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사건은 남한의 지배자들이 자기들끼리도 서로 믿지 못해 라이벌들에 대한 사찰을 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역대 정권들에 대한 “내부의 적”, 즉 민중 운동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감시하는 수준을 넘어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1967년 동백림 사건, 1974년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1992년 남한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등 국정원 진실위원회의 조사대상 사건으로 지목된 것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도청 파일을 빼돌린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도 1991년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집회에서 사찰을 하다가 학생들에게 붙잡힌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광범한 분노 때문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 지배자들 중 일부는 국정원 개혁과 국정원의 국내 활동 금지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걸레를 빨거나 한 부분만 잘라낸다고 해서 수건으로 쓸 수 없듯이 국정원의 더러운 역사는 그 본질을 바꿀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국외 활동은 내부의 적을 찾아내 감시, 추적하는 국내의 모든 활동과 분리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은 국내의 친북좌파에 대한 감시와 연결돼있고 국내의 반제국주의 세력은 남한 지배자들의 아류 제국주의적 열망을 실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 미국의 CIA도 미국내 반전단체 간부들을 사찰해 왔음이 최근에 드러났다. 

결국 국정원의 국외 활동을 인정하는 것은 그 국내 활동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는다. 유일한 대안은 국정원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국가정보원도 소수의 권력자들이 나머지 대다수를 지배하기 위한 핵심 권력 기구들의 일부다. 지배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런 기구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배자들이 이런 기구를 비공식적으로만 운영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들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확대, 강화하는 이런 조치는 국가 권력에 맞서는 투쟁을 고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