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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희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영국 노동당 당대표 선거

[  ]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가 덧붙인 것이다. 

영국 노동당 당대표 선거는 왜 이리 암울한가? 명백히 문제는 후보진에 있다. 이 선거는 예비 ‘브렉시트 장관’[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담당하는 장관] 키어 스타머와 좌파 측 후보 레베카 롱베일리의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스타머는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끈 노동당의 좌경화를 고수하겠다고 말한다. 별로 믿을 만한 얘기는 아니다. 스타머는 2016년 당내 우파의 실패한 반(反) 코빈 ‘쿠데타’에 동참한 자다. [2016년 노동당 예비 내각 성원이 대거 사퇴하고 노동당 의원단이 코빈 당대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지만, 기층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코빈이 다시 당대표 선거에서 압승하는 일이 있었다.]

스타머는 여전히 코빈 지지가 우세한 평당원층 표를 얻으려고 왼쪽 깜빡이를 켜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노동당 우파 블레어계(系) 핵심 인사들은 스타머의 승리를 점치며, 그가 좌파 정치에서 슬금슬금 후퇴하길 기다리면 된다고 믿는다.” 달리 표현하면, 그들은 스타머가 예전에 닐 키녹이 걸었던 길을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1983년 노동당 당대표가 된 닐 키녹은 전임자 마이클 풋의 좌파 지도부 하에서 좌경화한 노동당을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끌었다.

유감스럽게도 롱베일리는 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코빈이 개인적으로 굳건하게 버텨 왔던 두 쟁점에서 롱베일리는 빠르게 굴복했다. 베일리는 영국의 핵무기 사용을 재가할 것이라고 했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정책, 그 토대를 둘러싼 상황을 인종차별적이라 표현하는 것”이 “유대인 혐오”라는 데 수긍했다. 다시 말해, 롱베일리는 우경화하고 있다.

노동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레베카 롱베일리 ⓒ출처 제러미 코빈(플리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근저에 있다. 먼저, 노동당 좌파가 여전히 매우 취약하다.

좌파인 코빈과 예비 재무장관 존 맥도넬은 수십 년 동안 평의원석에 머물며 따돌림당하고 경원시되던 인물이었다.

2015년 총선 패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신노동당*의 실패로 그들은 기회를 얻었다. 전쟁과 긴축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급진화한 사람들이 코빈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이런 급진화 덕분에 그를 지지하는 수십만 명이 당에 가입하면서, 노동당은 유럽에서 가장 큰 정당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 지지는 대체로 수동적이었다. 물론 당내에서 코빈의 기반을 결집하는 ‘모멘텀’이란 조직이 부상해 4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거느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멘텀은 우파의 코빈 공격에 물러섰고, 지지자들을 주로 노동당 선거 유세에 동원했다.

2017년과 2019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내건 좌파적 공약은 모두 위에서 나왔다. 그런 공약이 평당원층을 고취시켰을 수는 있지만, 이는 공통된 이데올로기와 전략으로 무장해 다양한 사회·정치적 투쟁을 벌이는 조직 좌파가 성장하는 것만큼 강력하지는 않았다.

둘째로, 더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당의 존재 이유가 선거 승리라는 데에 있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표를 되찾는 것이 노동당의 우선순위가 된다. 좌파 지도부가 매우 우파적인 보수당에게 패배한 현 상황에서 이는 중도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이 그토록 자주 거론되는 것이다. 이 “당선 가능성” 논리는 부분적으로는 여성 차별적 요인들로 인해 스타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스타머는 과거 검찰총장을 지내고 기사 작위까지 있는 기득권층 인물이다.

이런 선거공학적 논리를 보면, 코빈의 선거구인 북(北)이즐링턴의 노동당 지부가 스타머를 지지한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전(前) 모멘텀 전국 간사 로라 파커가 다음과 같이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키어 스타머를 지지한다. 그는 당 통합을 핵심 과제로 여기며 우리의 핵심 정책을 유지할 것을 분명하게 약속했다… 나는 키어가 우리에게 한 열 가지 맹세를 지킬 것이라 믿는다. 언행 불일치는 그에게도 자멸적일 것이다.”

순진한 태도다. 당대표 초기에 닐 키녹은 마이클 풋에게서 물려 받은 좌파적 정책으로 선거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사석에서는 심복인 피터 맨덜슨에게 그 정책들이 “쓰레기”라고 말했다. 키녹과 맨덜슨은 힘을 합쳐 좌파적 정책을 폐기했고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으로 가는 길을 놓았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전성기를 누린 1980년대나 1990년대와는 매우 다르다. 세계 곳곳에서 신자유주의적 중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중도로 향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보리스 존슨은 우경화해서 승리했고 이제는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은 “당선 가능성”이란 신기루를 쫓다가 많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처럼 선거에서조차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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