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후보 등록 마감(신청 기간 3월 26~27일)이 내일로 다가왔지만, 막판까지도 공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어제(3월 24일) 비례 후보 명단과 순위를 확정했다.

선거연합 협약을 맺은 정당 중 민주당과 ‘시민을위하여’를 제외한 4개 소수 정당 중 두 당에게 각 1석씩(5번, 6번)만 배정됐다. 민주당에서 온 비례 후보들은 이전 민주당의 투표를 거쳐 확정된 순서 그대로 11번부터 배치됐다.물론 민주당이 1~10번 후보 선정·배치에 지배적으로 관여했다.

요컨대,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 투표로 뽑은 자당 후보들 앞에 새로운 후보를 추가 배치한 것이다. 기업인들과 개혁 성향의 친민주당 명망가들이 포진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추가 전략 공천을 한 셈이다. 민주당 비례 후보들은 1~10번 명단 발표 전 소수 정당 “듣보잡”이 아니라 자신들이 비례 앞 순번이 돼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게 항의했다.

더불어시민당은 100명이 넘었던 1~10번 공천 신청자들에게 1인당 신청비 1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 당은 민주당에게서 정치자금을 빌려도 되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다. 선관위는 이를 허가했다. 당명과 로고, 공천 명단에 이어 돈 문제까지 민주당에 기생하는 위성정당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권인숙, 용혜인, 윤미향, 양이원영 등을 공천한 것은 민주당 위성정당이 정의당으로 갈 진보 표를 차단하는 데 크게 신경쓰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졸속 공천은 여러 추태를 낳았다. 3번으로 공천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후보로 선정되던 날, 연구원에 사표를 낸 걸로 알려졌다. 이는 선거 출마 공직자의 사퇴 기한을 어긴 것이다.

녹색당이 철수해 비게 된 녹색 몫에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당선권인 9번에 공천됐다. 그는 민주당 위성정당이 아니라 녹색당을 찍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지 이틀 만에 위성정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후보 추천 후 민주당과 녹색당에 감사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편, 또 다른 ‘비례민주당’인 열린민주당도 비례후보 명단과 순위를 발표했다. 열성 친문·친조국 성향의 고위 엘리트 인사들이다. 열성 친문의 기반이 어디인지, 이들이 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기득권 행태를 그토록 뻔뻔하게 변호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 공천의 패자부활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2번을 받은 최강욱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으로 조국 아들의 허위 인턴서를 발급한 혐의로 현재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4번 김의겸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수십억 원의 부동산 투기를 하다가 들통나 사직하고 그 때문에 민주당 총선 공천에서도 탈락했었다. 8번을 받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손봐야 할 고위 검사 명단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판 검찰 블랙리스트를 공개한 셈이다.

위선당당 위성정당 부끄러움을 모르는 주류 양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초유의 위기 앞에서의 무기력을 은폐하려 한다(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3월 25일 회동) ⓒ출처 더불어민주당

집토끼 산토끼 모두 잡으려는 황교안의 분투

미래통합당에서도 영락없이 추태와 갈등이 벌어진다. 당 지도부가 서울 강남을, 부산 북·강서을은 공천을 번복해 황교안 측근 인사들을 공천했다. 이 과정에서 공천이 번복된 후보가 자살을 암시하며 잠적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후보 명단 제출일을 하루 앞둔 오늘(25일) 오전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경북 경주시와 인천 연수을 공천 등을 무효화했다. 그 결과 애초 경선에서 패배했던 인사들에게 기회가 갔다.

인천 연수을에선 친박계이자 숱한 막말 파동으로 비난을 받아 온 지역구 현역 민경욱이 공천에서 배제됐다가(컷오프) 다시 공천됐다가 (저녁에) 또다시 번복됐다.(그는 친황계로도 분류된다.) 이제는 최종 결과가 오리무중이 됐다. 경주에서는 공천이 번복됐다가 애초 컷오프됐던 현역 김석기에게 살아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서울경찰청장 재직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을 진두지휘했던 친박계 인사다. 용산참사 유가족에게는 못할 짓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도 뒤집어졌다. 강성 우파를 전면에 배치한 한선교와 공병호의 반란이 금세 진압됐다. 이 명단은 무효화되고 둘은 사퇴했다. 새로 확정한 명단에는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1번으로 올라섰다(이전 21번). 여권의 “한일전 총선” 프레임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친박 색채를 일부 덜었는데, 중도우파층을 크게 의식한 것이다.

