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광주본부가 지난 12일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결정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파기 선언식을 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면서 “노사민정 협력을 통한 상생 일자리”라고 추켜세워 왔는데, 그 명분조차 좌초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래전에 논의에서 빠졌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해 하반기 노동이사제 도입 등 5대 요구를 내놓았지만 “하나도 받아들여진 게 없다”(윤종해 의장, 〈한겨레〉 인용)고 비판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관련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저임금 일자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 상반기 현대차가 투자 의사를 밝히고 협상이 시작되면서 그 점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해 1월 광주시와 현대차,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체결한 광주형 일자리 협약은 ‘최저임금 수준인 (기존 자동차 노동자 임금 대비) 반의 반값 임금’, ‘임금과 단체협약 유예’ 등 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탄생했다.

정부와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가 평균 3500만 원 수준의 괜찮은 일자리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것은 매월 16시간의 초과근무수당과 고임금 관리자 임금까지 모두 합해서 평균 낸 액수이다. 실제로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정부는 또, 광주형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청년들에게 저질 일자리냐 실업이냐 하는 나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진정 청년 일자리를 위한다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간호사, 공무원, 간병과 돌봄 등 많은 공공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이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밤낮으로 일하다 쓰러져 가고 있다. 이런 극심한 인력 부족을 개선하는 데도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거꾸로 가는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 추진과 달리, 임금·조건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기존의 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임금과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해 설계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저임금 일자리 모델을 확산해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조건을 하향평준화 하려 한다. 지난달 출범한 부산형 일자리를 비롯해 구미·군산·대구 등 6개 지역에서 광주형 일자리 유사 모델을 늘려 온 이유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결정하자,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 등은 철수하지 말고 남아 달라고 구애에 나섰다. 광주시는 노동인권회관 건립, 노정협의회 사무국 설치 등의 설득 카드를 내놓았다고 한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몇 차례 반발을 했다가 다시 협력하는 쪽으로 돌아선 일이 있다. 스스로 후퇴와 양보를 거듭하면서 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저임금 일자리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고약한 구실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에도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기업주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노동자들에게는 희생과 양보를 주문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런 희생 강요에 반대하면서 단단히 저항을 벼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