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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피폭 감내하며 일했다 :
핵발전소 비정규직 임금 인상, 정규직화 하라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운영하는 핵발전소(원전)에서 방사선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한수원 하청업체인 ‘하나원자력기술’ 소속 방사선 안전관리 노동자들(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대구경북지부 방사선안전관리지회)은 1월 6일 3시간 파업을 벌였고, 1월 14일부터는 고리2발전소 방사선 관리구역 출입 및 작업을 관리하는 노동자 6명이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8명의 노동자가 방사선 관리구역을 오가는 모든 사람과 물품을 관리하는데,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제외한 6명이 파업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한수원이 용역업체들과 계약하는 최저낙찰율이 올랐는데, 노동자들은 인상된 낙찰율만큼 임금을 올릴 것(연 800만 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핵발전소 방사선 안전관리 최대 업체인 하나원자력기술은 절반(400만 원)밖에 못 주겠다고 버티고 있다.

방사선 안전관리 노동자들은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사선(능) 측정, 방사선 작업 관리, 방사선 피폭선량 관리, 방사능 오염 제거(청소) 작업, 방사성 폐기물을 드럼에 처리하여 보내기 등 핵발전소 내 방사선(능)과 관련된 업무는 거의 다 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방사선에 직접 노출돼 방사선 피폭을 감내하며 일해 왔다. 방사선 피폭에 오래 노출되면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위험한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핵발전소 사고로 노동자 187명이 다치고 9명이 숨졌는데, 이 중 90퍼센트 이상이 하청 노동자였다.

이처럼 위험을 감내하며 중요한 안전 업무를 하는 방사선 안전관리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4000만 원 조금 넘는데, 한수원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이 외주화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박상희 방사선안전관리지회장은 “방사선 안전관리는 사람, 물품 등의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숙련 노동력이 중요합니다” 하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해당 업무를 25년 넘게 외주업체에 떠넘겼다.

한수원은 3년마다 외주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왔는데, 새로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수주 실적을 핑계로 노동자들에게 임금 동결을 강요하거나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심지어 과거에는 고용 승계를 전제로 임금을 깎기도 했다.

그래서 방사선 안전관리 노동자들은 외주화가 아니라 한수원이 책임 지고 정규직화를 할 것을 바란다.

수십 년간 막대한 이윤을 남겨온 외주업체와 한수원

노동자들은 한수원과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 회의를 5차례 진행해 왔다. 그런데 한수원은 노동자들의 업무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전환 예외 사유(중소기업 보호 업종)에 해당한다며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겠다고 한다. 2018년에 발전 공기업들은 똑같은 근거를 들이밀며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수원이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겠다는 업무들은 모두 핵발전소 운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상시·지속 업무이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의 생명·안전과도 직결된다.

그런데 핵발전소 안전 규제를 총괄 수행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 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와 주무 부서인 산자부는 이들 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인지를 가려야 한다며 관련 논의를 질질 끌고 있다. 해당 논의는 지난해 6월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산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수원은 현재 진행 중인 화력발전소 정규직 전환 논의 결과를 살피며 눈치를 보는 듯 하다.

핵발전소 외주화는 노동자들에게 조건 악화와 안전을 위협한 반면, 외주업체 경영진들에겐 두둑한 수익을 보장해 줬다. 노동자들은 핵발전소 용역업체들이 수십 년간 엄청난 이윤을 남겨 왔다고 한다.

박상희 지회장은 “용역업체는 노동자 1명 당 설정된 인건비의 절반 정도만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업체 낙찰금액은 2019년 기준 1인당 연 1억 2천만 원이 넘습니다. 퇴직금, 초과근로 수당, 4대 보험 합해도 1인 임금산정단가의 60퍼센트 수준으로, 나머지는 [용역]회사가 모두 가져 갑니다.”

화력발전소 외주업체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외주업체들도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노무비를 엄청나게 가로채 온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전이라도 임금 인상이 되길 원한다. 뻔뻔스럽게도 노동자들을 쥐어짜 배를 불려 온 하나원자력기술은 낙찰율 인상분의 절반만 받고 만족하라고 한다.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으면서도 정규직 대비 낮은 임금을 감내해 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정당하다. 하나원자력기술은 인상분만큼 충분히 지급하라.

지금보다 더 나은 임금과 고용, 더 안전한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근무하려면 정규직 전환이 꼭 돼야 한다. 한수원과 산자부는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