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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노동자 건강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지배자들

올해 1월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5.4퍼센트나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물가는 치솟으니, 중국 노동계급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노동자 지원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막대한 자금을 풀며 기업 지원책에는 공을 쏟고 있다. 인민은행은 기업 지원을 위해 2조 9000억 위안(약 500조 원)에 달하는 금융 자금을 풀었다. 중국 정부는 718억 5000만 위안(12조 원가량)의 예산을 지방정부에 지원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에서 2월 10일부터 공장 가동도 재개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건강이나 안전보다는 부품 수급을 우려한 다국적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조처일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염증이 확산되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중국 공장 가동 재개를 압박한 세력 중에는 한국 자본가들과 정부도 포함된다. 중국에서 생산이 중단되면서 이번 주에 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 등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은 중간재의 38퍼센트가 중국산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가용한 협력채널을 총동원”해 중국 측에 “부품기업 생산재개 요청”을 하겠다고 했다.

이 시국에 르노삼성에서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회사 위기 책임 전가 중단하라 ⓒ이윤선

전 세계 기업들의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는 2005년 10퍼센트에서 2015년 20퍼센트로 늘었다. 그런 만큼 전 세계 자본가들도 중국 공장 가동에 이해관계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산이 얼마나 세계화돼 있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만큼 세계 자본주의에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중국 노동계급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점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4퍼센트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6.1퍼센트 성장해 29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더욱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한국은 수출이 올해 1월까지 14개월째 감소하며 경기가 악화해 왔다. 지난해 제조업 고용은 그 전해에 비해 9만 명가량 줄었다. 노동자들이 경기 침체의 고통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생산에 차질을 빚는 기업들에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주겠다고 하며 기업 지원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생산 차질을 빚는 기업들에게 기업당 수십억 원을 지원하겠다고도 한다. 2조 원에 가까운 정책금융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상반기에 올해 예산의 62퍼센트를 써서 경기 진작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정부는 평소의 몇 배로 오른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가격을 통제하자는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 큰돈이 드는 일도 아닐 텐데 말이다. 시장의 자유를 매우 중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올해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 예산을 114억여 원이나 삭감한 바 있다.

이들이 어느 계급의 편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 준다.

부품 국산화가 문제를 막을 대안일까?

최근 중국에서 생산이 중단돼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도 생산 차질이 벌어지자 부품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부품 국산화를 위해 관련 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얼마 전 금속노조가 낸 완성차 조업 중단에 관한 논평에서도 부품 국산화와 중소 부품기업 육성이 문제를 막을 대안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부품 국산화 같은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국가에 따라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하고 반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품 국산화 요구는 한국 노동계급이 중국 노동계급에게 등을 돌리게 하면서 한국 자본가들에게는 타협적인 태도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부품 국산화를 하려면 노동자들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협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가 노동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바람이 불던 때에 확인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처를 하자 문재인 정부는 국민 단결 기치를 내세워 기업 지원을 확대했다. 산업 안전 규제를 풀고, 노동시간 연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측에서는 정부의 이런 조처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정의당, 민중당 등 노동계 주요 조직들은 일본산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선 투쟁 조직에는 충분히 힘을 쏟지 않았다. 당시 현대자동차 지도부는 파업을 유보하기도 했다.

지금도 정부는 대규모 기업 지원과 반 노동 정책을 펼치고, 기업들은 회사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공격들을 하고 있다. 감염 우려 때문에 격리되는 노동자에게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소독 업무 등을 위해 인력 충원도 하지 않으면서 과중한 업무를 떠넘기고 있기도 하다. 르노삼성에서는 이 시국에 희망퇴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공격에 맞서려면 부품 국산화와 같은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기업주와 정부에 맞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부품 국산화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해 민족주의적 대안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계급 협조 강화라는 나쁜 효과를 낸다.

노동계급의 삶을 진정으로 개선하려면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 임금 인상, 일자리 등을 지키기 위해 기업주들과 지배자들에 맞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각국의 지배자들에 맞서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국제 연대도 확대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며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도 영감을 얻듯 말이다.

중국의 생산 중단 사태로 한국의 공장이 멈추는 상황은 노동자 투쟁이 국제적 힘을 발휘할 물질적 조건이 형성돼 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