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더한층 공격하고 싶어 한다.

시온주의[중동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세운다는 정치 신조] 반대를 반유대주의(유대인 혐오)라고 모략하는 마녀사냥이 새로운 표적을 향하고 있다. [영국의 친(親)이스라엘 주간지] 〈주이시 크로니클〉은 인종차별 반대 교육 단체 ‘인종차별에 레드카드를’이 인종차별 반대 학생 작품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영화 감독 켄 로치와 시인 마이클 로젠을 선정한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비방꾼들이 여기에 호응해 아우성을 쳤다. 그중 하나인 TV 진행자 레이첼 라일리는 “유대인 혐오라는 게 없다고 주장하며 유대인을 혐오하는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마이클 로젠이 유대인 혐오자라는 비방은 정말이지 터무니없다. 로젠의 방대한 작품들이 다루는 주요한 주제 하나가 바로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이다. 그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 로젠의 최신작 《실종》은 제2차세계대전 동안 나치에게 살해당한 자기 친척들이 겪은 일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로젠이 당하는 터무니없는 비방은 1990년대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블레어[1994~2007년 노동당 대표와 총리를 지내며 신자유주의를 적극 실행함] 추종자였던 당시 전국학생연합(NUS) 회장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창립자인 토니 클리프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부정론자라고 비방했다. 클리프의 반려자이자 클리프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인 하니 로젠버그가 홀로코스트 때 희생된 자신들 가족의 명단으로 여기에 응답하자 NUS 회장은 비방을 철회했다.

켄 로치는 유대인이 아니지만 사회주의자이자 국제주의자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그가 표적이 된 이유는 로젠이나 현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강탈과 억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앞에서 말한 레이첼 라일리 같은 자들이 망신을 당하고 비방을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라일리는 노엄 촘스키에게도 홀로코스트를 부인한다는 비방을 퍼부은 바 있다.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인 촘스키는 유대인 혐오로 몸소 고통받은 바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비방이 판치는 것은 단지 SNS 활동의 자가 발전적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유대인 기득권층과 그들이 발행하는 언론을 넘어 주류 정당으로도 깊숙이 손을 뻗친 친이스라엘 세력은 지난해 12월 영국 노동당 총선 패배로 큰 승리를 거뒀다. 시온주의에 반대한 최초의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을 유대인 혐오자로 몰아붙였던 중상모략 캠페인은, 그것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에도 코빈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데에 일조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됐다. 이제는 똑같은 비방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좌파적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를 겨냥한다.

사실 샌더스의 이스라엘 비판은 코빈보다 훨씬 온건하지만, 샌더스가 계속해서 많은 지지를 받으면 샌더스가 유대인 혐오자라는 비방도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켄 로치와 마이클 로젠에 대한 공격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서 시온주의 반대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시도다.

코빈을 유대인 혐오자라고 비난하는 자들이 [새로운 표현까지 동원하며] “유대인 인종차별”을 자주 들먹이는 것은 흥미롭다. 물론 현대의 유대인 혐오는 인종차별의 한 형태다. 그러나 그들은 코빈 같은 사람들이 인종차별 반대를 외칠 자격이 없다고 암시하려고 그런 표현을 쓴다.

물론 이는 부조리의 극치다. 제러미 코빈, 켄 로치, 마이클 로젠 모두 유대인 혐오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싸워 온 훌륭한 전력이 있다.

영국 유대인대표위원회나 그 밖의 친이스라엘 유대인 기득권층은, 여전히 주요 유대인 혐오 세력인 극우파에 가장 잘 맞서 싸우는 자들이 시온주의 반대자들이고 그들이 [유대인 혐오에 맞서] 시온주의자들과 종종 함께한다는 당혹스러운 사실에 오랫동안 허둥대 왔다.

그러나 아무리 부조리한 것이라도 유리한 조건이 갖춰지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시온주의 반대가 곧 유대인 혐오라고 거짓말을 퍼뜨리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코빈의 패배는 그들에게 바친 큰 제물이었다. 그들은 이제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들이 좌파(단지 혁명적 사회주의자만이 아니라 노동당 좌파까지 포함된다)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붕괴할 것이다. 이 운동은 흑인들과, 피부색·배경을 불문하고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수십 년 동안 싸운 결과물이다. 얼마 전 나는 런던 버스에서 어떤 젊은 흑인 여성이 정통파 유대교인 남성을 괴롭히던 취객에게 면박을 주는 광경을 보았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기백이 바로 그런 것일 테다.

그러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정치적 추동력은 좌파에서 왔다. 그러므로 이 마녀사냥꾼들을 패배시키는 것이 사활적이다. 그러려면 켄 로치나 마이클 로젠 같은 좌파 인사들을 단호하게 방어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코빈 비방에 대응해 노동당이 그랬던 것처럼 태도를 굽히거나 수세적이어서는 안 된다. 팔레스타인 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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