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파병 규탄 긴급 기자회견:
90개 진보·좌파 단체들이 정부에 파병 철회를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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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1월 21일 문재인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기어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강행한 것이다.
이 기자회견은 민중공동행동, 민주노총, 참여연대, 노동자연대를 비롯해 파병에 반대하는 90개 단체가 주최했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자마자 진보·좌파들이 신속하고 폭넓게 결집해 항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호르무즈해협 파병 가능성을 경고하고 반전운동을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0여 명이 모였다. 여러 사회운동 활동가들을 비롯해, 청년·학생들도 이 기자회견에 꽤 많이 참가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평일 이른 시각에 열린 기자회견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기세도 좋았다. 그만큼 정부의 파병 결정이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불씨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의 파병 강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파병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결정해 한국이 호르무즈해협 갈등에 휘말릴 위험을 키우고, 미국 패권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고 비판했다
“작은 불씨 하나로도 전쟁이 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곳에
“미국
“2004년 이라크 파병으로 국민이 희생된 가슴 아픈 일을 기억한다. 당시 김선일은 젊은 노동자였다. 결국 파병 결정으로 희생되는 것은 우리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이종문 민중공동행동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가 대외정책에서 그간 보여 온 위선을 강하게 성토했다.
“정부는 항상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마다, ‘한시적이다’, ‘일시적이다’, ‘조건부다’ 하는 말을 한다. 사드를 배치할 때도 그랬고, 지소미아를 연장할 때도 그랬고, 지금 해외 파병을 결정할 때도 그런다. 이렇게 국민을 기만한다. 조건부, 일시적, 한시적이니 하는 말들은 모두 수사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왜 자꾸 평화가 아닌 반평화의 국정 운영 기조로 가는 것인가? 말로만 한반도 평화·번영을 얘기하고 실제로는 파병의 길을 선택했다.”
김지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파병 결정을 한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한국 지배계급이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추구하는 나름의 이해관계를 위해 한국 정부가 파병을 강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이 지역에 안전 문제가 제기된 것은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정을 탈퇴하고 이란에 대해 군사 압박을 벌여서다. 자기 패권 유지를 위해서 군사적 모험을 감행한 미국이야말로 지금 중동 불안정의 주범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이 중동 불안정의 공범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중동에서 미국과 서방이 일으킨 전쟁과 제재 때문에 수많은 중동 민중이 목숨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이 나라 권력자들은 평화니, 국익이니 하면서 자신들의 추악한 결정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중동의 민중을 희생시켜도 좋고,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혀도 좋다는 것인가?”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해 타국의 바다에 군함을 보낸다’는 주장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얘기인지를 잘 꼬집었다.
“역지사지해 봐야 한다. 제주도 인근 해상에 이 지역과 아무 상관 없는 국가가 큰 군함을 끌고 와서 자국 선박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해 왔다. 그런데 이제
황윤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서울 대표도 마이크를 잡고 이번 파병 문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파병 결정의 문제는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에 한국군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미국이 행할 인도태평양 전략에
다짐
기자회견 주최 단체들과 참가자들은 정부가 파병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평화를 염원하는 대중과 함께 끝까지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는 항의를 지속할 것”임을 다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강행을 놓고, 지금 이를 변호하는 온갖 주장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 관계 모두를 고려한 절묘한 절충안이다’, ‘미국에게 방위비분담금, 북한 개별 관광 등 한반도 문제 해결 협조를 구하려면 불가피한 조처였다’ 등등.
그러나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런 주장들이 모두 순전한 궤변이라고 봤고, 정부의 파병과 미국의 이란 전쟁 위협에 끝까지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파병 결정으로 진보계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커졌다.
이제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폭넓게 결집해,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해 가야 한다.
기자회견문
한국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규탄한다! 파병 결정 철회하라!
정부가 기어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고 말았다. 1월 21일 국방부는 미국의 대對 이란 공세로 긴장이 높아진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독자적으로’ 파병한다고 했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불안정하고 많은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한국군이 이곳으로 파병된다면, 그 위기의 한복판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번 파병 결정은 국회 동의 절차를 생략한, 즉 헌법에 명시된 국회 동의권마저도 무시한 결정이다.
정부는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에 대한 위험이 보고된 적이 없다.
무엇보다, 그 지역이 불안정해지고 위험이 커진 일차적 책임은 미국 트럼프 정부에 있다. 트럼프 정부는 백기투항을 강요하며 이란을 위협했다. 이란과의 핵협정을 탈퇴하며 경제 제재를 가했고, 군사 위협도 강화했다.
미국의 이런 대對이란 공세 강화가 지난해 내내 호르무즈 해협과 그 인근 지역에 긴장이 쌓이게 했다. 그리고 결국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살해하고,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한국군 파병은 그 지역 안전에 이바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지역 위험과 불안정 고조에 기여할 뿐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과 그 이후 이어진 IS의 등장까지 끊이지 않는 분쟁 속에서 중동 민중이 받는 고통과 희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국군 파병이 미국의 군사 부담을 덜어 주고, 미국의 공세를 정당화하는 데도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독자’ 파병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양안보구상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정면충돌 위기는 당장에는 피한 듯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에 대한 위협을 지속할 것이고 이 때문에 중동 불안정이 악화될 수 있다. 언제든 위험천만한 상황이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청해부대가 휘말릴 수 있으며, 파병 군인과 현지 교민들의 안전도 더 취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그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군 파병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처해 왔다. 그런데 그 촛불은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이었지,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기를 바라는 촛불이 아니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평화를 염원하는 대중과 함께 끝까지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는 항의를 지속할 것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 즉각 철회하라!
2020년 1월 22일
파병에 반대하는 90개 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