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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공산당 강령 개정:
‘반反아베’ 연립정권 위해 부르주아 야당들과 손잡으려는 시도

일본공산당이 1월 14~18일 28차 당대회를 열어 2004년 이후 16년 만에 당 강령을 일부 개정했다. 일각에서 올해 조기 총선(중의원 해산)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가운데 말이다.

일본공산당 지도부는 같은 당대회에서 “2022년(차기 중의원 선거)까지 ‘야당 연립정권’ 실현”을 당의 방침으로 채택했다. 이 점에서 드러나듯이, 일본공산당 지도부는 부르주아 야당들과 함께 ‘반反아베, 반反자민당’ 연립정부를 세우려고 강령을 개정한 것이다.

중국 문제

이번 일본공산당의 강령 개정에서는 중국에 대한 견해 변화가 눈에 띈다. 이전에 일본공산당은 중국의 이른바 ‘시장경제를 통한 사회주의 실현’ 노선을 높이 평가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당 강령에서는 중국의 대국주의·패권주의를 전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 강령은 “일부 대국에서 강화되는 대국주의·패권주의가 세계 평화와 진보에 역행하고 있다”며 “미국과 그 밖의 대두하는 대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세계와 지역에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중대한 사안이다” 하고 적시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중국을 비판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일본공산당의 개정 전 강령에서는 옛 소련 등 동구권의 몰락을 진정한 사회주의에서 이탈한 “패권주의, 관료주의, 전제주의의 파산”으로 규정하며, 중국을 “자본주의에서 탈피한” 국가들 중 하나로 명시했다. 따라서 21세기 중국의 정치·경제적 체제 운영 시도는 “‘시장경제를 통한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사회주의를 향한 새로운 탐구”이고 중국이 “21세기 세계사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가 되려” 한다며 높이 평가했었다. 이번 개정 강령에서 이런 문구들은 모두 삭제됐다.

당대회 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당대표 시이 카즈오는 중국 공산당과 자신들 사이에 “공통된 정치적·사상적 입장은 없으며, 핵무기에 대한 태도나 패권주의적 행동, 인권 침해는 ‘공산당’의 이름값을 못하는 행동”이라고 적극 비판했다.

올해 1월 일본 공산당 당대회 ⓒ출처 일본공산당

물론 중국을 “사회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중국이 사회주의라면, 세계 2위의 경제력과는 상반된 형편없는 보건의료체계로 인해 수많은 대중이 코로나19에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제국주의 국가로서 미국과 경쟁하고, 이 때문에 동아시아 불안정이 깊어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공산당이 어떤 맥락과 의도 속에서 강령에서 중국에 대한 견해를 수정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금 일본 지배계급은 중국의 부상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 2위에 오른 중국의 군사력 증강 노력은 일본 지배자들에게 큰 위협이다. 중국은 냉전 시절부터 일본 기업들이 주름잡아 온 동남아시아에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키워 왔고,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구축하려고 애쓰고 있다. 또한 일본과는 댜오위다오(센카쿠)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만이 중국을 경계하는 게 아니다. 입헌민주당 같은 부르주아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일본공산당의 중국에 대한 당론 수정은 미래의 연립정부 파트너들에게 자신들도 국정 수행 동반자로 삼을 만한 정당임을 피력하려는 의도가 담긴 듯하다.

부적절한 타협

중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경쟁 속에서 좌파는 양측 지배자 둘 다 지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서 자국 지배자들에게 대항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즉, 일본 좌파라면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앞세워야 하는 것이다.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말했듯이, 노동계급에게 주적은 국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공산당의 최근 당대회 결정은 우려스럽다. 연립정부 수립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 비판 문제에서 부르주아 야당들과 부적절하게 타협할 여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공산당이 연정 구성에서 최대 동맹으로 여기고 있는 입헌민주당 내에서는 이념 차이를 이유로 일본공산당과 선거연합은 해도 연립정부까지 구성하는 것은 내키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법 크다.

그런 가운데 일본공산당은 이번 당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결의문도 채택했다. 강령에 명시된 미일안보조약 파기, 헌법9조 완전 실시, 자위대 해산 등은 자신들의 독자적 견해일 뿐 이를 “(연립)정권으로 가져갈 생각은 없다.”

게다가 아베 정권이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등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못한다”며 비판했다. 댜오위다오는 19세기 말 일본 제국주의가 중국과 한반도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차지한 영토이다. 일본공산당이 이런 영토 문제에서 중국에 “할 말을 제대로 하라” 하고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민주당

일본공산당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진보정당이다. 과거 전성기에 견줘 구독자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이 구독하는 일간 신문까지 낼 만큼 저력이 있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때 일본 민주당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불만과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이 대거 입당했다.

그런 일본공산당이 민주당의 후신격인 부르주아 야당들과 연립정부 구성을 목표로 손잡으려는 것은 우려스럽다.

일본 민주당은 자민당에 대한 대중의 실망에 힘입어 2009년에 집권했다. 이때 민주당은 ‘탈미입아(미국 중시에서 벗어나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선함)’,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 증세 없는 복지 등을 내걸며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 2012년 권력을 잃을 때까지 일본 민주당 정부는 대중의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 복지 정책은 대거 후퇴했고,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소비세는 인상하는 등 경제 위기의 책임을 대중에게 전가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려고 자위대의 기동력을 강화(‘동적방위력’ 강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의 패권 전략에 적극 호응했다.

그 후 민주당은 추락을 거듭하면서 정권을 자민당에 다시 내주고, 여러 정당으로 쪼개졌다.

일본공산당이 강령을 개정하자 이에 호응하듯 선거연합 파트너의 하나인 국민민주당 오자와 이치로가 일본공산당에 손을 내밀었다. 오자와가 지난 2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정치학교에 일본공산당 대표 시이 카즈오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 것이다.

그러나 일본 공산당이 이런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일본 노동자 대중의 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하는 데서도 마찬가지다.

필자 최미선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일 통역을 전공한 전문 통번역사다. 번역한 책으로는 《세계경제와 제국주의》(니콜라이 부하린, 책갈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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