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나는 인간의 행동을 비웃거나 한탄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오직 이해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위대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가 1677년 세상을 떠나면서 미완성으로 남긴 《정치 논고》 서문에 남긴 말이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대처하는 최선의 태도이기도 하다. 브렉시트는 1월 31일 시작됐지만 올해가 다 갈 때까지 완료되지 않을 것이다. 브렉시트는 영국 사회를 양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동안 정치 체제도 마비시켰다. 좌파도 첨예하게 분열했다.

이 분열은 현재 진행형이다. SNS에서는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좌파들이 브렉시트를 렉시트[좌파적 유럽연합 탈퇴 운동] 탓으로 돌리며 그 영향력을 과장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반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운동은 작고 미약했다. 한편 렉시트 지지자들은 노동당의 총선 패배가 잔류파 탓이라고 비난한다.

나는 양편이 서로 비난을 퍼붓는 쟁점에 대해 명확한 나름의 견해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런 논쟁은 이제 핵심이 아니다. 2016년 6월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지리멸렬하게 이어진 정치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결과다.

그 결과란 [보수당 총리] 보리스 존슨이 이겼다는 것이다. 존슨의 승리를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를 그저 오랜 시간 역겨운 세계관을 드러내 온 어리벙벙한 기회주의자라 여겼지만, 존슨은 그 이상이었음을 입증했다.

존슨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교착 상태를 이용해 총리직을 거머쥐고, 야당들을 움직여 조기총선을 실시하도록 하고서 총선에서 집요하게 “브렉시트 완수”를 공약해서 압승을 거뒀다.

그 탓에 영국에는 역사상 가장 우익적인 보수당 정부가 들어섰다. 마거릿 대처의 발목을 잡고 결국 쫓아내기까지 했던 그 옛날 친유럽 “중도파”는 보수당에서 축출됐다. 존슨 정부는 유럽연합의 무역 규정 체제[유럽연합 시장 접근을 위해 유럽연합의 환경·노동 등의 규제를 따르는 것]를 거부함으로써 이전 보수당 정부가 구상했던 그 어떤 브렉시트보다 훨씬 더 강경한 브렉시트를 향해 가고 있다.

존슨이 아주 온건한 종류의 “일국 보수주의”[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보수당 정치] 정책을 곧 선보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존슨과 그의 재무장관 사지드 자비드는 각 부처에 예산을 5퍼센트씩 삭감하라고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여전히 긴축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재정을 확보해 둬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유럽단일시장에서 파괴적으로 단절하면서 생길 혼란에 대비하려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이 가까운 시일에 벌어질 일들이다. 즉, 모든 좌파가 패배를 겪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되돌리려고 제2 국민투표 촉구 운동을 벌이던 좌파는 패배했다. 그러나 진보적인 브렉시트를 주장한 우리(노동당에서 허용하는 동안에는 여기에 동참했던 제러미 코빈도 포함) 또한 패배했다.

지난 보수당 정권 10년 동안 지독하게 고통받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우리는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다. 우리는 훨씬 심각한 패배도 겪어 봤다. 유럽연합과 단절함으로써 존슨은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시기에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존슨의 운은 바닥날 것이다. 어쩌면 꽤 빨리 바닥날 수도 있다.

그러나 좌파가 다시 일어서려면 신중하고 냉철하게 사고해야 한다. 우리가 왜 졌는지 잘 이해해야 한다. 특히 보수당 우파가 어째서 역사상 가장 좌파적인 지도부가 이끈 노동당을 물리칠 수 있었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는 브렉시트도 중요했지만, 브렉시트 지지가 우세했던 노동당 선거구들이 왜 보수당으로 넘어갔는지를 이해하려면 그 원인이 더 뿌리깊고 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관련 기사: ‘영국 총선의 쓰디쓴 교훈’(조셉 추나라), ‘브렉시트, 영국 총선, 노동당 좌파’(알렉스 캘리니코스)]

그러나 이것은 역사학 연습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보수당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이 기후 재앙 가속화가 임박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에 관해 상이한 좌파 세력들은 분열할 이유보다 단결할 이유가 더 많다.

그저 손을 맞잡고 도원결의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모색하려면 의견 충돌과 논쟁은 피할 수 없다. 아마 노동당이 가야할 길을 둘러싸고 특히 그럴 것이다. 명료함은 정파 간의 합의가 아닌 논쟁과 쟁투 끝에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공방전은 이제 지루하고 헛도는 소모전이 되고 있다. 전진해야 할 때다. 우리에게 닥쳐올 험난한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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