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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철회시키다

3월 10일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사측의 임금 삭감 공격에 제동을 걸었다.

건조부 물량팀(2·3차 하청 단기계약직) 노동자 수백 명이 3월 9일부터 작업을 거부했고, 3월 11일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러자 하청업체 사장들은 임금 삭감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선업 불황이라는 만만치 않은 조건에서도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사용자들이 한발 물러서게 한 것이다.

그간 물량팀 노동자들은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집단적인 투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10~20명씩 팀 단위로 묶여서 하청업체에게 일감을 받아 일자리를 옮겨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물량팀 노동자들이 수년에서 십수 년씩 비슷한 일을 하거나 현대중공업을 떠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번 투쟁으로 물량팀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힘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자 관련 공정이 거의 멈췄다. 한 정규직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건조부 물량팀 노동자들이 없으니까 도크에서 블록을 용접하려고 사용하는 고소차(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든 차량)들이 죄다 멈췄습니다. 심지어 용접으로 발생하는 유해가스가 사라져서 공기가 깨끗해질 지경이었습니다. 블록 용접에 이렇게 많은 물량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사측이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금세 드러난 것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당해 온 울분과 분노를 터뜨리며 행동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공장 안에서 오토바이 시위를 벌였고 출근길 집회도 했다.

하청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보 [확대]

이런 투쟁은 정규직 활동가들도 고무했다.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은 하청 노동자들의 출근 집회에 참가했다. 노조 집행부 안에서도 전투적인 활동가들이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파 활동가 모임 ‘분과동지연대회의’의 부분 조직인 3분과 뿌리동지회는 하청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자보를 발행했다. 다른 부서의 활동가들도 이 자보에 공감해서 전 공장 곳곳에 부착했다.

이처럼 물량팀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규직의 연대 움직임은 사측을 다급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측은 웃돈을 주겠다며 노동자들을 회유하거나 업체를 없애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결국 일감이 많은 하청업체들을 중심으로 임금 삭감 철회를 먼저 약속했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사장들의 구두 약속이 실제 지켜질지 두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임금 삭감 철회 약속을 아직 받지 못한 물량팀 노동자 100여 명 중 일부가 계속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다 같이 약속을 받을 때까지 좀 더 투쟁을 이어 나갔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투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사측이 노동자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사측은 코로나19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물량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발전시켜 투쟁을 더 전진시키길 바란다.

그리고 사측의 공격은 원하청 노동자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김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