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되면서 세계경제가 공황에 빠져들었다. 미국, 유럽, 일본의 증시는 지난 한 달간 고점 대비 30퍼센트가량 추락했다. 이탈리아는 40퍼센트 줄었다. 주식 하락 속도는 2008년 시작됐던 공황에 비해 더욱 빠른 상황이다.

미국의 트럼프는 세계 인구의 40~70퍼센트가 감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을 때에도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치명적이지 않다”며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증시 추락이 본격화하자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0~0.25퍼센트로 파격 인하하고 7000억 달러의 양적완화를 하며 주식시장을 부양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시장이 더욱 추락하자 자회사를 설립해 기업어음까지 사들이기로 했다. 2008년식 양적완화로 즉각 돌아간 것이다.

2008년 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기업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원하는 것을 보며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라는 말이 생겼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부분적으로 규제하는 도드-프랭크법이 통과됐었다. 그러나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도 가볍게 무시하고 기업 퍼주기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행도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138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통화정책만으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전망들이 많다. 이미 지난 10년여간 여러 나라에서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는 위기 대응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은 재정정책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대 1조 2000억 달러(약 1500조 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5퍼센트를 웃도는 돈이다. 2008년 미국 발 세계경제 공황 직후 미국 정부가 시행했던 8500억 달러짜리 경기부양보다 더 큰 규모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인 의료보험과 저소득층 의료보험 비용을 삭감해 온 트럼프가 경제 살리기에는 정말이지 통 크게 지원하는 것이다.

이 돈 중에는 미국 성인 1인당 1000달러(약 123만 원가량)를 직접 주는 정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대중에게 지급하는 돈보다 기업들을 위해 쓰는 돈이 훨씬 더 많다. 당장 미국인에게 현금 지급을 위한 돈은 2500억 달러 정도이지만, 나머지 9500억 달러 중 많은 부분은 기업 지원에 쓰일 것이다.

유럽도 GDP의 1퍼센트 수준인 1200억 유로(163조 원)을 경기 부양을 위해 쓰기로 했다. 유럽 지배자들은 이제까지 엄격한 긴축 정책을 추진하며 복지 삭감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긴축을 강요하는 재정 규칙인 ‘안정성장협약’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까지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에게는 긴축을 강요하고 공공의료를 축소해 온 지배자들이 기업 살리기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밑 빠진 독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경제 침체를 막을 수 있을까?

이런 조처가 주식시장을 일시적으로 부양하고, 기업들의 파산을 유예시킨다 하더라도 경기 후퇴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올해 1~2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퍼센트 급감했다. 1~2월 소매판매는 20.5퍼센트 줄었다. 2월 중국의 휴대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6퍼센트 줄었고, 자동차 판매량은 79퍼센트 급감했다.

그래서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9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가장 크게 떨어졌을 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8.4퍼센트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경제의 마비 상태는 유럽과 미국 등으로 파도타기를 하듯 이어지고 있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유럽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있고 생산 차질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제한령'이 끝나더라도 경제 타격의 후유증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지금 각국 정부들이 발표한 재정 지원책은 미국을 제외하면 GDP의 1퍼센트대 수준인데 이 정도 부양책으로는 경기를 떠받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재정투입과 금융 지원으로는 추락해 있는 이윤율을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 속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이윤율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에는 자본주의에서 경제 위기가 벌어지면 부실 기업들이 파산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이를 헐값에 인수 합병하는 공황을 거치며 기업들은 이윤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무너지게 놔두기에는 기업들의 규모가 너무 커져 버린 상황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이윤율이 회복되는 일이 제약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들은 재정과 금융 지원을 해 왔지만 이는 부실화된 기업들을 겨우 연명시켜 왔을 뿐이다. 그래서 2008년 세계 대공황 이후 정부가 여러 지원을 했는데도 경제 성장은 지지부진한 반면 세계적으로 부채는 최고로 늘어 있는 상황이다.

세계통화기금(IMF)은 이미 ‘2019년 10월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 부채가 금융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8개국 기업부채 총액의 40퍼센트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있다고 했다.

각국의 지배자들은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취약한 기업들을 도산시켜, 금융 위기가 촉발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세계경제 공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단지 바이러스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위기를 촉발하는 방아쇠 구실을 했을 뿐이다.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은 하락한 이윤율을 회복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에 있다.

그런데도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강요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건강이 위협받는 것뿐 아니라, 무급 휴직, 임금 삭감, 해고 위협 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도시의 실업률은 6퍼센트를 넘었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실업률이 4~5퍼센트였던 것에 비춰 보면 약 5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는 연일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추경을 냈을 뿐 아니라 재난기본소득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추경에서 노동자와 서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정부가 낸 추경안을 단 한 푼도 증액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고장 난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 기업과 부자들에게 돈을 퍼 줄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지원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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