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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케이블 인수합병 속 노동자들은?:
‘있는 자’만을 위한 인수합병, 노동자는 고용불안 간접고용입니다”

통신 대기업들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보지만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은 무시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과학기술방송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인수 후 LG헬로비전으로 출범)를 인수한 데 이어, 통신 대기업이 케이블방송을 인수합병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으로도 KT가 딜라이브를,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상대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올해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사업자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며 “국내 미디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합병으로 통신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됐지만,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조건 악화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자들이 이번 인수합병을 “나쁜 인수합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희망연대노조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지부장과 이세윤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정책부장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노동자들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신 재벌이 가입자 수를 늘려서 수익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이미 휴대폰, 인터넷, IPTV 등은 포화 상태입니다. 그래서 수익을 더 늘리려면 가입자를 빼앗아 오거나, 인수합병으로 통째로 사버리거나 하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저들은 가입자는 사도, 노동자까지는 사고 싶지 않아 합니다.”(희망연대노조 이세윤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정책부장)

“LG와 SK에서도 여전히 케이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고객이 많아지면, 노동자도 많이 필요한데 [통신기업은] 고객만 데려가고 노동자들은 쥐어짜려고 합니다. LG유플러스는 ‘상생’을 말했지만, 노동자들과는 일체의 대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희망연대노조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지부장)

간접고용 구조 유지시킨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무도 부과하지 않았다. 인수합병 심사 과정에서 고용보장 배점은 1000점 만점에 고작 30점이었다.

게다가 정부는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원청 기업들이 일정기간 하청업체와 계약을 유지하도록 못박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산산조각 낸 것이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정부는 완전히 ‘있는 자’의 편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LG유플러스에서 요구한 데로 흘러갔습니다. 정부도 인수 허가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오히려 [3년간] 하청 구조를 유지하게 해줬어요. 그 때문에 LG유플러스는 하청업체를 유지했고, 하청업체에 수수료를 낮춰 자신들은 힘들이지 않고 케이블 노동자들을 숫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 지부장)

“정부가 내놓은 인수합병 심사 기준 중 규제 사항 5개 중 하나가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예요. 그런데 그건 1000점 중 고작 30점입니다. 그것도 애초엔 10점이었다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항의하니까 30점으로 올린 거라고 해요. 통신기업 입장에서는 그냥 버려도 되는 배점인 거죠.

“무엇보다 정부는 기존의 하청 구조를 아예 못박아 버렸습니다. ‘공정 거래’라는 명목으로 협력업체를 일정 기간[2년간] 유지하겠다고 했어요. 노조는 SK브로드밴드로의 직고용을 요구했는데 말이에요. 저들이 말하는 ‘상생’조차도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상생이었죠. 이러니 SK브로드밴드도 우리의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 ‘정부가 저렇게 정했는데 어쩌냐’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겁니다.” (이세윤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지부장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제공

계속되는 고용 불안

인수합병 된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고용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다.

“SK브로드밴드에 고용된 노동자가 5000명 정도 되는데 이중 1500명이 남는 인력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1000명 정도가 들어오게 되는 거죠. 사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몹시 하고 싶을 겁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요구는 고용 안정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2년 후에는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로 티브로드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뿐이고 그를 보증할 문서 한 장 주질 않습니다.” (이세윤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농성 투쟁 중인 희망연대노조 이세윤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정책부장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제공

이런 불안감은 LG헬로비전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느낀다. 인수합병 전 CJ헬로비전 시절에 이미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노동자가 상당히 줄어든 바 있다. 그 과정에서 2019년 초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LG유플러스에 인수되고 나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것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숫자를 더 줄이려고 해요.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딴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 지부장)

임금 삭감 압박과 노동강도 강화

LG헬로비전은 인수합병 후 하청업체에 주는 수수료를 삭감했다. 하청업체들은 남은 2~3년 계약 기간 동안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짜려고 혈안이다.

이 과정 속에서 임금 삭감 압박과 노동강도 강화도 뒤따르고 있다. 최근 수리 설치 기사들이 업무 중 과로,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사망하는 일들도 있었다.

“최근 업무에 압박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회사[하청업체]에서 원청인 LG유플러스에서 제시한 지표를 못 맞추면 인센티브가 깎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가 망한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합니다. 원청이 주는 압력이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옵니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자신들이 가져가는 것은 깎이면 안되니 노동자들의 일하는 시간으로 장난질을 치고 있어요.”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 지부장)

“티브로드 원청은 ‘합병됐으니까 SK브로밴드한테 가서 얘기해’라고 합니다. SK브로드밴드 원청은 ‘우리는 아직 너네 원청 아니야’라고 책임 회피를 합니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이제 막판이라고 노동자 해고, 단협 무시 등 아주 막장입니다. 2년 안에 우리를 두부 짜듯이 다 쥐어짜서 빼먹을 작정인 것이죠.” (이세윤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2020년 1월 8일 업무 중 사망한 김도빈 노동자를 추모하는 문화제 ⓒ희망연대노조 페이스북

연대와 투쟁

노동자들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직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계속 싸워 왔다. 올해에도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인수기업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이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총파업 5회, 부분파업 10여 차례, 3보1배, SKT타워 앞에서 1박2일 투쟁, 천막농성 등을 진행했습니다. SKT 타워 앞에서의 농성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 명도 이탈 없이 SK브로드밴드로 직접 고용되거나, 적어도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로 들어가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형태를 하루빨리 무너뜨려야 하고요.

“SK브로드밴드에도 희망연대노조가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지난해 우리와 연대하려고 애썼고 참 감사합니다. 현장 사정과 자체 임단투 상황 때문에 공동 투쟁으로까지는 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올해 투쟁에도 많은 연대를 바랍니다.” (이세윤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LG유플러스에서는 희망연대노조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 지도부와는 공동집회도 열었어요. 초기에는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도 함께 했는데, 일찍 타결되었어요. 아마도 [사측이] 함께 싸우는 것이 부담돼서 먼저 타결을 시켰을 것이라고 봅니다.

“2월에 하순에 투쟁 선포식을 하고, 이후에 계속 투쟁배치를 할 예정입니다. 많은 연대를 바랍니다.” (이승환 LG헬로비전비정규직 지부장)

통신 케이블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2019년 10월 24일 서울노동청 앞 CJ헬로고객센터지부 파업 투쟁 집회 ⓒ희망연대노조 페이스북
2019년 10월 29일 티브로드 노동자 파업 집회 ⓒ양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