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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표결 없이 연금 개악 강행하려는 프랑스 정부

프랑스 정부가 국회 표결 없이 연금 개악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자, 2월 29일 저녁 프랑스 전역 도시에서 맹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프랑스 총리 에두아르 필리프는 연금 개악안이 헌법 49조 3항[정부가 긴급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직권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에 따라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해 내각을 총사퇴시키지 않는 한 연금 개악안은 자동적으로 통과할 것이다.

파리, 몽펠리에, 마르세유, 디종, 툴루즈, 르망, 니오르, 그르노블, 메스, 릴, 아비뇽, 보르도, 베지에 등 프랑스 전역에서 즉각 시위가 벌어졌다. 르아브르에서는 시위대가 필리프의 선거 사무소에 돌을 던지고, 벽에 구호를 휘갈겨 쓰고, “필리프를 격리하라” 하고 외쳤다.

프랑스 정부의 49조 3항 발동과 연금개악에 반대하며 파리를 행진하는 시위대 ⓒ출처 revolution permanente

파리 오페라 단원들과 국립 극장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보르도에서 시위에 참가한 교사 아가트는 이렇게 말했다. “천인공노할 일입니다. 이런 반민주적 행태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2월 29일에 정부는 연금 개악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는 것조차 가로막았습니다.”

헌법 49조 3항 발동은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한다며 열린 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 정부는 보건상의 우려를 구실로 시위를 불법화하려 할 수 있다.

이미 5000명 이상 참가하는 옥내 집회는 모두 금지됐다.

수많은 프랑스 노동자들이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연금 개악에 맞서 12월 5일부터 투쟁을 벌이고 있다. 거대한 파업과 시위가 이어진 이번 투쟁은 지난 수십 년 이래 프랑스의 최장기 노동자 투쟁이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노조 지도자들은 지속적이고 단결된 저항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들은 3월 15~22일 지방선거 이후에 열릴 3월 31일 파업 전까지는 전국 파업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 지도부가 예상한 일정표는 헌법 49조 3항 발동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노조 지도부는 더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비칠 것임을 안다.

3월 1일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위원장 필리프 마르티네스는 “다음 주부터” 다시 노조가 행동에 나선다고 선포했다.

필리프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태도는 괘씸하다.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다.”

4개 노조 연맹과 청년 단체들의 협의체는 3월 2일 회의를 소집했다.

이미 3월 5일 고등교육 부문의 행동,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주요 시위들, 3월 14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대규모 노란 조끼 시위, 3월 16일 철도 파업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마크롱의 개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확대

반자본주의신당(NPA) 지도자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달력 여기저기 흩어진 행동 일정이 아니라 한꺼번에 파업에 돌입해 며칠 연속 파업을 확대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물리치료 노동자 로랑은 이렇게 말했다. “지도부의 말은 이제 지겹습니다. 미리 적당히 짜 놓은 행동 일정과 [선거로 확보한] 국회의원들의 수정안 발의로 마크롱의 공격을 막겠다는 지도부의 발상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총파업만이 승리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파업은 투쟁에 참가한 다른 모든 부문들과 손 잡아야 합니다.”

마크롱은 저항을 분열시키려고 “이슬람 분리주의”[종교적 이유로 프랑스의 문화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주장]를 척결하겠다고 나섰다. 마크롱은 노동자들의 시선을 그들의 진정한 적에서 돌리고, 파시스트인 마린 르펜에게 빼앗긴 표를 되찾아 오길 원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는 르펜의 지독한 이슬람 혐오를 더 주류로 띄워 줄 뿐이다.

3월 21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이유다.

사회주의 단체 ‘계급 자주’의 회원 드니 고다르는 이렇게 말했다. “3월 21일 인종차별 반대 행동은 올해 특히 더 중요합니다. 점점 더 재앙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이주민과 함께 투쟁한다는 그 자체의 중요성을 넘어, 전체 운동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자본과 국가에 맞서는, 따라서 국제주의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계급 단결의 정치인가? 아니면 인종차별과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강력한 국가를 지지할 것인가? 어떤 주장이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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