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전 세계 권력층의 속내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영국의 강경 우파 총리 보리스 존슨일 듯하다. 3월 12일 존슨은 대국민 담화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비하라” 하고 냉혹하게 말했다. 충분히 많은 수가 감염되면 ‘집단면역’이 생겨 안전해질 테니 그전까지 사망자는 ‘불가피한’ 희생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망률이 아무리 낮아도 많은 사람이 걸리면 많이 죽는다. 영국 보건부는 존슨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영국인 최대 80퍼센트가 감염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 사망률이 1퍼센트라고 가정해도 영국에서만 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게다가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가 지적하듯, 이는 바이러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동안 어떻게 변이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은 뒷전이다. 〈텔레그래프〉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년층의 치료를 포기하라는 지방정부 위기 대응팀의 지침이 내려졌다고 폭로했다. 7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의 91퍼센트(3월 15일 현재)에 이르고, 노년층 인구 비율이 세계 2위(23퍼센트)인 이탈리아에서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내팽개치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반면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스페인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민간 의료시설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구체적 방식에 대해서는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감염병 대유행 같은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의료시설을 임시로 이용할 수 있다는 현행법을 3월 14일에 재확인한 것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즉각 이런 조처들이 이뤄져야 한다.

한편,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대국민 담화에서 코로나19 대응 비용으로 연방정부 예산 830만 달러(한화로 약 1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산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 1대 가격의 10분의 1 꼴이고, 미국 연방정부 전체 예산의 0.00017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이조차 제대로 쓰이지 않을 듯하다. 3월 16일 트럼프는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를 주정부더러 “자체 조달”하라고 말했다. 의료용 마스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국의 마스크 확보 수량은 전체 필요량의 1퍼센트 정도인데도, 트럼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백신 공급에 관해서도 ‘알아서 해결’ 방침은 다르지 않다.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는 잠재적 코로나19 치료 물질로 알려진 ‘렘데시비르’(효능은 입증되지 않았다)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치료약을 개발하면 한화로 약 15만 원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민주당 예비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가 백신을 무상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친기업 언론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치료와 안전 보장이 아니라 길리어드의 주가가 10퍼센트포인트나 올랐다는 점일 것이다.

반발

권력자들은 코로나19 대처에는 젬병이지만 대중의 반발을 억누르는 데는 열심이다. 

3월 13일에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100인 이상 참가하는 집회를 모두 금지했다. 14일로 예정됐던 경찰폭력 규탄 노란 조끼 시위를 금지하기 위해서였다.(마크롱 정부는 그럼에도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최루탄을 동원해 폭력 진압했다.) 마크롱 정부는 연금 개악을 강행하려다 몇 달째 대중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바로 다음날인 3월 15일 지방선거 1차 투표(투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에서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당’이 참패한 후, 마크롱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근거로 삼아 2차 투표를 무기한 연기해 버렸다.

이주민·난민들도 코로나19를 빌미 삼은 인종차별적 공격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가 유럽에 대거 퍼지기 전부터 유럽 지배자들과 극우는 코로나19를 빌미로 이주민 단속을 강화하고 아시아인들에게 가혹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탈리아는 “중국인들이 쥐를 먹어서 코로나19가 생겼다”면서 중국발 여행자들을 전면 입국 금지시켰고, 극우 깡패들은 유럽 곳곳의 거리에서 이주민을 폭행했다.

유럽연합은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을 공격 강화의 기회로 삼았다. 3월 17일 유럽연합은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하고 이주민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스 정부도 난민 공격에 열심이다. 그리스는 전쟁을 피해 모여든 난민 수만 명을 터키와의 국경에서 차단해 왔다. 최근 그리스 경찰은 “난민들이 코로나19를 그리스로 유입시킨다”며 난민들에 실탄을 발포했고, 파시스트 정당 황금새벽당 깡패들은 그리스 내 난민과 유색인종에 집단 폭력을 휘둘렀다. 이런 공격 때문에 난민 약 2만 명이 그리스-터키 접경 인근 레스보스 섬에 발이 묶인 채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수용 시설에서 집단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배자들의 냉혹한 조처에 맞서 저항도 벌어지고 있다.

3월 10일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의 노동자들이 유급휴가 보장,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했다.(관련 기사: ‘코로나19 대책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

뒤이어 3월 15일에 프랑스 자동차 기업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노조가 프랑스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전염 중인 모든 나라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규직뿐 아니라 임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모두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엘즈미어포트·루튼에 있는 PSA 노동자들도 사측이 유럽 전체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전염을 막기 위해 카페·음식점·극장·공공시설은 폐쇄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부대끼며 자동차 만드는 것은 괜찮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사측은 3월 17일부터 2주 동안 유럽 전역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 노동자들도 행동에 나섰다. 영국 최대 우편 기업 로열메일 소속 집배 노동자들은 손세정제·마스크 등 안전 장비 미비를 규탄하며 살쾡이(비공인) 파업에 나섰다. 런던대학교 ‘동양및아프리카학대학’(SOAS) 교직원 노동자들도 최근 캠퍼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캠퍼스 전면 폐쇄를 요구했다. 영국 존슨 정부는 광범한 반발에 밀려 3월 18일에 감염 방치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서야 했다.

그리스에서도 정부와 극우파의 공세에 맞설 행동이 준비되고 있다. 연대체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행동’(KEERFA)는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정부의 집회 금지령을 거슬러 3월 21일에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유럽 곳곳에서 노동자·좌파들은 모든 노동자 유급휴직 보장, 검사·치료 국가 보장, 자가 격리자 지원 강화, 집세·가계대출 지원, 인종차별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권력층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런 투쟁이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지키는 길이다.


3월 20일에 스페인 정부의 발표에 관한 논평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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