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다. 동시에 집권당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부터 경제 침체와 개혁 배신 때문에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세계경제를 악화시켜 한국 경제도 더한층 나빠진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결합돼 집권당의 정치적 위기로 발전할 개연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에게는 가히 삼중의 위기라 할 만하다. 여권도 이를 잘 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8일 청와대에서 기업인들과 양대 노총 위원장을 초청한 ‘주요 경제주체 원탁회의’를 열고 각계의 협조를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가 한꺼번에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방역 실패가 정권 책임론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고 여권이 몸부림을 쳐 온 이유다. 청와대는 일부 외신 보도를 이용해 감염병 대응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한다. 또, 신천지교회 등 일부 집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온갖 조치를 취했다. “신천지 사태,” “대구 사태” 같은 용어도 퍼뜨렸다. 정부가 시장 논리에 충실하게 대처하다가 방역에 실패했음을 가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 변호론은 시장 논리 옹호하기와 (대구 한마음아파트의 경우처럼) 서민층 청년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 뿐이다. 반면, 서울 구로구 에이스보험 콜센터를 전파지로 해서 1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기업의 탐욕과 무관심을 비난하는 여권 인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나? 박원순 시장은 콜센터에 있었던 신천지 신도는 확진자가 아닌데도 마치 신천지 탓인 양 바람잡이를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많이 한 것 말고 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시행한 것도 없고, 잘 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도 없다. 노동자들과 서민층 전체의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는 가운데 전반적인 소득(생존 문제가 될 수 있는) 위기로 가고 있다.

18일 청와대 만남에서 문재인은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양대 노총 위원장들까지 초대해 협력을 주문했다. “정부의 힘만으론 부족합니다. 우리 경제의 핵심 주체들이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위기 극복의 주역이 돼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이 요구하는 연대와 협력은 노동계급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할 노동개악이나 기업주들이 그간 미뤄 왔던 구조조정을 코로나 비상 국면을 이용해 개시할 때 노동계가 협조하라는 것이다. 이날 경총 회장은 “재난 기본소득”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고통 전가를 고통 분담으로 포장하는 자리 3월 18일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 ⓒ출처 청와대

곧 통과될 추경예산을 보라. 문재인 스스로 지난 한 달간 ‘비상 국면’, ‘특단의 대책’, ‘전례 없는 대책’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대대적인 안전 대책과 소득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 비춰 보면, 추경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의 말은 ‘전례없는 허풍’이 됐다.

개학 연기로 사실상 3월 임금을 완전히 날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부는 휴업이 사용자(정부) 책임이 아니므로 휴업수당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사용자인 정부가 이미 무책임하게 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위기 때마다 기업주들과 경제 관료들은 극복 수단으로 친기업 지원, 규제 완화, (법인세) 감세 등을 제안해 왔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요구에 충실했다.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사실 한국은 공공지출 비중이 낮아 보편적 재난소득을 지급해도 당장 문제가 될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의 “전례 없는 대책”은 기업주 지원에 맞춰져 있다.

노동자들은 한쪽에선 과로로 쓰러지고 한쪽에선 일감이 없어 임금을 못 받는데도 정부는 주 52시간 노동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청와대 경제수석 이호승은 보편 복지에 대한 무지, 서민층에 대한 편견, 신자유주의적 맹신을 드러냈다. 여당조차 추경안이 부실하다며 경제부총리 홍남기를 질책했는데도 문재인은 홍남기와 경제관료들을 공개적으로 감쌌다.

진영 논리

사실 문재인 정부의 친시장적 편향성은 미래통합당 덕분에 다소 가려진 면이 있다. 미래통합당은 감세를 통한 지원에 방점을 두며 알량한 정부 지원을 ‘예산 퍼주기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했다. 결국 다른 부분을 깎아서 대구·경북 지원을 늘리는 것으로 민주당과 통합당은 합의했다.