이미 공표한 공천이 뒤집어진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석연도 25일 공천 취소에 반발했다. 결국 공관위는 오전의 민경욱 공천을 번복하고 자기들이 애초 공천했던 유승민계 민현주의 공천 승인을 최고위에 요구했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홍준표와 김태호는 공천 탈락에 반발해 아예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미래통합당은 우파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개혁보수·중도보수’로 보이려고 (이토록 난장판을 벌이며) 치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승리를 위해 일단 우파가 단결하고 보자는 분위기도 강해, 반발은 선거 때까지 무마될 듯하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를 “가소로운 자들”이라 비난하던 한선교는 며칠 뒤 “경솔함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다”며 꼬리를 내렸다. 공천 작업에 관여했던 김용태는 “국민에게 죽을 죄를 졌다”며 바짝 엎드렸다.

미래통합당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지지율이 올랐다. 하지만 반우파 정서의 벽이 여전하고, 중도로의 확장에 대한 집토끼 우파의 반발이 있어서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조원진의 자유공화당, 전광훈의 기독자유통일당도 공천 탈락자들을 일부 흡수하고 아스팔트 우파를 대변하겠다며 표 부스러기를 노리고 있다.


주류 양당은 정의당의 선전이 노동자들을 고무할까 봐 경계한다

주류 양당의 비례 득표용 위성정당 설립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측의 폭력 사태까지 불사하며 통과시킨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비례성을 조금이라도 강화하자고 한 이 개정 선거법은 다양한 진보적 소수 정당들의 의회 진출을 쉽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목적은 통과 때부터 이미 미달이었다. 개정 선거법은 패스트트랙 단계에서 이미 불충분했고, 통과된 법안은 더 부실해졌다. 그럼에도 주류 정치에 대한 대중의 (모순적이지만) 불만을 고려하면, 지역구에선 주류 양당간 진영논리가 강화(양극화)되더라도 정당비례 투표에서는 정의당 등이 약진할 가능성이 컸다.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위선이 공식 정치에 대한 반감과 무당파층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며 경제 위기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주류 양당이 집권당일 때 둘 다 경제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전가한다는 것 말고는 그들에게 마땅한 대안이 없다. 기업들이 세계적 경제 위기 앞에서 겁에 질린 것은 당연하다. 주류 양당도 혼란에 빠져, 겁 먹은 기업주들의 압박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가적 위기 운운하지만 주류 양당은 그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그들에겐 노동계 진보정당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총선에서 노동계 진보 정당이 선전하면 노동자들의 진보 개혁 열망과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서 저항할 자신감을 고무할 것이다. 진보 정당 중 유일하게 적잖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정의당의 선전을 본지가 응원하는 이유다. 이런 방침은 진보 염원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저항 행동을 건설하는 일을 더 용이하게 해 줄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진작부터 위성정당 꼼수를 예고했는데도 그것을 막기 위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이 소수 정당들을 동원해 순식간에 이뤄진 걸 보면,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준비해 온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위성정당 계책에 정의당이 포함되면, 진보 표를 민주당의 표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표 세탁을 거쳐서, 진보 정당을 실제로 민주당의 2중대처럼 다룰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정의당을 보고 투표했는데, 민주당 덕에 당선됐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 덕분에 주류 양당 체제는 강화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좌절된 것은 다행이다.

진보 표를 노린 것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아직은 촛불 염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임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총선에서 여당이 지면 문재인 탄핵이 벌어진다는 협박은 대중을 불신하는 소심한 두려움일 뿐이다. 탄핵을 당해도 쌀 만큼 큰 권력형 부패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라면 모를까.

정의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 합류를 거부하고 노동계급과 서민층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대의를 지킨 것은 잘한 일이다. 덕분에 많은 선진 노동자들에게 투표할 선택지가 보전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빼면 유일하게 지역구 현역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다행히 위성정당 합류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지지율이 낮게 나와 곤혹스러운 듯하다. 주류 양당 간의 진영 논리가 강해지면서 정의당이 다시 압착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진보 염원 대중의 좀 더 경험있는 부분은 미래통합당은 물론 민주당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불만이 있다. 이럴수록 정의당은 정부·여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일에 주춤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라는 전 세계적 위기에 이어 경제 공황이 임박한 듯한 상황 자체가 사회민주주의적 대안을 추구해 온 정의당에게는 큰 어려움일 것이다. 과감하고 급진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의당이 그런 대안을 내놓을 태세는 안 된 듯하다.

그럼에도 촛불의 효과가 남은 상황에서 격렬한 위기감이 대중 사이에서 빠르게 고조되면, 주류 양당에서 벗어난 대안을 추구하려는 정서가 고취돼 정의당(과 민중당)이 정치적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경제 위기 하에서, 노동운동은 노동계급의 긴급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기사 발행 직후인 3월 26일 새벽에 전해진 미래통합당의 공천 상황 변동 일부를 반영했다.(3.26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