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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정부 위기가 더 심화되다

대구에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구, 부산, 서울 등지에서 모두 교회의 대형 예배가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천주교가 미사를, 대형 개신교 교회가 예배를 취소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도 집회를 취소했다.

사스 때 노무현 정부,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비난을 받았었다. 특히, 박근혜는 메르스 유행 직전에 한 발언 때문에 더 욕을 먹었다. 메르스가 중동발 감염병인데, 박근혜는 구직 중인 청년들을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으로 보내자”고 했었다.

박근혜만 말실수를 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은 2월 13일 재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가 “곧 종식”될 것이니 경제 활동을 재개해 달라고 했다. 직후 대구에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2월 25일 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는 사람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대구 봉쇄”를 실시한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를 수습하려고 문제의 발언 당일 오후 문재인이 대구를 직접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다. 다음 날 홍익표는 당직에서 물러났다.

2월 25일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 ⓒ출처 청와대

총선 때문에 곤혹스러운 여당

오만불손하던 여당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총선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경제 위기, 지정학적 불안정, 코로나19 사태 등이 결합된 정치 위기 상황에서 정권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을 치러야 한다. 우파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탄핵 청와대 온라인 청원이 40만 명을 돌파했다.

문재인은 득표를 위한 인기 영합 행보도 해야 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위기 관리 능력도 지배계급에 보여 줘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사회 안정 문제에 경제 문제까지 겹쳐 있어서 더 그렇다.

중국 내 생산 차질로 대중국 수출·수입을 포함해 국내 제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심지어 방역 마스크의 핵심 재료인 필터도 국내 제조 공장 다수가 중국산을 사용해 왔는데, 중국 측 공급이 끊긴 상황이다.) 감염 공포와 경제 타격이 결합돼 국내 소비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특히 영세 자영업과 소기업에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어떤 정부도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연일 “비상 국면,” “특단의 대책”을 부르짖는 이유다. 문재인 자신이 재계 총수들을 직접 만나고 다닌다. 2월 20일 정세균 총리 주재로 민관합동 확대 무역전략조정회의를 열었다. 기존에는 산업자원부장관이 주재하던 회의였다. 이 회의에는 경제5단체장, 업종별 협·단체장, 수출지원기관장, 국책 연구기관장, 16개 시·도 부단체장 및 중앙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했다. 정부와 재계의 위기감을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총 26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유동성) 지원, 세제 지원, 안정적인 원·부자재 확보 노력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미국에 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용범은 지금 상황에선 추경 여부가 아니라 규모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균형재정론에 입각해 복지예산 늘리기에 짜게 굴던 정부가 긴급 지원으로 기업에게 돈 쓰는 건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산업 활성화(“혁신 성장”)가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해 왔으면서도 백신 개발에 대규모 투자하겠다는 말은 (특단의 대책에는) 없다.

그 대신에 ‘내수 진작을 위한 사내 회식은 주 52시간제에 포함시키지 말자’ 따위의 건의(삼성 이재용)를 즉각 수용하는 걸 보면, 보통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중국 내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부분적인 공장 가동은 가능하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SK 최태원).

일감이 줄어서든, 감염 의심 때문이든, 가족이 감염돼서든, 유치원·어린이집을 쉬어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처지 때문이든, 제대로 출근하기 어려운 조건의 노동자들에 대한 (유급휴가 등) 지원은 “특단의 대책” 가운데 거론되지 않았다. 감염병 확산 과정에서 자가 격리는 타인을 위한 행동인데도 말이다.

대형 마트 방문 구매나 외식이 줄면서 배송 노동자의 일이 많아지고, 방문 노동자의 위험도도 커지는데 이들을 위한 조처에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감염 확산을 막지도 못한 정부가 가짜뉴스 단속에는 엄포를 놓고, 문중원 열사의 농성과 108배 현장을 방해하는 등 집회와 시위를 제약하려 한다.

이처럼, 현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기업(공급자)을 위한 경기 활성화에 있다 보니 2월 중순 문재인은 경제 활동을 재개해 달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던졌던 것이다.


우파 야당의 호들갑

문재인 정부에 악재인 것이 ‘도로 새누리당’인 미래통합당에게는 호재다. 연일 그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안 한 탓”이라고 부르짖는다.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들이 중국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월 들어서야 시행한 후베이 지역에 대한 제한적 입국 제한 조처에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자신들이 집권당이었어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우파 정당이 매우 위선적이고 무책임하게 야당 효과를 누리려는 건 분명하다.(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허술하므로 공항에서부터 틀어막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파 야당의 취지는 그런 게 아니다.)

