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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임박:
문재인 정부가 직접 임금 지급하고 고용 보장하라

3월 17~18일에 열린 한미간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지원금) 7차 협상이 결렬됐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지원금 대폭 인상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그간 트럼프 정부는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쥐고 흔들며 한국 정부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해 왔다.

7차 협상이 결렬되면서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 무급휴직 사태(4월 1일부터)가 코앞에 닥쳤다. 최근 주한미군 사령부는 한국인 직원 9000명 중 절반가량에게 강제 무급휴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이 받은 무급휴직 최종 통보문 ⓒ출처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주한미군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간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노무조항의 적용을 받아 왔다. 그래서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부당해고 등이 있어도 감내해야만 했다. 뻔뻔스럽게도 미국은 방위비 협상 때마다 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해 왔다.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마침내 강제 무급휴직을 통보한 것이다.

이에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은 미국이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방위비 협상을 한다며 미군의 무급휴직 조처에 항의하는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는 전국 주한미군기지 앞 출근 시간 1인 시위를 진행 중이고, 3월 31일 평택 주한미군기지 앞에서 전국 조합원이 모이는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또,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는 3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가 이 사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강제 무급휴직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는 등 즉각적 대책을 내놓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책임져라 3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 기자회견 ⓒ출처 한국노총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문재인 정부는 이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을 즉각 내놔야 한다. 4월 1일 무급휴직이 단행되면 정부가 이 노동자들에 직접 임금을 지급하고 그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을 책임지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이 노동자들이 주한미군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노동운동이 이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를 지지하기를 주저할 이유는 없다. 어떤 목적으로 일을 하느냐 이전에 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노동계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인데도, 이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24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보수를 한국 측에서 직접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하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과 별개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무급휴직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정작 이 노동자들을 책임질 의사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무급휴직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미국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에 앞으로 고용 불안이 반복되지 않게끔 대책을 내놓으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직접고용하는 방안이 이들의 고용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일 것이다.

최근 국방장관 정경두는 〈디펜스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및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토지·건물 무상공여, 카투사 병력 지원, 연합연습·훈련, 방산협력 등 매년 약 70억 불[약 8조 6000억 원]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하고 말했다.

이런 막대한 돈이 주한미군 지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조건 향상과 고용 안정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