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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직장 내 여성 차별과 이윤 체제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집 밖에서 노동하지만, 일터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년 넘게 OECD 1위이다.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전일제 노동자 기준)도 2017년 35.3퍼센트로 OECD 1위다. 남성의 두 배다.

임신·출산으로 차별받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2014~2018년에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30~49세 여성 1376명 중 51.3퍼센트(706명)가 ‘임신기간에 불공정 대우를 받은 적 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채용·배치·승진 등에서 성차별이 광범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법을 어겨도 벌금은 고작 최고 5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단속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14년에서 2019년까지 정부가 적발한 모집·채용, 교육·배치·승진에서 성차별 위반 건수는 총 12건에 불과하다.

직장 내 성희롱도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주요 차별이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성희롱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14.2퍼센트였다. 성희롱 가해자의 대부분이 상사이기에 피해를 본 여성들은 대개 참고 넘어가거나 스스로 일을 그만둔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역대 정부가 십수 년간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 왔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도 주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가 상시 노동자 5인 이상 5000개 사업체를 조사한 ‘2017년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노동자에게 출산휴가를 준 기업이 9.6퍼센트에 그쳤다.

육아휴직은 더 심각하다. 육아휴직을 대부분 여성이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가 극히 어렵다. 앞의 노동부 조사에서는 단 3.9퍼센트의 사업체에서만 직원에게 육아휴직을 줬다.

기업들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 고용을 꺼리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해고나 승진 누락 등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일과 양육·돌봄을 병행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런 스트레스는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과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편, 양육과 노인 돌봄 부담 때문에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도록 내몰리고도 있다. 남성들의 장시간 노동은 가정에서 여성이 주로 돌봄을 전담하는 사회 구조를 유지하며 여성 차별을 강화한다. 기업 간 경쟁 강화와 생산성 압박은 남성과 여성이 가정에서 동등한 역할을 하는 것을 더 힘들게 만든다.

지난해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 ⓒ조승진

광범한 여성 차별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여성이 주로 양육과 간병, 노인 돌봄을 맡고, 시간제 일자리나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되는 경향은 선진국에서도 두루 나타난다.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압력으로 많은 나라에서 성평등 입법이 늘어 왔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해 이윤을 극대화하려 들지만,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최소화하려 한다. 지배계급은 여성들을 더 많이 집 밖의 일터에서 일하도록 독려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노동자들을 재생산하는 일은 대부분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맡겨 여성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배계급은 임금을 낮추고 공공서비스 투자를 최소화하는 데 여성 차별을 이용한다. 노동계급 내부를 이간질해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도 성차별적 편견을 퍼뜨리고 차별적 관행을 유지한다.

문재인 정부가 ‘성평등’을 약속했음에도 실제 정책은 박근혜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이 정부의 핵심 기반이 자본가 계급에 있고 한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것이 지상 목표이기 때문이다.

여성과 계급

여성들이 계급을 가로질러 차별을 겪지만 여성 모두가 같은 수준의 차별을 받지는 않는다. 지배계급 여성들의 삶은 노동계급 여성들의 삶과 매우 다르다. 여성들 사이의 계급적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배계급 여성들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서 득을 본다.

여성 자본가들도 남성 자본가들과 마찬가지로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에 반대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노조 탄압에 앞장서기도 한다. 주류 여성 정치인들도 부유층 과세에 반대하고 시장주의적 정책을 밀어붙인다.

노동계급 여성의 조건을 개선하고 이윤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투쟁에서 지배계급 여성은 걸림돌이지 노동계급 여성의 동맹이 될 수 없다.

노동계급의 내부는 조건도 다르고 의식도 불균등하지만 여성 차별에 맞서 단결해 투쟁할 수 있다. 남성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성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성차별적 태도를 취하거나 용인하는 것은 남성 노동자들에게도 이롭지 않다.

여성 차별을 비롯해 모든 차별은 노동계급 내부를 분열시켜 개별 사용자나 지배계급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킨다. 차별에 맞서 노동계급의 단결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오늘날 여성은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임금노동을 한다. 그 결과 여성이 계급투쟁에서 중추적 구실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이 성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고 심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일자리, 노동조건, 복지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고 노동계급 여성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진정한 평등을 성취하려면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단결해 사용자들의 공세에 맞서고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지배계급의 권력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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