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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인터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지금이라도 공공의료 강화하고 의료 민영화 중단해야”
중국인에 대한 편견 부추기기는 도움이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망자가 1100여 명을 넘어섰다. 2월 12일 현재 한국 감염자 수는 28명이고 30곳 가까운 나라에서 계속 환자가 늘고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만나 현 상황과 정부의 대처에 대해 들어 봤다. 우석균 대표는 공중보건을 전공한 의사이기도 하다.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중국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감염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장성과 광둥성에서도 확진자가 1000명이 넘은 것으로 나오네요. 워낙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후베이성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제한적 전파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핵심 도시들에서는 감염자가 수백 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진핑 정부가 춘절 연휴도 연장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시행한 것 같아요.

한국도 제한적 전파 상황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월 7일 현재 환자가 24명까지 늘었는데요. 이 중에 2~3차 감염자는 9명이에요. 중국인을 포함해 중국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11명이고, 모두 우한 지역에서 감염됐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상황이죠. 오히려 일본, 싱가포르, 태국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람들은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아직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를 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예방적 조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근거가 없는 조처예요. 예방은 중요하지만 이처럼 근거 없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칫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만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 세계보건기구가 말한 것처럼 감염자들이 방역망 바깥으로 숨도록 하는 효과도 나요. 그러면 더욱 큰일이죠.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이윤선

미국과 영국 정부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통제하고 중국 전역에서 자국민 철수 권고를 내렸는데요. 지나친 조처라고 봅니다. 물론 현재 상황을 보면 저장성이나 광둥성 지역 등까지 입국 제한 조처를 고려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제한적으로 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분명히 메르스 학습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초기에 투명하게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이전 정부보다 나아진 점은 이게 전부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지정 설치한 음압 병상 수는 200개 남짓인데요. 메르스 당시와 비교하면 꽤 늘어난 수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박근혜 정부가 늘렸던 거예요. 현 정부 들어서 추가 설치된 음압 병상은 없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나서 2016년에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됐어요. 그래서 민간병원도 300병상당 1개씩 음압 병상을 설치하도록 했죠. 100병상이 추가될 때마다 음압 병상도 1개씩 추가하도록 했을 겁니다.

그러나 2018년까지도 국내 최대 민간병원 두 곳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 뒤로 설치가 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법을 고쳐도 지키지 않고, 이를 감독하지도 않는다는 얘기죠. 물론 박근혜 정부도 음압 병상을 ‘이동식’으로 지을 수 있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습니다.

국가 지정 음압 병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들어진 지 20년 가까이 되는 것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시·도 지정 음압 병상이 몇백 병상 된다고 하지만 사실 거의 부실한 곳이 많을 듯합니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된 곳이 광주의 21세기 병원이었잖아요. 메르스 때 평택이랑 똑같은 상황인데요. 엄마를 간병하던 딸이 2차 감염됐습니다. 정부가 확대하겠다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대로 늘어나고 작동했다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있었겠죠. 이 병원에 있던 환자를 다른 병실, 다른 층으로 옮겨서 격리 중인데 유명한 정형외과 ‘전문병원’이다 보니 감염병에 대비할 인력이 전무한 겁니다. 인력 2명을 구하느라 전국의 의료 인력 전체를 다 뒤졌다고 하더군요.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과제 등에서도 권역별 지역거점병원 등 감염병 대처를 위해 공공병원을 짓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도 안 됐죠.

다음으로 병원 인력과 방역 인력 문제에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방역을 위해 군인과 군의관들을 대거 투입했다고 하는데요. 그럼 군인들은 뭐가 됩니까? 공공의료 인력도 부족하죠.

예컨대 의사들 중에 이런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게 감염내과 의사인데요. 이들은 당장에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공공의료시설이 있어야 취업이 잘 됩니다. 그런데 공공의료시설이 적으니까 애당초 지원도 잘 안 합니다. 인기과가 아닌 거죠.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보건의료를 바이오헬스로 부르면서 3대 투자 분야로 설정하고 병원 지주회사를 통해 대형병원을 영리병원화하고 있어요. 또, 빅데이터를 앞세워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에게 넘겨주고, 보험업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죠. 박근혜 정부보다 더한 의료 민영화 조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첫째, 투명성 문제에서 일부 개선이 있습니다. 둘째, 시설 문제로 보면 개선이 없습니다. 셋째, 인력도 개선이 없습니다. 넷째, 의료민영화는 더 정교하고 일관되게 추진 중입니다.

인천공항 청소노동자. 이들이 안전해야 모두 안전하다 ⓒ조승진

정부가 중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고 비판하셨는데요.

