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와 수사를 막는데 올인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공개도 수사도 불법 ― 소위 ‘독수독과’ 이론 ― 이라고 말한다. 오직 불법 도청 행위만이 수사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르주아 법논리로 보더라도 ‘독수독과’ 이론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다. 또, ‘독수독과론’은 수사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지, 확인된 내용에 따른 수사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 대검찰청 연구관들의 보고서조차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 역시 위선적 ― 계급차별적 ― 이다. 삼성이 온갖 불법 도청·미행·감시·납치·폭행 등으로 ‘무노조 신화’를 유지하는 동안 삼성 노동자들의 ‘사생활’은 아예 풍비박산이 났다.

노조활동가의 위치를 핸드폰으로 추적하고, 노조사무실을 24시간 도청하고, 심지어 어린 딸까지 미행하는 게 삼성의 ‘노무관리방침’이다. 조·중·동은 이러한 ‘사생활’ 유린 행위에 단 한번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사실, 이건희 같은 지배자들의 ‘사생활’ 대부분이 로비나 연줄 형성 따위와 구분이 안 된다. ‘골프 회동’에서 골프만 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옷로비 사건’ 때는 ‘봉사 활동’이 청탁과 로비의 통로였다.

노무현은 내용은 공개하되 수사는 검찰에 맡기자고 한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면 특검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이미 충분히 ‘미진’하다. 사실, 검찰 자신이 ‘커넥션의 일부’이자 ‘피의자’다. 테이프 하나에서 드러난 ‘삼성 장학생’만 열 명이다. 이번 수사팀도 대부분 삼성 법무팀과 친구, 동기 사이로 얽혀 있다. 열우당의 특별법이 내용 공개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데에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처럼 특별법 ― 열우당과는 다른 ― 과 특검 모두가 필요하다.

물론 ― 지난 ‘옷로비’ 특검에서 그랬듯 ― 특검이 완전한 진실 규명과 처벌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검 역시 기성체제와 지배자들이 가하는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우파 야당 ― 구체제의 후예 ― 이 특검의 주도권을 쥘 공산이 크므로 진실 규명과 관련자 처벌이라는 핵심을 비켜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9일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던 한나라당은 겨우 이틀만에 ‘위헌 여부’ 운운하며 특검법 물타기로 선회했다.

따라서, 관건은 독립적 대중 행동이다. 특히, 사건의 ‘몸통’ 이건희의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요구하며 싸울 필요가 있다. “상습범” 이건희는 이번에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이 옳게 지적했듯이, ‘정·경·언’ 유착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자들이 적극 나서야만 운동이 실질적 동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 의식과 자신감 성장에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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