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한계에 도달한 터키 아류 제국주의

브라질 마르크스주의자 루이 마우로 마리니는 1960년대에 “아류 제국주의”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했다. 마리니는 브라질 같은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발전의 동학을 이해하려 했다. 당시 브라질은 산업화하고 팽창하고 있었지만, 세계 주요 열강이 그은 경제·정치·군사적 한계 안에서 움직였다.

아류 제국주의 개념은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하 터키에도 꼭 들어맞는다. 지난 30년 넘게 터키는 상당한 제조업 경제국으로 발전했고 유럽연합 중심의 생산망에 통합됐다.

에르도안이 2003년 처음으로 총리가 된 이래 줄곧 터키 정치를 지배한 것은 이러한 산업 발전으로 새로이 부상한 독실한 무슬림 자본가들의 위세를 반영한다. 에르도안은 2011년 아랍 혁명을 기회로 삼아 국제 무대에서 터키의 주도권을 관철하려 했다.

그러나 이제 에르도안은 터키 아류 제국주의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011년 에르도안은 상당한 자원을 투여해 시리아의 바사르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하려 했다. 이는 완전히 실패했다. 처음에는 이란, 2015년부터는 러시아가 개입한 덕에, 아사드는 시리아를 어느 정도 다시 장악할 수 있었다. 잔존하는 시리아 혁명 세력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州)로 내몰렸다.

아사드의 교묘한 전술 중 하나는 에르도안을 압박하기 위해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구에서 시리아군을 철수한 것이었다. 시리아 정부군이 철수하고 남긴 공백은 쿠르드 민족주의 세력인 인민수비대(YPG)가 메웠다. 이들은 자결권을 위해 터키 국가에 맞서 수십 년 동안 투쟁해 온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정치적으로 연계돼 있었다. 시리아민주군(SDF)으로 포괄되는 세력을 이끈 인민수비대는 시리아 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를 토벌하는 미국의 군사 작전에서 핵심 동맹이 돼 주었다.

푸틴과 에르도안 ⓒ출처 kremlin.ru

그러나 아이시스가 붕괴하면서 아사드와 그를 지원한 러시아·이란의 영향력은 커졌다. 한편, 에르도안은 국경 지대에서 쿠르드 자치구가 공고해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2019년 가을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를 침공할 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터키와의 충돌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고 쿠르드족 자치구에서 미군을 철수했다. 인민수비대를 터키 침략군 손아귀에 떨어지도록 내버려 둔 채 말이다.

에르도안은 시리아에서 군사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에르도안은 인민수비대를 견제하거나 분쇄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동시에 터키군은 이들리브주에 잔존하는 반군 세력을 지원하려 한다. 러시아 공군력과 기술 지원을 등에 업은 아사드는 반군과 난민이 뒤섞여 밀집한 이 지역에 어마어마한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는 아슬아슬하게 러시아와 대치 직전까지 가고 있다. 2월 28일에는 터키군 34명이 이들리브주에서 폭격으로 사망했다. 터키는 아사드의 짓이라고 비난하지만, 이 폭격에는 십중팔구 러시아도 관여했을 것이다.

고통

터키 아류 제국주의는 자신의 확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에르도안은 리비아에도 파병했다.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정도만 간신히 장악한 유명무실한 리비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리비아에서도 러시아는 터키와 반대편에 서 있다. 러시아는 수도로 진군 중인 칼리파 하프타 장군의 반정부군을 지원한다. 에르도안은 리비아 정부와 협정을 맺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중해 해역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터키는 이 해역을 두고 그리스, 키프로스공화국, 이스라엘 등이 포함된 또 다른 블록과도 다퉈 왔다.

에르도안이 서방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미국의 전략·정보 웹사이트 〈스트랫포〉는 이렇게 지적한다. “터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주요 동맹들에게서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사인을 얻어내서 러시아가 되도록 빨리 이들리브주에서 충돌을 완화하게 하는 것이다.”

에르도안은 서구 열강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러시아를 가까이해 왔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산 S-400 방공 체계를 구입해 미국에게서 분노를 샀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지금, 에르도안은 미국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예컨대 에르도안은 이들리브주에서 러시아 공군력을 억제할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에르도안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터키에서 유럽으로 가는 것을 허용해서 유럽연합을 압박하려고도 한다.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인 에르도안의 처지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아류 제국주의 경쟁과 그 배후에 있는 열강 때문에 갈갈이 찢긴 시리아나 리비아 같은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피해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