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전주시 공무원이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과로사한 데 이어, 3월 2일 성주군청에서도 46세 노동자가 피로 누적으로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보건소 노동자들은 이미 1월부터 수원, 포항 등 곳곳에서 쓰러졌다. “내가 쉬면 다른 직원들이 고생한다”며 퇴원하자마자 사무실로 출근했다는, 미담인지 괴담인지 모를 얘기도 계속 나온다.

대통령 문재인은 한 달 전 보건소를 방문해 “방역하는 분들의 과로가 걱정돼 마음이 아프고 조마조마하다”며 “장기적인 인력 수급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말에 뒤따르는 인력 충원은 없었다.

2017년 말 포항 지진 이후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2019년 강원도 산불을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과로사 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나왔지만 아직도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인력은 태부족이다.

강도 높은 노동과 수면 부족, 높은 긴장감은 병원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한다. 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바이러스보다 과로사가 더 두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로는 면역력도 저하시키는데, 환자와 계속 접촉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는 물론이고 방역에도 커다란 위험이다.  

부족한 인력과 폭주하는 상담에 고통받는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떠안게 된 돌봄전담사 등도 과중한 업무에 고통을 호소한다.

공허한 권고

한편, 정부가 연일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도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곳곳을 누벼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뜻밖에 활황을 누리는 온라인 배달·택배 업계 노동자들이다.

감염 위험에 내몰리는 택배·배달노동자들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한 3월 2일 한 택배노동자가 물건을 배송하고 있다 ⓒ이미진

우체국 위탁 택배 등 대부분이 특수고용직이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이라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가 적용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 노동자들은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 방역 물품을 충분히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 수많은 물건을 만지고 긴 거리를 이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대면해야 한다. 마스크를 배송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진다. 

자가격리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야 하는 상황은 더 큰 문제다.

집안으로 들어가 케이블이나 정수기 등을 설치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비슷하다. 업체 측은 ‘알아서 조심하라’는 지침만 내릴 뿐 고객 접수를 직접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KT에서는 직원들을 반씩 나눠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실제로는 대부분을, 그것도 영업이나 케이블 설치·보수 등 고객을 대면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노동자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슈퍼 전파자’가 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이는 노동자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대중 방역 체계도 위협하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한술 더 떴다. 법무부가 자가격리자들에게 보낼 출국 제한 통지서를 집배 노동자들의 손에 쥐여 등기 우편물로 보낸 것이다. 등기 우편물은 반드시 본인에게 전달하고 확인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실제로 대구 집배 노동자들은 1명당 10~30명의 자가격리자들을 이런 식으로 대면 접촉해야 했다. 법무부는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비대면 전달로 방식을 바꿨다. 

특별연장근로와 무급휴직

반면, 정부는 재계의 고충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는 1월 말부터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시행했다. 인명 보호나 재난 대처 상황뿐 아니라 업무량 증가 등 기업주의 경영상 사유에 의해서도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게 한 개악이었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이 개악 시행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쳤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책 중 하나로 특별연장근로의 적극적 허용을 홍보했다.

그 결과 2월 22일 현재 특별연장근로 144건이 인가됐다. 이 중 22건은 중국 공장 가동 중단 때문에 국내 생산 물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경영상 사유’로, 재난 대처와 상관이 없고 이번 개악이 없었다면 허용되지 않았을 연장근로다.

나머지는 대부분 방역·검역 업무 또는 마스크나 손 세정제 생산과 관련된 것이다. 해당 업체 노동자들은 기존보다 주당 12~16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

물론 비상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나 이 경우조차 근본에서는 고용을 늘리는 것이 옳다. 그것이 해당 부문 노동자에게든 마스크가 없어 쩔쩔매는 대중에게든 이익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주만 웃을 일을 선택했다.

한 쪽에서 이렇게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다면, 다른 한 쪽에는 돈벌이를 잃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경영난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공고한 세종호텔 ⓒ출처 세종호텔노동조합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서 사업주 판단으로 노동자를 출근시키지 않거나 휴업하는 경우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연차 소진, 무급휴가, 임금 반납·기부(삭감), 해고 등을 강요당한다. 요식업, 병원, 호텔, 항공사 등에서 매출 급감에 따른 비용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임금이 25~33퍼센트 삭감됐다. 시간당 임금을 받는 방과후교사들이나 급식 조리사 노동자들은 개학이 늦춰지면서 수입이 갑자기 사라졌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휴양·복지시설조차 폐쇄된 시설의 계약직 노동자를 갑자기 자르거나 자가격리 시 무급휴가를 강요했다. 

책임 전가

요컨대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는 노동 존중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노동을 혹사하고 희생시키면서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잠재울 수 있는 “잠깐 멈춤”이 진짜로 가능하려면 유급 휴업과 생계 보장 대책이 실질적이고 강제력 있게 뒷받침돼야 한다. 비상 상황에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충원과 물품, 안전 대책이 보장돼야 한다. 근본에서는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에 공적 투자 증대와 기업주들의 돈벌이 중단이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정부는 한사코 이런 선택을 피한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재난에 충분히 잘 대처하는 것과 그 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안전·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좀처럼 조화하지 못하고 충돌한다. 인력과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야 한다는 이윤 우선 논리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천지 마녀사냥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려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보여 준 진실은 이윤 우선 논리가 엄청나게 불합리하다는 것이고, 그 논리를 지키려는 정부가 노동자·대중의 생명을 지키는 데서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