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유행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벌이자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 언론은 주식시장이 더블 펀치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3월 9일 ‘블랙 먼데이’는 몇 가지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증시는 7퍼센트 이상 하락해 1997년 이래 처음으로 15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국제 유가는 30퍼센트 하락해 1991년 제2차 걸프전 이래 가장 많이 하락했다.

주가 하락도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 이래 최대였다. 주가 시세를 나타내는 전광판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뉴욕에서는 단 하루 만에 3조 3100억 달러(4000조 원)가 날라갔다. 유럽 증시도 마찬가지였는데, 이탈리아 증시가 11.17퍼센트 하락했고, 독일은 7.94퍼센트 하락했다. 

이날 주가 하락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요인은 유가 전쟁이다. ‘오펙 플러스(OPEC+)’가 러시아의 반대로 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판매 가격을 6~10달러 인하하고 4월부터 하루 1230만 배럴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의 하루 석유 생산량이 1200만 배럴인데, 여기에 비축유를 30만 배럴 더 내놓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한때 2016년 1월 기록했던 배럴당 28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유가 전쟁에는 제국주의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게 분명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포한 것은 경쟁력이 취약한 석유 기업들을 무너뜨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자는 심산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진정한 목표는 미국 셰일 기업들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16년 오펙 플러스의 감산 합의로 석유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아 도산 위기에 빠졌던 미국 셰일 기업들이 가장 큰 이득을 챙긴 바 있다. 

더욱이 러시아 푸틴은 미국 트럼프에게 보복할 기회도 가지게 됐다. 트럼프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액화천연가스 송유관 연결사업인 ‘노르드 스트림2’ 참가 기업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감산 협상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유가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은 손실을 감수하며 석유 생산을 계속하기 힘들 것이다. 사우디의 국영기업 아람코가 생산하는 석유의 원가는 배럴당 2.8달러에 불과하지만 셰일 기업들은 40달러 초반이기 때문이다.

3월 9일, 일부 셰일 기업의 주가는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라 할지라도 “이 정도 가격에서는 셰일가스 기업 5개만 견딜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나머지 기업 100여 곳은 어렵다는 의미다.

손실 나누기

유가 전쟁이 벌어지자 도널드 트럼프는 예의 가벼움으로 “휘발유 가격이 내렸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사실 많은 사람들도 유가가 하락하면 좋은 일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셰일가스 산업이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퍼센트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생산을 감축하거나 도산한다면 그 파장은 만만찮을 것이다. 

2019년에도 미국 석유업체 42곳이 파산했는데, 이들의 부채 규모는 2018년에 비해 두 배인 260억 달러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북미지역 에너지개발업체들이 2024년까지 갚아야 할 돈이 86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셰일 기업들의 연쇄 파산은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실제로 블랙 먼데이 때 금융 기업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예를 들어 BOK파이낸셜은 이날 주가가 25퍼센트나 하락했는데, 이곳의 대출 중 18퍼센트가 에너지 관련 기업이기 때문이다. JP모건과 씨티은행도 에너지 관련 대출이 자본금의 7~15퍼센트 수준이기 때문에 셰일가스 기업의 파산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바로 이어질 것이다.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브라질 같은 국가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 같은 석유 수입국은 저유가로 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세계경제 위기로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는 다시 전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경제의 불황 때문에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경쟁이라는 점 때문에 사우디와 러시아 그리고 미국이 벌이는 유가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불황이 심각해질수록 기업들의 손실 나누기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마르크스의 지적이 유가 전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 확대가 도움이 될까?

유가 폭락이 있기 전에도 국제기구들이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세계경제 전망들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게오르기에바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2.9퍼센트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올해 1월 IMF의 세계경제 전망치 3.3퍼센트와 견주면 대폭 하향 조정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중국의 2월 경제 지표로 드러난다. 중국의 경제지인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0.3을 기록해 충격을 주었다. 이 수치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절정에 이를 때인 11월의 40.9보다 낮았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의 폭락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생산체계의 부분적 해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지배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록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할지라도 전 세계로 확산되고, 또 유가 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면 그 영향이 중국 제조업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까 우려하며 급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3월 3일 긴급회의를 통해 금리를 0.5퍼센트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미 연준이 정례회의가 아닌 긴급회의를 통해 금리 인하 소식을 알린 것도 2008년 이래 처음이다. 그리고 3월 17~18일의 정례회의 때 또 0.5퍼센트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의 예상 밖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흥미롭다. 금리 인하 소식이 있자 3월 2일 다우지수는 5퍼센트 급등했지만 금리 인하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그 다음 날엔 3퍼센트 가까이 하락했다.

금리를 더 낮추더라도 투자가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케인스의 유동성 함정을 우려했던 것이다.

사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각국은 금리 인하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과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부동산 거품이나 주식시장 호황만을 초래했다. 또한 차입한 빚조차 갚기 어려운 좀비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그래서 케인스주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우리는 지난 12년 중 8년을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었다”며 “미국 대통령과 의회는 GDP의 2퍼센트를 공공투자에 지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공공지출 확대와 같은 재정정책은 지지할 만하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민주노총은 모든 국민에게 재난생계소득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홍콩 정부가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4만 원)를 지급하겠다는 것도 이런 재정정책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또 현대화폐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정부가 무한정 화폐를 발행해 재정정책을 펴자는 주장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재정 지출은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정책이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공공지출이 늘더라도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민간부문이 생산을 활발하게 촉진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신규 고용을 늘리려면 이윤율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아래의 그래프가 보여 주듯이, 코로나19가 번지기 전에도 이윤율은 계속 하락해 왔다. 

ⓒ장한빛

역사를 보더라도 케인스주의 정책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역대 일본 정부는 수차례 막대한 자금을 가계에 지원했지만 경제를 성장세로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에서도 1933년에 집권한 루스벨트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른바 뉴딜정책)을 펼쳤지만 1937년에 심각한 불황을 겪어야 했고, 결국 미국 경제는 1941년 전쟁 호황 덕분에 1929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8년 이래 계속된 불황 때문에 각국 정부가 재정 정책을 사용할 여력도 많지 않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신자유주의적 마스트리흐트 조약 때문에 행보의 여지가 크지 않다. 미국도 쌍둥이 적자로 고통을 겪고 있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시도해도 이는 경제의 자유낙하를 잠시 유예할 수는 있을 뿐이고 경제를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지배자들은 이번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에서 노동계급에게 막대한 고통을 강요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고장 난 자본주의를 위해 희생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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