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 ⓒ조승진

반년 넘게 호르무즈해협 파병 얘기를 흘려오던 문재인 정부가 결국 1월 21일 파병을 감행했다.

정부는 이번 파병이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IMSC)에 참가하지 않는 “독자” 파병이라고 강조한다. 친여권 언론들은 미국과 이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윤색한다.

그러나 한국군 파병은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방부는 “독자” 파병된 청해부대가 호위 연합체와 “필요시 협력”할 것이고, 호위 연합체 본부에도 정보 공유 등을 위해 연락 장교 2명을 보내겠다고 했다. 즉, 청해부대는 미국과 공조하며 작전을 펴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국무부·국방부는 한국군 파병 소식에 환영을 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이 미국의 “안보구상을 지원”한다고 했다. 반면, 이란 정부는 반발했다. 파병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사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서 대(對)이란 압박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을 파기했을 때부터 핵협정을 되살리려 해 왔고, 미국의 호위 연합체 제안에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은 이란과의 충돌 위험을 키우면서도 정작 이란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미국에 불만과 불안감을 느끼며 이란과 관계 개선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래서 1월 7일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 다음 날 트럼프는 대국민 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이란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중동에서의 안보 부담을 분담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중동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동으로 군대를 보내 미국의 촉구에 힘을 실어 줬다.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 “독자” 파병이라는 형태를 취했다.(이는 미국의 패권이 상대적으로 약화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한국군과 일본군 모두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본부에 연락 장교를 파견했으며, 미국과 공조하며 함께 활동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파병을 비교하면 한국의 파병이 더 공세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더 규모도 크고 더 넓은 작전 반경에서, 무엇보다 호르무즈해협까지로 작전 범위를 정해 더 적극적인 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 것을 단지 미국의 압력 때문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여기에는 한국 지배계급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성장을 도모해 왔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해상 석유 수송의 주요 길목이다

예컨대 한국 자본주의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석유에 크게 의존한다. 그곳을 지나는 석유 중 한국으로 가는 석유는 넷째로 많다. 한미동맹의 우산 아래에서 성장해 온 한국 지배자들은 지금까지 미국이 주름잡는 그 바닷길을 통해 석유를 확보해 왔다. 그런데 지금 그 바닷길에서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빚고 이란은 유사시에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그래서 한국군을 보내 미군과 함께 석유를 지키려 하는 것이다.

한편,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이후 한국 자본주의는 친미 걸프 연안국들과의 무역과 투자를 늘려 왔다. 군사적 협력 증대도 그 과정의 일부였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핵발전소 건설을 수주받는 대가로 군사지원을 약속했다(아크부대 파병). 이명박 정부는 심지어 유사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비밀 군사 협약을 맺었는데, 2018년 이것이 폭로된 뒤에도 문재인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군사 동맹을 계승했다. 문재인은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 핵발전소 건설 수주 경쟁에도 뛰어들었다.(두 국가는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이란이 후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로 끔찍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 자본주의는 이라크 파병 이후 중동에서 고유의 이해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문재인 정부의 파병 결정은 미국의 요청에 응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 지배자들의 이익을 놓고 계산기를 두들긴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반면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파병은 전혀 이익이 되지 못하고 불의한 전쟁에 동원되거나 피격 위험만 높인다.

그러나 미국을 돕는 파병은 그곳의 불안정을 더 키우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불안정을 키운 주범은 무엇보다도 미국이다. 트럼프는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을 협박해 미국에 더 유리한 협정을 얻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란이 굴복하지 않자 미국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중동 개입을 줄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싶어 했지만, 중동에 투입된 미군은 현재 지난해 5월보다 2만 명 늘어났다.

미군이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이후, 위기는 당장 전면전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위협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꼭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얼마든지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1월 23일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미국이 이란을 억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친(親)이란 세력까지 억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불과 며칠 전인 1월 29일 친이란 민병대가 쏜 것으로 추정되는 로켓포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명중한 것은 여전히 이곳이 불안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호르무즈해협과 그 주변은 외국 군함들이 득실거리는 곳이 됐다. 이미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와 한국의 청해부대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고, 일본이 파견한 군대도 오만해에서 활동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는 선을 긋는 자체 호위 함대를 보내겠다고 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이 모험을 감행하며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1월 28일 트럼프가 발표한 소위 ‘팔레스타인 평화 구상’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스라엘이 다 갖고 팔레스타인에게는 아주 조금만 주는 안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중동의 불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호르무즈를 둘러싼 정세는 불안정하며,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국군이나 중동에 있는 한국인들이 언제든지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파병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

군부나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청해부대 군함 한 척으로 제대로 된 작전이 가능하겠냐고 볼멘 소리를 하며 추가 파병을 거론하기도 한다. 중동에서 갈등이 커지면 파병 규모나 방식을 둘러싼 쟁점들이 추가로 제기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추진한 것을 문제 삼으며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라는 요구를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국회를 건너뛴 것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그러나 국회를 지배하는 주요 정당들이 파병을 반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고 여기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이 분출했을 때, 파병 반대편에선 여당 국회의원은 극히 소수였다. 파병이 한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파병 반대 운동이 파병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군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됐다. 그리고 국제 반전 운동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지장을 줬으며, 이와 현지 저항이 맞물리면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곤경에 처했다. 마침내 한국군은 2008년 철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