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철도와 지하철의 운전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를 위해 3월 말에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5월 하순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철도안전 관리실태’ 결과를 발표하면서 운전실 내부에 (기관사를 감시할) CCTV를 설치·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운전실 내 사고 상황 파악, 관련 증거 자료 확보, 운전실에서의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댔다. 국토부도 이번 조치가 철도·지하철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정작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안전 시설, 인력에 대한 투자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감사원의 ‘철도안전 관리 실태’ 감사 결과만 봐도, 최근 6년간(2013년~2018년)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 원인의 45퍼센트가 차량과 시설(선로 전환기, 신호 장치, 레일 등)의 결함이나 부실 등에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강릉KTX 탈선 사고는 선로 전환기 시공 오류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 자살,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이 대략 40퍼센트, 기관사 과실 등에 의한 ‘인적 오류’가 14퍼센트가량 됐다.

기관차 운전석 위에 설치된 CCTV ⓒ출처 박흥수

이런 점만 봐도 시스템 결함을 개선하고 안전 시설을 마련하는 데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지난 6년간(2013년~2018년)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철도공사와 정부의 안전 투자는 여전히 불충분하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철도공사는 경비 절감을 위해 차량 정비와 시설 점검 주기를 늘리고 1인 승무를 확대하는 등 위험을 키워 왔다.

특히 노동자들이 작업 중 사망하고 중상을 입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광운대역 철도 수송원 사망 사고, 2019년 밀양역 철도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은 고질적 인력 부족이 낳은 참사였다. 작업에 필요한 인력만큼도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력을 대폭 늘리고 안전을 위한 재정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책임 전가

그런데 운전실 내 CCTV 설치는 이런 구조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기관사 개인의 실수를 적발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운전실 CCTV는 기관사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용도이다. (사고 상황 파악을 위한 ‘운행정보기록장치’는 이미 운전실에 설치돼 있다. 이 장치는 기관사가 취급한 기기 및 차량 상태, 위치, 속도 등을 1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한다.)

그동안 정부와 사측이 안전 투자 확대를 기피하면서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겨 온 문제를 되풀이하는 셈이다.

이런 책임 전가 식 대처는 안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처들, 가령 충분한 휴식과 인력, 노동시간 단축, 안전 장치 마련 등 구조적 해결책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기관사 노동자들은 감시·통제가 스트레스를 높여 안전 운행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익숙하던 운전 취급조차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운전실에서 불가피하게 생리 현상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근 전국의 철도·지하철 기관사 4584명이 응한 설문 조사 결과, 약 98퍼센트가 CCTV는 스트레스를 높여 정신 건강에 해롭다, 절반 가량이 업무가 부자연스럽고 집중에 해롭다고 응답했다.(‘궤도분야 승무원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에 대한 의견 조사 보고서’)

이런 우려는 노동자들의 근무 특성을 고려하면 간단히 제쳐버릴 문제가 결코 아니다. 기관사들은 근무 특성상 불규칙적인 출퇴근과 식사시간, 심야 운행, 지하 구간 운전, 승객 사고 우려 등으로 높은 업무 집중도가 요구돼 직무스트레스가 상당히 높다. 최대 3~4시간 연속 운전을 하면서 모든 업무를 거의 혼자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취약한 직업으로 분류된다.

이런 점들 때문에, 2012년에 철도공사 측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휴먼에러조사위원회’는 기관사들의 긴장과 불안이 안전에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특히 철도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징계 등 처벌에 의존하지 말고, 기관사들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안전 설비·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정당한 불만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은 운전실 CCTV 설치 추진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관사들은 이번 조처가 “사고 예방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손쉽게 희생양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 철도 작업장에 걸린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 현수막들 ⓒ출처 철도노조

철도노조 서울기관차지부 박광인 지부장은 말했다.

“[국토부는] 사고를 예방할 보완 장치를 설치하는 것보다 이게(운전실 CCTV) 비용이 덜 들고 편하다고 보는 겁니다.

“사고가 나면 여러 제반 관련 사항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는데, 기관사의 운전실 내 행동을 우선 조사해 뭐라도 걸리면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강릉KTX 탈선 사고 때도 초기에 기관사 과실로 몰아갔죠. 그런데 조사 결과, 선로 설비 결함으로 밝혀졌습니다.

“기관사들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움츠러들어 안전 운행에 필요한 적극적 대응을 조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괜히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여겨 (이전보다 간소화 된) 규정만 따르게 되는 거죠.”

철도노조와 전국의 지하철노조들이 속한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는 운전실 CCTV 설치가 “감시와 통제 강화로 안전을 위협한다”고 규탄하며 항의를 시작했다. 철도노조는 3월 1일 운전지부장 회의를 열어 정부에 ‘항의 의견서 보내기’, 집회, 작업 거부 등 투쟁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사고 예방을 위해 통제와 처벌 위주의 대책이 아니라 투자를 늘려 안전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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