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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경제 위기의 촉매가 되는가?

2월 3일 중국에서 설 연휴가 끝난 뒤 개장한 상하이종합지수는 7.7퍼센트 폭락했다. 하루에만 440조 원이 증발했다. 환율도 1달러당 7위안을 넘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시가 총액이 3900조 원 줄어들었다.

중국 증시의 ‘블랙먼데이’는 중국 경제의 위축 또는 추락 가능성을 보여 준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1퍼센트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의 이윤율 저하와 더불어 미·중 무역전쟁 여파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를 단기간에 잡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에 가해질 연쇄적 타격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수 있다.

2월 5일 현재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2만 4500여 명으로 2003년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3배나 많다. 중국 정부는 감염자 확산을 막으려고 설 연휴를 2월 9일까지 연장하는 등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일일 감염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월 31일 1982명에서 2월 5일 3912명으로 두 배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를 조기에 잡지 못한다면 생산이 감축되고 민간소비도 위축될 것이다. 또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은 중국이 3개월 내에 바이러스를 통제하면 경제성장률은 0.8퍼센트포인트, 신종 코로나 사태가 9개월간 지속된다면 1.9퍼센트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스가 발병했을 때 중국의 2003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2퍼센트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물론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및 민간의 부채가 많아 2009년 경제 위기 때처럼 GDP의 30퍼센트 규모를 투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윤율이 낮기 때문에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생산적 투자보다는 또 다른 자산 거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지배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만 한정된 현상이라고 안도할 수만은 없다. 생산과 소비가 많이 세계화돼 있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진원지인 우한은 제너럴모터스와 혼다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자동차 제조업 중심지다. 우한뿐 아니라 광저우, 선전, 상하이, 쑤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들에 세계 다국적기업들의 공장이 포진해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65개국 수입시장에서 중국산이 1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중국산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에서 공장이 멈추면 전 세계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폰의 90퍼센트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은 이번 사태로 1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10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차질 효과는 한국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쌍용차 평택공장이 문을 닫았다. 현대차도 7일부터 국내 모든 공장 문을 닫는다. 부품사도 연쇄적으로 휴업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생산 중단이 길어진다면 이런 일이 전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신종 코로나 확산이 멈춘다 하더라도 중국 경제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2003년 사스 때보다 더 크다. 2003년 중국이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퍼센트였지만 2019년에는 16.3퍼센트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사태가 악화하고 장기화하면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위기를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자본주의 경제에 미치는 효과 그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둔화해 거의 ‘정체’ 수준에 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사태는 새로운 경제적 불황을 초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연간 2퍼센트 성장하고 유럽과 일본은 겨우 1퍼센트 성장한다. 브라질, 멕시코,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러시아 같은 주요 신흥 경제들도 기본적으로 정체 상태다. 인도와 중국 같은 거대 경제도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받는다면 이것이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시진핑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것 때문에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우한시장 저우셴왕은 중국중앙티비(CCTV) 인터뷰에서 문제가 이렇게 확산된 것은 중앙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이 하급 관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진핑이 몸소 나서 진두지휘하지 않고 리커창을 내세우는 것도 대중적 불만을 사고 있다. 1998년 중국 전역을 휩쓴 대홍수 때 당시 부총리였던 원자바오가 양쯔강 둑을 사수하기 위해 현장에서 메가폰을 잡고 지휘하는 모습이 중국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일부 사람들은 이를 훌륭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반면 2003년 사스가 유행할 때 군부 실세였던 장쩌민은 “자라가 등껍질 속에 머리를 숨기듯”(당시 중국 대중의 표현) 상하이에 숨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인들이 저우셴왕을 비난하지만 그 화살이 언제든 시진핑에게 향할 수 있다.

전염 우려 탓에 한산한 국제공항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