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독일에서 열린 나치 반대 시위 ⓒ출처 Aufstehen gegen Rassismus

2월 20일 저녁 독일 전역에서 수만 명이 추모 행사와 시위에 참가했다. 극우 테러리스트 한 명이 독일 중부 하나우시(市)의 물담배 바와 카페에서 이주민 출신자 아홉 명을 살해한 일 때문이었다.

이런 짓을 자행한 토비아스 라티엔은 사건 후 자택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라티엔이 살해한 그의 모친 시신도 같이 발견됐다.

수백 명이 하나우에 모여 침묵 속에서 희생자들에 연대를 표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도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인종차별에 분노하라”, “다시는 안 돼”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나치 꺼져라” 하는 구호를 외친 사람들도 있었다.

베를린의 다문화 지구 노이쾰른에서는 수천 명이 집회를 했다.

그 외에 약 45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라티엔은 범행 전 인터넷에 성명을 발표해 “우리 안에 섞여 있는 인종과 문화”를 “완전히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대인 혐오적 음모론을 폈다.

심지어 미래 전쟁에서 국가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라티엔은 인구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은 나라 25곳을 열거했다. 아시아 대륙의 절반, 여러 북아프리카 민족들, 이스라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라티엔은 혼자서 범행했지만, 이를 단지 단독 범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도자 몇몇이 부추긴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만하다고 나치와 파시스트들이 느끼게 하는 사회적인 조건이 있다.

지난 몇 달간 거의 매주 극우 테러리스트 네트워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됐다.

2월 14일 경찰은 테러 조직으로 의심되는 우익 단체 구성원 12명을 체포했는데, 그중에 현직 경찰관도 있었다. 이들은 모스크에 대한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 1970년대 이래 우익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229명이다. 우익 테러리스트들은 폭발물 공격(123건), 방화(2173건), 납치(12건), 무장강도(174건)도 저질렀다.

‘독일을 위한 대안’의 부상에 힘입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네오 나치인 세력이 1945년 이후 최초로 독일에서 확고한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다.

독일사회민주당(SPD) 정치인이자 독일 외무부 장관인 미하엘 로트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우익 테러리스트 세력의 정치 기구”라고 옳게 지적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이 의회에 입성한 2017년 총선 당일 저녁에 당수 외르크 모이텐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서 겸양은 미덕이 아니다.”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세력은 ‘독일을 위한 대안’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성 정치인들과 대다수 언론들이 인종차별적 적개심을 부추기는 데에 일조했다.

이슬람을 테러리즘, 여성 차별, 성소수자 혐오, 유대인 혐오 등 부정적인 편견과 결부짓는 것이 이런 인종차별 선동의 핵심이었다.

독일 극우 진영은 부르주아 “중도”의 인종차별을 극단으로 밀어붙여서 사회적 담론을 훨씬 더 오른쪽으로 견인할 수 있다. 이들의 선동에 고무된 나치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그런 선동을 행동으로 옮길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하나우시(市) 테러 가해자가 물담배 바를 노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물담배 바를 “외국계 폭력배”의 온상으로 범죄시하고 비방하는 것은 무슬림과 이주민 출신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선동의 일환이었다. 물담배 바 공격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점차 심해져 왔다.

‘독일을 위한 대안’뿐 아니라 집권 세력인 보수 정당과 사민당 정치인들도 인종차별적 편견을 퍼뜨리는 데에 거듭 가담했고, 조직 범죄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물담배 바를 단속했다. 이번 테러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인종차별

물담배 바를 둘러싼 인종차별적 담론은 이번 테러에 대한 언론 보도에도 반영됐다. 수많은 언론은 이를 “총격전”이라 보도하거나, 은근히 어떤 “파”나 범죄 조직 간 분쟁이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국가기구는 인종차별과 나치 테러에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없다. 국가기구도 문제의 일부다. 지난 몇 년 동안 폭로된 수많은 정치 스캔들은 경찰·군대·정보기관·사법부에 극우 조직과 네오 나치가 얼마나 많이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 준다.

국가기관은 나치를 저지하기보다는 반(反)파시즘 운동을 탄압하는 데에 훨씬 열심이다.

네오 나치 단체나 정당을 해산하거나 불법화하라는 요구도 나치를 저지하는 데에 효과적이지 않다. 독일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정치적 신념을 금지해서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20년대에 독일 정부는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나치]을 불법화해 그들의 부상을 저지하려 했다. 당 기관지 발행까지 금지했다. 그럼에도 나치의 부상을 저지할 수 없었다.

오늘날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선 단호한 투쟁은 시대적 과제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광범한 대중 시위와 저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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