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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상여금 체불로 서러운 설 맞은 아이돌봄 노동자들
“정부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전국의 아이돌봄 노동자 2만여 명이 명절상여금을 설 전에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아이돌보미’ 노동자에게 근속에 따라 10만 원~40만 원을 설과 추석에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설 연휴 전날인 오늘(1월 23일)까지도 명절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 아이돌봄 노동자들은 서럽고 허탈한 설을 맞게 됐다.

‘아이돌보미’는 돌봄서비스를 신청한 가정에 직접 방문해 영유아를 돌보는 노동자들로, 대부분 단시간 중년 여성 노동자다. 여성가족부의 사업 계획에 따라 일하고 정부 재정으로 임금을 받는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아이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정부는 직고용을 회피하며 사용자 책임을 피해 왔다. 노동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평균 임금 월 90만 원대)이고, 경조사 휴가·교통비·경력수당·건강검진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공약한 정부가, 정작 자신들이 운영하는 돌봄 일자리에서는 위탁 구조를 이용해 처우 개선 책임을 내팽개쳐 온 것이다. (관련 기사: 〈노동자 연대〉 292호, ‘아이돌봄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 “진짜 사용자 여가부는 처우개선 책임져라”)

여가부는 예산 교부가 지연됐다고 변명하지만, 노동자들의 명절상여금만큼은 제때 지급되도록 했어야 한다. 아이돌봄 노동자들은 쥐꼬리 임금에, 기본적인 수당조차 박탈당해 왔다. 그런데 몇 안 남은 알량한 수당인 명절상여금마저 체불한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명절상여금은 그 액수를 떠나 명절을 맞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고, 명절을 보내는 데 요긴하게 쓰이기도 한다. 정부는 그런 의미가 담긴 돈을 사전 양해조차 없이 체불해 빈 손으로 명절을 맞게 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법하다.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 배민주 사무국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가부는 아무런 사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사과 한 마디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무시할 수 있습니까?”

아이돌봄분과 부산지회 최효선 조합원도 씁쓸한 심정을 기자에게 전했다. “여가부 장관이 바뀌어서 그래도 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나아진 게 없네요. 액수를 떠나 너무나 서럽습니다.”

아이돌봄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라도 이렇게 했겠느냐”며 분노를 터뜨린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배민주 사무국장에 따르면, 명절상여금은 지난해에야 아이돌봄 노동자들에게 도입됐다. 그조차 그 전까지 다달이 받던 성과급을 없앤 뒤 생긴 수당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 40만 원의 수당 감소가 발생했다고 노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그 삭감된 수당조차 제때 주지 않고 체불해 버린 것이다. 노동자들이 “해도 너무 한다”고 성토하는 까닭이다.

‘성평등’과 ‘노동 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계속된 천대와 조건 후퇴에 맞서, 아이돌봄 여성 노동자들은 여가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집회와 농성 등을 꾸준히 이어 왔다.

“돌봄노동이 존중 받기를 바란다”는 아이돌봄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또한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돼야 돌봄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정부는 공공 돌봄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아이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지난해 7월 3일, 아이돌봄 노동자들이 생활임금보장 등을 요구하며 여성가족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