물론 우파 목사 전광훈이 오버하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은 어쩌면 괘씸죄일 것이다. 하지만 교회들의 대형 예배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도심 대규모 집회를 고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사회 안정 차원에서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다.

우파 야당이 추잡한 책략을 부린다고 해서 정부 대응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여당 안에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얘기가 다시 나왔다. 여당의 과잉 반응이다. 야당의 반대로 추경 예산이 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긴급 명령을 발동하겠다는 것인데, 지금은 정부의 추경 예산(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저 여당은 우파 야당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협조적이라는 이미지를 유포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모두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이 추경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자신들의 표밭인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추경예산 집행이 만에 하나라도 여당에게 유리한 소재가 되는 건 막으려 한다. 통합당은 중국인 입국 문제로 문재인 책임론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극적인 여야 합의 모양새로 추경을 통과시키려 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선거에서 자신들 덕에 통과된 예산이라고 홍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패한 방역에 관해서는 중국 문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고 말이다.

요컨대, 정부 여당부터 야당들, 기업주들까지 모두 현 감염병 확산 사태를 장차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데에 진정한 관심이 있다. 사회 운영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것은 노동계급 사람들이지만, 이 사회의 지배자들은 이들의 생명과 안전에 별 관심이 없다. 물론 일을 시켜야 하므로 노동력 상품의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안전 정도에만 관심이 있다.

서울역에 마련된 열화상카메라 ⓒ조승진

마녀사냥: 신천지를 속죄양 삼다

집권 여당은 야당 탓만으로 한계가 있으니 종교 집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복지부장관 박능후도 국회에서 책임 전가 발언을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천지예수교회 비난에 나선 걸 보면, 그가 친문의 조직적 언론 플레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울 듯하다. 민주당에 계속 빈정대는 진중권도 신천지가 북한이나 NL운동권과 비슷하다며 애먼 사람들에 대한 공포를 부추긴다.

과천 등 대규모 예배 참가자들의 전수 조사를 위해 불가피한 면도 있겠지만,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모두 신천지 교회에게서 강제로 신도 명단을 받아냈거나 그러려고 한다. 그런데 사이비 종교 범죄 집단 취급하면서 교인 명단을 내놓으라고 하면 누구도 협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케이스가 될 수도 있는 서울 명성교회에는 여당이 그런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개신교 주류에 속하는 초대형 교회 명성교회의 부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감염 의심 단계에서도 수천 명 규모의 예배를 보고 교회 내 식당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감춘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이 신천지와는 딴판이다.

무엇보다도 감염 확산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 실패를 특정 집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다. 신천지 교회 지도자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왔더라도 그 교인들을 마치 바이러스 유포 범죄자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의 구원파 때려잡기가 떠오른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누가 됐든 환자이자 감염병 확산의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다.

게다가 사무직·제조업 노동자들 모두 매일 대형 시설에 집결하고 밀폐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이런 집결이 위험하다는 건 정부가 초·중·고 개학을 연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제반 사회적 조건을 고의로 방치하면서 특수 집단 탓을 하는 건 기만이다.

공교롭게도 두 교회 사례는 경상북도 청도의 대남병원이라는 장소로 연결된다. 최근 확산된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에 이 병원이 공통으로 등장하는데, 대구 확산 사태 직후 이 병원 장기 입원 환자 중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7명이나 나왔다.

이 병원의 시설 구조와 운영이 순전히 상업적 목적에 맞춰져 있어서 방역에 특히 취약하다고 한다.(공공 보건소가 이 건물에 입주해 일반 병동, 요양원, 정신병동, 편의시설 등이 한 통로로 연결돼 있다.) 이 병원을 소유한 일가족이 부산에서도 비슷한 병원 운영을 하다가 징계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신자유주의 부패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문제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물론 교회들이 부적절하게 대규모 예배를 유지한 것은 주로 헌금 수입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경제 활동보다 기업주들이 안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더 강조하는 게 감염 확산 방지에도 유용했을 것이다.


독자적 대책 요구

문재인 정부는 사람들의 공포감을 이용해 초당적 협력 분위기를 강요하지만 이처럼, 그들이 내놓는 대책들은 모순투성이이다.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적) 성격 분석과 현 상황 진단이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선거 논리에서는 민주당의 실책과 불리한 입지가 제1야당(우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자체가 우경화한 결과로 우파 야당이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므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공식정치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런 때 노동운동과 진보·좌파가 필요한 정부 비판과 함께, 효과적인 방역 대책과 노동자 안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 차악론에 갇히지 않고 노동계급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