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중국과 미국이 지난 2년간 벌인 무역전쟁에서 휴전에 합의했다. 1월 15일에 양국은 워싱턴에서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갈등, 즉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 ‘하이테크 경제’로 나아가려는 야심을 품은 것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두 국가는 평균적으로 약 20퍼센트의 관세를 상대방의 수출품에 여전히 부과하는데, 이는 분쟁 전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새로운 무역전쟁의 조짐이 커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다. 22일 도널드 트럼프는 다보스에서 열린 [정부와 다국적 기업 대표자들의 모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렇게 불평했다.

“(유럽연합에는) 무역을 할 수 없는 부문을 지정한 무역장벽이 있고, 관세도 이곳저곳에 부과한다.

“솔직히 말해, 유럽연합에서는 중국보다도 사업하기 더 어렵다.”

트럼프는 미국에 수출되는 독일 자동차들에 특별히 집착해, 여기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꾸준히 위협해 왔다.

[미국 외교 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에 최근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유럽이 트럼프의 무역전쟁에서 새 전선이 되다”

그리고 트럼프의 말이 맞다. 무역에 있어 유럽연합은 까칠한 상대다. 유럽 통합이 성공한 진정한 비결은 거대한 대륙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고 유럽연합 지배자들이 만든 규제를 따르도록 한 것이다.

그 시장에 접근하려면 비(非)유럽 기업들도 그 규제를 준수해야만 한다. 트럼프 정부가 분개하는 건 바로 그 대목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서 유럽연합이 주되게 신경 쓰는 것은 영국이 탈퇴 후에도 그 규제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영국을 규제 위성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부른다.

유럽연합은 영국과의 FTA 협상에서 영국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추거나 무임승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유럽연합은 만일 영국 기업들이 합의 내용을 위반했다고 여기면 영국을 응징할 권리[즉각적인 보복성 무역 제재에 나설 권리]를 요구한다.

무르익는

사정이 웃기게 된 것은 미국과 유럽 사이에 무르익는 무역전쟁에서 영국이 최선봉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다보스에서 만나 11월 미국 대선 전에 유럽연합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리라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프랑스가 농산물 수입에 대한 협상을 일절 거부하기 때문에 공산품 무역에 관한 논의에서 진전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950년대 이래로 역대 프랑스 정부들의 주요 우선순위에는 자국 농부들을 국제 경쟁에서 보호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당면 상황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디지털세(稅)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미국 IT 대기업(페이스북, 구글 등)에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 이 기업들은 그 나라 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벌지만 조세도피처에 적을 두고 있어 세금 부담을 피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영국의 디지털세 계획에 관해 이렇게 대꾸했다. “만약 누군가 우리 디지털 기업들에 세금을 임의로 부과한다면, 우리도 그들의 자동차 기업들에 임의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이미 므누신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의 수출품 18억 유로어치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간 미국이 으스대는 것에 줄곧 불평해 왔던 프랑스가 굴복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 메르와 므누신은 곧장 세금·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마련해 보기로 했다.

세게 나온 곳은 영국이었다. 영국 정부는 “세금 문제는 우리 고유 권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집권] 보수당이 미국보다 유럽연합과의 무역협정을 더 중시하기로 결정한 것이 반영된 듯하다.

미국은 [단일국가로는] 영국의 최대 교역 상대이고 영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유럽연합 [전체는] 45퍼센트나 차지한다.

26일에는 또다시 불꽃이 일었다.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는 유럽연합이 탄소세를 도입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갈등은 단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IT 대기업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 있고, 트럼프는 그 기업 사장들과의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그 기업들을 방어하려 한다.

저마다 고유한 무역 규정 체제를 갖고 있는 세 무역 블록, 즉 유럽연합·미국·중국 사이의 쟁투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영국 같은 작은 국가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