응했고, 이라크 내 미군 공군기지의 빈 건물 몇 채를 타격하는 것에 그쳤다.

이런 단기 국면으로만 보면 트럼프가 이겼다는 주장에 일부 진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버락 오바마와 트럼프 모두 미국이 아시아에 집중해야 할 자원과 신경을 중동이라는 수렁에 쏟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오바마는 협상으로 중동에서 퇴로를 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협박으로 퇴로를 열려 한다.”

그래서 이란과 핵합의를 했던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는 대(對)이란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며 “최대 압박”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이란 정권은 미국과 그 중동 동맹들을 타격할 능력을 과시하려 일련의 공격들을 펼쳤다. 그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2019년 9월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을 폭격한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이에 겁을 먹고 이란과 지난 몇 년간 심해지던 갈등을 완화할 방법을 모색했다. 솔레이마니는 바로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던 길에 살해됐다고 한다.

대안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갈등이 이렇게 완화하던 요인 중에는 이란의 9월 공격에 트럼프가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있다. 미국에 이전처럼 의존할 수 없게 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협상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느꼈던 듯하다.

이번 미국-이란 위기로 저변의 세력 관계가 바뀌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이유는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쏜 미사일에 미군 용병이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1980년 이란에서 미대사관이 봉쇄됐던 것과 2012년 리비아에서 미 대사가 살해됐던 기억에 사로잡힌 듯하다.

이란 정권이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이들은 미국과의 전면전은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다른 서구 열강을 중동에서 몰아낸다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재확인하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끝내도록 2011년에 이라크 정치인들을 압박했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이라크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의 공격을 받자 미군은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 이라크 의회는 미군 철수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란은 이런 요구가 실제로 관철되도록 압박할 것이다. 오바마와 트럼프 둘 다 중동에서 미군 역량을 줄이고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데에 더 집중하길 바랐다. 하지만 중국의 도전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중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러시아, 이란과 합동 해상 훈련을 벌였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가스 수송로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중동이라는 수렁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견줘 중동 주둔 미군은 1만 4000명 늘었고, 지금도 3500명 공수부대가 쿠웨이트로 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전망했다. “[오바마가 그랬듯 트럼프도 — 캘리니코스]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대(對)이란 전략이 성공하려면 미국이 이란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에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유럽 동맹국들이 핵합의를 포기하고 대(對)이란 제재 강화에 동참하도록 만들려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특히 미국에 우호적인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조차 이를 내켜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동에서 빠져 나오지도, 이기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