그러나 방역과 소득 위기 모두에서 정부의 재정 투여가 필요하다. 문재인의 홍남기 두둔에 움찔했던 여당 안에서 제2차 추경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권 심판론이 만만치 않아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용 말잔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통합당의 이런 얄팍한 차이가 유감스럽게도 민주당 차악론 재생에 활용되고 있다. 민주당의 위성 비례정당에 무리하게 참여하려 했다가 망신만 당하고 오도가도 어려운 처지가 된 몇몇 진보 인사들과 정당들이 안타까운 이유다.(다행히 녹색당은 18일 저녁 연합 논의 철수를 공표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특히 추경예산 논란을 거치면서 주류 정당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이 두드러졌다. 국가적·국민적 위기라고 하지만 주류 정당들이 그에 걸맞은 국가적·국민적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선이 한 달 남았는데도 여야를 모두 불신하는 이른바 무당파가 줄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주류 양당이 총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보다 자기 지지층 투표를 극대화하는 방식, 즉 양당 간 진영 논리 강화에 몰두하는 것이다.

두 당은 모두 노골적인 위성 정당을 활용해 이 목표에 방해되는 존재들을 지우거나 약화시키려 한다. 공식정치 전반에서 위선, 책략, 협잡이 난무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녹색당과 민중당을 수모 준 것이나, 정의당을 야비하게 비방하는 것도 그 사례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 때문에 민주당과 동맹을 맺어 우파의 재생을 막고 문재인 정부가 개혁 노선을 유지하도록 협력·견인하는 데 ‘비례연합정당’을 활용해 보려는 일각의 발상도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3월 16일 오전 한국방역협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영등포 쪽방촌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조승진

위선 정당? 위성 정당?

민주당은 재야 원로들의 뒤통수를 치며 친문계 조직과 손잡고, 민중당·녹색당의 참여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했다. 그런데 애초에 민주당의 위성 정당 만들기에 ‘진보 연합’이라는 포장지를 씌워 준 것이 뒤통수 맞은 재야 원로들과 일부 진보 정당들이었다. 고정 표가 적어 이용 가치가 적은 정당들은 위성 정당의 위장 단계까지만 필요했던 듯하다.

이 사기극을 정당화하면서 민주당 사무총장 윤호중은 색깔론, 성소수자 편견까지 쏟아 냈다. 결국 민주당의 위성 비례 정당에 합류한 정당들의 면면(기본소득당을 빼면 거의 올해 2월에 창당했고 친노·친문 관련자들)을 보면, 민주당은 진작에 위성 정당들을 준비해 온 듯하다.

애초에 민주당의 속셈이 차악론에 입각해 진보 표를 훔쳐오는 것이었지 진보정치에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정의당처럼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당이 합류했다면 모양새는 달라졌겠지만, 결과는 더 나빴을 것이다. 민주당은 진영논리를 한껏 강화하는 반면, 진보정당은 비례에서 지역구까지 표를 헌납하고도 도리어 민주당 덕에 의원 됐다는 정치적 채무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3의 정치 대안으로서 진보·좌파의 존재가 약화되면서 노동자 대중의 정치의식이나 조직도 후퇴했을 것이다.

한편, 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 공천을 둘러싼 양당 간 갈등은 통합당이 중도층으로의 확장 목표와 우파 집토끼 결집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 준다. 미래통합당의 득표 전략을 그르칠 수도 있는 미래한국당의 ‘태극기스런’ 공천은 공병호의 작품이다. 그가 태극기 집회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연호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권 심판을 위한 야권 단결’이라는 나름의 절박한 기치로 모여 있는 것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지역구 불출마 방식으로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공천을 총괄하다가 며칠 전 사퇴한 통합당 김형오가 18일 공천 불만자들을 다음과 같이 다독인 것은 이들의 절박함을 보여 준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여당과 정권에게 승리를 바칠 뿐 …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 단일대오로 총궐기[하자.]”

지배계급 양당이 사회적 위기 국면에서 무능과 무책임이라는 추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프로젝트의 필수적 중요성이 다시금 확인된다. 정의당의 비례 정당 참가 거부가 옳은 이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가 아니다. 민주당 차악론에 맞서 노동계급의 요구와 대의를 더 분명히 하는 것이 선거에서도 효과적일 공산이 크다. 노동운동은 선거 대응뿐 아니라 노동자·서민층의 긴급한 필요에 부합하는 재난 대책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이런 일들은 노동자들이 총선 이후 (코로나 국면을 이용해서라도) 재개될 사용자들과 정부의 개악 공격에 맞서 저항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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