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한다. 민주당 핵심 인사 5인의 회동 관련 보도는 그런 초조감과 불암감을 보여 줬다. 이들은 제1당 지위 유지를 위해 비례 정당 창당을 모의하다 언론에 폭로됐다. 민주당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날 조짐들이 많다.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인 정부·여당의 갈팡질팡과 헛발질로 인해 대중의 불신이 더 깊어지고 있다.

물론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의 후신)의 ‘정권 심판’론은 메스껍다. 그 내용은 노동계급의 이익과 정반대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와 서민의 삶과 조건을 더 공격하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그런 우파 야당이 제1당 지위를 넘볼 상황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 동안 개혁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부터는 진보 개혁을 노골적으로 후퇴시키거나 배신했다. 이 시기에 문재인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지금도 50퍼센트를 많이 밑돈다.

정부·여당의 개혁 배신은 그저 우파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 알아서 노동자·서민의 삶을 공격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여 한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것이 정부·여당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협치” 제안에 정부·여당이 심드렁했던 까닭이다. 정의당이 민주당 정부에 개혁을 기대한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 것과 같다. 민주당의 ‘야당 심판’론도 노동계급의 이익과 전혀 관계없다.

그래서 총선이 두 거대 자본주의 정당들의 꼴사나운 대결로 압축되는 것을 보기 싫어할 노동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진보 정당들의 선전을 바랄 것이다. 정의당의 시민선거인단과 민중당의 민중공천제에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한 것도 그런 바람을 나타낸다.

우파의 정의당 노동계 비례후보 견제

올해 1월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2020년 신년 인사회 ⓒ출처 정의당

여론 조사들을 보면, 정의당의 선거 출발선이 민중당보다 앞서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의당 비례대표자 선출선거에 무려 41명의 후보가 등록했다.(2016년 총선 때는 11명이었다.)

정의당 (당원이 아닌) 시민선거인단에 12만 명이 참가했다. 개방형 경선제 도입이 성공을 거뒀다. 민중당의 민중공천제에도 11만 7000명이 접수했다. 최소 정당 득표율(3퍼센트, 봉쇄조항)을 넘기면 비례대표를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민중당도 정당 득표에 힘을 쏟고 있다.

정의당 비례후보 41명 중 8명이 민주노총 출신이다. 그리고 시민선거인단 12만 명 중 조합원이 4만~5만 명으로 추정된다. 노동계 후보들이 시민선거인단을 많이 조직한 듯하다.

그러자 우파 야당과 언론들은 견제구를 날렸다. 정의당 비례 후보에 민주노총 출신자들이 많아 정의당이 민주노총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파는 노동운동(민주노총)에 친화적이지 않는 개혁·진보 유권자들을 흔들려 한다. 정의당 안에도 ‘조직 노동자 과대 대표 정당’이 되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 당원들이 꽤 있다. 우파는 이를 노리고 노동계 후보들을 ‘굴러온 돌’이라고 비난한다.

노동계 후보들이 모두 급진적이지는 않은 듯하지만, 정의당에서 민주노총 출신 노동자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노동자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파들은 이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암초를 만난 정의당

선거법 개정으로 정의당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의당도 자체적으로 10퍼센트 득표를 실질 목표로 삼은 듯하다. 그리 되면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14명가량 된다.

그런데 이 목표 실현에 차질을 줄 변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안철수는 국민의당을 급조했다. 정의당의 입장에서는 실로 ‘재주는 내가 부리고 실속은 그들이 챙기는’ 불쾌한 상황이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5인 회동이 폭로되자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범개혁 지지자들의 비례 위성 정당 만들기(주권자전국회의 등이 추진하는 비례용 선거연합 정당) 시도를 방조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처음부터 진보 정당들에 이로울 수 있는 선거법 개정에 탐탁지 않아 하거나 기껏해야 열의가 없었다. 민주당 정부의 존재가 진보 정당의 성장을 이롭게 하는 정치적 환경인 양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례용 선거연합 정당을 두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참여 거부 의사를 확인했다. 그런데 윤소하 원내대표가 열어 놓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비례연합정당이 창당하면 정의당이 의석을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계급을 초월한 연대)이라는 시험대에 올라 섰다.

윤소하 원내대표의 생각이 잘못됐다. 비례용 선거연합 정당은 사실상 진보 정당들을 민주당으로 흡수 통합하려는 것이다. 진보 정당의 정치적·조직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게다가 선거 실리적 측면에서도, 비례용 선거연합 정당을 통해 정의당 출신자들이 의석을 원하는 만큼 배분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진보 정당들은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녹색당은 비례용 선거연합 정당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정의당은 진보·개혁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기대해 왔다. 즉,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에 투표하더라도 정당 투표에서는 정의당에 투표해 달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역구에서는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후발 추격자 위치인 듯하다. 현역 지역구(창원 성산) 의원인 여영국 의원도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상대 당 후보들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석영철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 사무처장이 민중당 후보로,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 본부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영남에서는 민주노총 전직 간부 출신들이 민주당 간판으로 여럿 출마해 ‘영남 진보 벨트’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따라붙기 시작하자 민주당이 비례 정당을 통해 지지자들의 표 단속에 나서면서 정의당의 선거 대응 계획이 큰 장애를 만난 것이다.

사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있는)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절해 왔다. 정부를 비판하긴 하는데, 때로는 그 수위를 지나치게 낮춰 정부에 당부하는 것처럼 읽히는 경우도 많았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해 연말에 “정의당의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의당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을 비판하고 한국군 파병을 반대했다. 트랜스젠더(트랜스젠더 하사, 숙명여대 합격생)를 적극 방어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가 아니라 독립 중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비판을 삼가거나 심지어 조국을 은근히 방어했다. 그런 바람에 상당한 위기를 겪었다.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정의당의 정치적 독립성은 자주 흔들린다.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 비판이 우파의 전매특허품이 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환멸과 낙담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정의당도 동반 추락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을 분명하게 비판하고 그 왼쪽의 정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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