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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 열사 사망 두 달:
진상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계속되지만 문재인 정부는 회피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2020년 1월 18일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문중원 열사가 사망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유가족은 서울로 상경해 장례도 못 치른 채 한 달 넘게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와 정부는 이 억울한 죽음의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사과 한마디 없이, 법적 책임이 확인되지 않는 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유족 보상을 할 수 없다는 태도다.

문중원 열사는 마사회가 ‘선진 경마’라는 미명 하에 기수와 말관리사 등 노동자들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모는 상황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와 이를 거절했을 때의 불이익 등 그가 당해 온 부당 대우와 만연한 비리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려 조교사 면허를 따는 등 열심히 노력했지만 4년이 넘도록 조교사가 될 수 없었다.

기수들이 받은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기수들은 말을 타고, 경주에서 순위 안에 들어야 소득이 높아진다. 기수들의 임금에는 경주 상금 비중이 매우 커, 경주를 뛰지 못하거나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낮은 소득에 시달려야 한다.

또, 부당한 해고와 부당한 지시에 시달리고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로 취급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산재 문제도 심각하다. 경마공원의 연간 재해율은 약 14퍼센트로 전국 평균 재해율의 25배가 넘는다. 이조차 은폐된 산재는 제외된 수치다. 노동자들은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상해보험을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던 마사회 노동자들의 고통은 매우 심각했다. 2017년 부산경마공원에서 말관리사 2명이 잇따라 자살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결과, 전체 말관리사의 34퍼센트가 우울수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죽음의 행렬도 계속됐다.

마사회는 기수나 말관리사가 조교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위선적인 책임 회피다.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는 원래 모두 마사회 직원이었다. 그런데 1993년 마사회는 ‘개인마주제’를 도입하면서 소유하고 있던 말들을 팔아 버리고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와의 고용 관계를 해지해 버렸다. 이후 마주와 조교사가 위탁계약을 맺고, 말관리사는 조교사가 고용하며, 기수는 개인사업자 형태로서 조교사와 계약을 맺는 형태가 됐다.

결국 조교사가 기수와 말관리사를 통제하긴 하지만, 그런 조교사를 통제하는 것은 마사회이고 기수와 말관리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사용자 또한 마사회다.

마사회가 결정하는 상금의 항목과 규모에 따라 말관리사나 기수들의 소득이 결정된다. 또, 마사회는 면허 제도와 징계 권한으로 기수 면허 부여·갱신, 말관리사 채용에 관여한다.

따라서 한국마사회가 문중원 열사와 그동안 억울하게 죽어 간 마사회 노동자들의 죽음에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유족과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민주노총 열사대책위가 요구해 온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유족에 대한 사과 및 자녀 등 유족 위로 보상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외주화

문중원 열사가 죽음을 선택한 배경에는 공공부문에서 확대돼 온 외주화 문제가 있다. 심지어 기수들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노동부는 최근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기수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신고를 했지만 아직 설립신고필증도 교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문중원 열사가 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다른 경마공원보다 경쟁 제도가 가혹했다. 비경쟁성 상금은 줄이고 경쟁성 상금을 확대해 경마 순위 경쟁을 강화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2005년 개장 이래 7명의 기수와 말관리사가 목숨을 끊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벌써 네 명이다. 특히 문중원 열사는 정부가 직접 임명한 김낙순 마사회장 하에서 목숨을 끊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중대재해가 있는 공공기관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사회에는 어떠한 책임 있는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또, 마사회 소속 기수 같은 공공부문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못했다. 마사회에서 잇따라 벌어진 죽음은 다단계 외주화 구조를 폐지하고 기수와 말관리사들을 직접고용하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는데 말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도 문중원 열사의 죽음에 대해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국마사회와 문재인 정부는 문중원 열사의 억울한 죽음에 사죄하고 유족이 요구하는 모든 책임을 즉각 이행하라.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와 문중원 열사의 아내 ⓒ출처 문중원 열사 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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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2월 8일(토) 1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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