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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비정규직 투쟁 :
자회사 전환 강요 말고 직접고용 하라

신문이 제작되고 있는 때에 가스공사 사장 채희봉은 노동조합과의 면담에 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강경한 태도에서 다소 물러서 2월 6일까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안을 내놓기로 했다. 노조는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2월 7일까지 협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측이 제시한 안이 기존과 같은 내용이면 다시 투쟁을 이어 갈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이 직접고용 전환을 요구하며 1월 28일 파업을 했다. 1월 2일, 13일 부분 파업(대구 본사 소속 조합원 파업)에 이어 세 번째 파업이다. 1월 13일부터는 전국 지사 14곳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본사와 지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1200여 명은 2년이 넘게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시간만 끌면서 자회사를 강요해 왔다. 자회사 채용을 정규직화라고 강변하는 정부 덕분에 사측은 지금까지 강경하게 버텼다.

지난 2년간 자회사 전환 실체는 처우 개선이 거의 되지 않고 여전히 용역과 다를 바 없는 처지라는 것이 폭로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자회사 채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실망감을 넘어 이제 참담함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노한다.

1월 28일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로비에서 열린 파업출정식 집회 ⓒ제공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1월 28일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사장실로 몰려가 면담에 나오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나 몰라라 하던 채희봉 사장이 면담 요구에 응했다. 사측은 그동안의 강경한 태도에서 다소 물러서 2월 6일까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안을 내놓기로 했다. 노조는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사측이 제시한 안이 기존과 같은 내용이면 다시 투쟁을 이어 갈 계획이다.

그동안 사측은 “자회사로도 처우 개선이나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며 자회사를 종용했다.

한국가스공사 사측은 직접고용을 하면 정년을 60세로 하겠다며, 대량 해고를 원하지 않으면 자회사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사측의 주장대로라면 150여 명이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해고된다. 정부조차 고령자 친화직종의 정년을 65세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사측은 “권고 사항이니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다.

또 사측은 직접 고용하면 경쟁 채용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 일부 노동자는 전환 과정에서 해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년 동안 자신들의 업무를 문제 없이 잘 수행해 온 만큼 직접 고용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런 협박에도 노동자들은 자회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스공사는 자회사에 고용했던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용역 회사로 전락시키는 구조조정을 한 전력이 있다. 자회사로 고용되면 다시 용역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서울지사에 근무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회사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와] 자회사의 수의계약에 대해 특혜라고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입찰을 해야 하고, 입찰에서 떨어지면 회사가 통째로 없어질 수 있다.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해고 없이 전환 채용을 하고 고령친화직종의 정년을 65세까지 보장하는 방식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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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사측이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이유로 “정규직의 반대”를 내세우는 것에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간 외주화를 밀어붙여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열악한 처우를 강요해 온 당사자는 사측이었다. 노조가 지적하듯이 “현재의 용역·파견 업무는 1997년 IMF 이전까지, 생산기지 소방대는 불과 몇 년 전까지 가스공사 정규직원 업무였다.”

사측이 정규직의 반대를 근거로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것이 위선인 이유다.

물론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 임금을 억제하면서 비정규직 전환 비용을 정규직의 조건 악화로 메우게 하는 정책을 펴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한 것이 이런 반발을 낳게 한 근본 원인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반대는 사측만 이롭게 할 뿐이다.

외주화가 지속되고 노동자들 간에 차별이 유지되면 사측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에 하향 압박을 가하기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공공기관들에서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동시에 정규직의 조건도 공격받아 온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옳게도 비정규직지부는 “정규직 전환은 공공부문을 사유화, 민영화 해 오던 과거를 바로잡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시작”이라며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 2곳 중 다수 노조이고 같은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가스공사지부가 이런 호소에 적극 화답하면 좋을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정규직 활동가들이 나서 비정규직에 연대하고 노조 집행부에도 지지 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편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사업장 밖에서도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정부의 자회사 정책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자회사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개별 사업장의 투쟁만으로는 직접고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과 산별연맹들이 적극 나서 자회사 반대 등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위해 강력한 투쟁을 하길 바라고 있다.

ⓒ제공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1월 15일 노동자연대 경기지회가 가스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