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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책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
“유급휴가 보장하고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을 위해 파업할 것”

사측에게서 성과를 얻어내고 즐거워 하는 이탈리아상업호텔서비스노동조합 페루자 지부 조합원들 ⓒ출처 Filcams Cgil Perugia (트위터)

노동계급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도록 압력을 넣을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그 방법을 흘낏 보여 주고 있다.

대중의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정책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여러 사업장을 폐쇄했다. 술집, 레스토랑, 미용실 같은 모든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에 폐쇄를 명했다. 그러나 공장에는 폐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3월 10일, 포밀리아노다르코시(市) 피아트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경영진은 해당 공장뿐 아니라 이탈리아 남부 도시 멜피·카시노·아테사에 있는 공장들도 일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탈리아 남부의 테르몰리시(市) 피아트 공장 노동자들도 12일에 파업에 나섰다. 그곳 노동조합은 이렇게 규탄했다. “대공장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통근 버스, 조립 라인, 구내 식당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게 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부는 학교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폐쇄하고 이동을 제한했다. 이를 어기면 벌금도 물린다.

“그러나 공장은 폐쇄하지 않았다. 공장 조립 라인은 계속 돌아가는데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는 사측과 정부가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 위해 파업할 것이다.”

이번에도 피아트 사측은 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파업

테르니시(市)의 제철소와 베네치아의 조선소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제노아시(市) 항만 노동자들도 작업장을 철저히 방역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탈리아의 유명 의류 회사 코르넬리아니 노동자 약 450명이 살쾡이 파업(비공인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안전에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가 없다. 모두의 안전만이 있을 뿐이다.”

노동조합은 이렇게 발표했다. “16일까지 출근을 거부할 것이다. 우리 부문에는 노동자의 보건·안전을 보장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뭔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단결해야만 이번 대유행과 공포를 이겨낼 것이다. 거듭 요구한다. 안전이 우선이다!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라!”

12일, 이탈리아 북부 전역에서 금속 노동자들이 비공인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州)의 도시 아스티, 베르첼리, 쿠네오에 있는 MTM, IKK, 디에르, 트리비움 사(社)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매우 높은 비율로 일손을 놓았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도시 브레시아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금속 노동자를 대표하는 금속기계노동자연맹(FIM), 금속노동자연맹(FIOM), 금속노동조합(UILM)은 3월 22일까지 이탈리아 전국의 공장들을 폐쇄하라고 요구해야 했다.

이 노조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노동자들이 “매우 당연하게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업호텔서비스노동조합(FILCAMS)은 롬바르디아주의 매장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 조처를 따냈다. 자라, H&M, 까르푸 등의 노동자들은 휴직을 하거나 근무 시간을 조정해 학교가 폐쇄된 동안 자녀를 돌볼 수 있게 됐다.

매장을 소독하고, 업무 시간 중 손 소독을 허용하며, 원하는 노동자들에게 장갑과 마스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사측에게서 받아 내기도 했다. 매장 강제 폐쇄 시 유급 휴가를 검토한다는 약속도 받아 냈다.

밀라노의 자라 매장에서 일하는 클라우디아는 이렇게 말했다. “노조 덕에 딸을 돌볼 수 있게 됐어요. 학교 폐쇄 기간에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휴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주는 코로나19 감염의 중심지이며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순식간에 응급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밀라노 부근 베르가모시(市)의 중환자실 내과의 다니엘레 마치니가 SNS에 쓴 글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힘에 부쳐 허덕이는 의료 체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 주는 글이다.

이탈리아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3.15개이다. 영국은 2.54개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오늘날 베르가모의 실상을 알려주고자 한다.

“공포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현 상황이 위험하다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말 그대로 전쟁이 터졌고,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날마다 환자가 곱절로 늘어난다. 하루에 15~20명이 똑같은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온다.

“검사 키트 면봉에서 결과가 잇달아 나온다. 양성, 양성, 양성. 순식간에 응급실이 무너지고 있다.

“의료진은 아예 병원에서 산다. 외과 수술이 취소되고, 수술실을 처치실로 쓰고 있다. 이곳에서 인공호흡기는 금덩이만큼 귀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격무에 탈진이 엄습한다. 의료진은 인간 지구력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의료진은 자신이 돌보는 환자 일부가 몇 시간 후 맞이할 운명을 알기에 절망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