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들은 시장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설과 배치되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가늠하고 싶다면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의 표정을 보라. 밤길 한복판, 다가오는 전조등 불빛 앞에 얼어붙어 있는 겁에 질리고 만신창이가 된 토끼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진짜 겁에 질린 토끼는 우리였다. 존슨과 그의 수석 보좌관 도미닉 커밍스가 “집단 면역”을 기르겠다며 수많은 사망자를 낳을 대규모 실험을 벌이려 해 평범한 영국인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존슨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을 수정해야 했던 것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국가의 구실에 관한 존슨의 사견이 중요한 변수였다.”

뒤집어 말해, '외출 제한령'을 내리지 않는 기존 결정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예상 사망자 수가 낳을 정치적 후과도 존슨이 대책을 부분적으로 수정해야 했던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퇴 규모도 한 요인이었다.

투자 은행 모건 스탠리는 미국 국민총생산(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측정하는 지표)이 올해 2사분기에 30퍼센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비슷하게 전망한다.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세계경제의 주요 행위자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붕괴를 예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도 판도가 바뀐다!”

이런 수치들은 미국 상황을 예측한 것이지만, 영국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는 1929년 대공황에 맞먹는 경제 공황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가 재빨리 지적했듯이, 경기가 이렇게 심각하게 수축한 것은 세계경제가 이미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경제는 중앙은행이 값싼 신용을 퍼준 덕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기업 부채가 대폭 늘어났다. 이제는 부채 위기 공포가 2007~2008년에 비견할 만한 신용 경색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과 기업들은 서로 자금 거래를 중단하고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2007~2008년 위기 때처럼, 세계 금융 시스템의 연료인 달러의 씨가 말랐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확보하려고 필사적으로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모든 금융자산이 하락세다.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한 금융 패닉의 고전적 양상이다.

경기 수축

팬데믹을 끝내려면 '외출 제한령'을 내려야 하는 현재 상황은 이런 수축을 더 악화시켰다. 이런 조처는 경제를 상당 부분 멈춰 세울 것이다.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 주체들에게 임금·이윤·지대의 형태로 소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재화·서비스의 생산이라는 데에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허겁지겁 추진하는 조처로는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현재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가능한 한 낮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채권·어음 등의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이는 모두 2008~2009년에 취한 조처들의 재탕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가 경제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외출 제한령'을 내리고, 어느 부문을 멈추고 재개하고 재편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국가가 경제를 관리해야 의료 체계로 자원을 이전하고, 일손을 멈춰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도 있다.

영국 재무장관 리시 수낙은 이런 방향으로 점점 압력을 받고 있다. 수낙은 열흘 동안 세 가지 지원책을 발표했다. 첫 번째 지원책은 120억 파운드[약 17조 5000억 원], 두 번째 지원책은 200억 파운드[약 29조 원] 규모다.

3월 20일에 발표한 대책은 “휴직” 노동자 임금의 80퍼센트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개월 동안 100만 명당 35억 파운드[약 5조 원]가 들어갈 것이다.

다른 정부들도 비슷한 조처를 도입하고 있다. 그 비용은 정부 차입을 늘리거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직접적 통화 공급”으로, 즉 직접 돈을 찍어서 충당할 것이다.

물론 이는 신자유주의 정설과 정면 배치된다. 그래서 존슨이 이 방향으로 가기를 주저하고, 유럽연합도 특유의 망설임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로 모순이다. 우파 경제학자 앰브로스 에반스-프리차드는 〈텔레그래프〉 지에서 그 모순을 이렇게 요약한다. “존슨은 자유주의적 자유 시장을 구원하려면 사회주의를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일단 이윤보다 필요를 우선에 두기 시작한다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후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할 까닭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