교육부가 이번에 대학 개강을 연기하라고 권고했는데요. 물론 고려할 수 있는 조처입니다.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정부가 이런 조처를 발표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조처가 일관성이 있으려면 지금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격리하거나 입국을 막아야 하는 겁니다. 앞서 설명해 드렸듯이 지금 그 정도 상황은 아니에요. 앞으로 그렇게 될 수는 있지만요. 즉,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중국인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는 거죠.

정부가 중국 입국 대학생들에게 등교 중지 14일을 권고했는데 이 조처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심지어 일부 대학들은 기숙사를 분리한다거나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숙사 입사 후 2주간 격리하겠다고 하는데요. 말도 안 되는 조처입니다. 그래야 할 상황이라면 애당초 공항에서 그런 조처가 취해져야 맞죠. 정부가 입국을 허용한 사람들을 대학이 자체적으로 격리한다? 불필요하게 공포를 조장해 편견을 부추기는 조처라고 봅니다.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가능한 얘기고,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에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여기면서 접촉자들을 감시하라고 제안합니다.

다만 얼마 전 미국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된 독일인 사례는 무증상 감염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 났어요. 환자가 이전부터 근육통이 있어서 소염진통제를 먹고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증상이 가려진 거죠.

대한의사협회는 벌써 4번이나 중국 전역에서 입국을 막으라고 요구했다는데 과도한 조처입니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데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냥 가능성이 ‘0’이 아니니까 막아야 한다는 식이면 싱가포르, 태국, 일본으로부터의 입국도 막아야 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또 어떤 조처가 필요할까요?

‘사스의 영웅’이라 불리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번 사태 초기에 ‘4월은 돼야 한 고비를 지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요. 이게 비교적 정확한 전망일 듯합니다. 이 분이 요즘은 2주 정도면 될 거라고 말을 바꿨는데,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받은 듯합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좀 더 확산할 것으로 봅니다. 다 막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입국 금지 조처는 신중해야 합니다. 숨어 들어오면 추적도 못 하고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효과를 내죠.

한국은 이번 사태를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을 크게 확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특히 중국과의 왕래가 많은 지역인데요. 지금 경기북부는 명지병원, 경기남부는 분당서울대병원 두 곳으로 다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병원들을 정부가 더 짓고 네트워크화해야 합니다.

공공의과대학 설립 계획도 지지부진하죠. 이것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의대 정원을 늘리는 등 의료 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국립대학교의 경우 30~50퍼센트가량 정원을 늘리고 무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대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시설에서 10~15년가량 의무 복무하도록 할 수 있죠.

의사협회는 중국인 입국을 막으라는 얘기만 하고 이런 조처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차별적 조처도 중단돼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식습관으로 치면 한국인들도 둘째가라면 서럽죠. 뱀은 아마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먹을 거고요. 사슴 피도 먹고, 살아 있는 곰 쓸개에 튜브 꽂아서 먹고 하니까요. 먹는 것 갖고 욕할 상황이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사람으로 직접 감염되는 게 아닙니다. 낙타나 고양이, 밍크 등 중간매개체가 있어야 하죠.

중국 정부의 비민주적인 시스템 등이 문제입니다. 1주일 만에 1000병상 병원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죠.

중국은 굉장히 시장화된 의료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공중방역 시스템이 안 좋고 이런 요인들이 겹쳐 이번 사건이 생긴 거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매우 원시적인 방역을 해요. 세계 2위 경제 대국, G2라고 불리는 나라가 자원을 엉뚱한 데 써 왔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인플루엔자(독감)로 매년 3만 명이 사망한다고 하는데요. 둘 다 시장 중심 의료체계에 빈부격차가 심하고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쯤 돼야 세계 1~2위를 할 수 있나 봅니다.

요컨대, 비난해야 할 것은 중국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정책,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초래하는 극단적 시장주의입니다. 반면, 중국인들에게 필요한 건 인종차별적 비난이 아니라 연대입니다. 메르스 때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막았나요? 치사율로 따지면 훨씬 치명적인 병인데요.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조처가 대폭 강화돼야 합니다. 특히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부문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충분히 지급하고 손을 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가족 등 환자가 생겼을 때 이를 돌보기 위한 유급휴가가 보장돼야 합니다. 또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작업장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도 보장돼야 합니다.

병원 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보호하는 조처가 필요합니다. 비정규직 차별 때문에 생긴 문제는 메르스 당시에도 알려진 바 있어요. 따라서 이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조처도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4개의 기수 얘기가 나오는데요. 죽음, 역병, 전쟁, 기근이 그것이죠. 지금 세계를 보면 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5~6년마다 감염병이 도래하고 있는데, 역대 정권들이 다들 한 번씩 겪었죠. 그러나 개선이 없습니다. 민주당도 지금 두 번째 겪고 있지만 개선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진보적 정권이 들어설 필요가 있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