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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학교 휴업 :
학교 노동자와 개별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2월 26일 현재, 코로나19 감염자가 1200명을 넘어섰다. 2월 23일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교육부는 전국 유초중등 학교 개학을 일주일 연기했다. 개학이 추가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개학 연기 기간에도 초등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교실을 확대 운영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2020년 신입생들까지 포함해 돌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돌봄교실 신청자가 급증해 돌봄교실 수용 인원을 초과할 수 있다.

2월 25일 학교의 코로나19 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 ⓒ제공 공공운수노조

물론 학교 휴업 기간에도 한부모나 맞벌이 부부의 자녀 등 여전히 학교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다. 휴가를 낼 수 없거나 휴가를 내더라도 무급휴가인 노동자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맡기고라도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모이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을 고려하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학교 가정통신문을 통해 ‘가족돌봄휴가제’를 적극 활용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휴가를 쓸 수 있을까. 게다가 가족돌봄휴가제는 무급이고 최장 10일을 쓸 수 있을 뿐이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이 ‘유급’ 가족돌봄휴가제를 보장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학교 휴업 기간에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지만 대다수 교직원들은 출근해야 한다. 교육공무직과 비정규직 강사 등에 대한 출근 정지 지침을 내리지도 않았다. 이들도 학생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노동자로서 감염 예방의 대상인데 말이다.

이 때문에 교직원 스스로 개인휴가를 사용해 자기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 학교에서 교직원 간 감염이 벌어지면, 학생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사회에 또 다른 대량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 벌써 대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교사가 교직원 워크숍 등에 참여해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정부는 교직원들의 출근을 강제하지 말고, 돌봄교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 출근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더 일찍이 추진하고 이에 맞게 전일제 돌봄전담사와 전용 돌봄교실을 충분히 늘리고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전일제화했다면, 이런 재난 시기에 ‘돌봄 대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

한편, 정부는 학교 휴업 기간에 돌봄교실을 확대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코로나19로부터 학교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에는 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돌봄교실에 지원되는 마스크, 손소독제 등의 방역 위생용품조차 학교에서 알아서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충남에서는 일반 교실에 지급되는 손소독제를 돌봄교실에는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교육공무직본부 보도자료).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1인당 고작 5000원의 방역 물품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 학교에서 준비해야 하는 마스크만 해도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어 경기도의 학교 4곳 중 1곳은 마스크가 부족한 형편이다.

개학 이후에도 방역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학교 현장에 마스크, 손소독제, 체온측정기 등 방역용품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또, 학교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1일 2회 발열 체크, 손씻기 교육 등의 지침만 내렸을 뿐이다. 그러나 의료 전문인이 아닌 돌봄전담사들이나 담임 교사들에게만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건 교사들조차 코로나19 확진 환자 대응 매뉴얼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의 안전을 지원할 수 있는 공공 보건 전문 인력과 전담 공공 의료기관이 시급히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돌봄전담사들은 아파도 쉴 수 없다. 이들은 상당수가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처우가 열악하다. 정부는 개학 연기 기간에도 돌봄전담사 근로 사항을 방학 중 근로에 준해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렸을 뿐 책임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학교가 기간제교사의 계약 기간을 3월 9일 개학 이후로 잡아 실업수당과 퇴직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2월 말부터 방과후학교 수업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임금 손실도 상당하다. 재난으로 인한 방과후학교 휴업 시 강사료 보전 대책을 마련하고, 비정규직의 온전한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학교 노동자들에게 유급휴가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학교 휴업 조처만 내릴 게 아니라 비상한 사태에 걸맞은 지원을 해야 한다. 일선 학교의 교사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는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