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동계의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는 양대노총에 비상경제회의 참가를 제안했고 “중층적, 다층적인 대화 형식”도 열어 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화 제안은 노동계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난 극복’을 위해 노동자들의 희생과 양보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는 100조 원대의 돈을 풀면서도 민주노총이 대중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제안한 요구에는 진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해고 금지는 요구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가구당 수십만 원 수준이고 그나마도 총선 후 2차 추경예산 국회 통과 관문을 거쳐 5월 중순 이후에나 지급한다는 계획이라 시간이 꽤 걸릴 예정이다.

3월 31일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관련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 ⓒ조승진

〈한겨레〉는 최근 사설에서 고용 안정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기업은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고, 노동계는 임금을 양보하는 합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고 요건 완화 등 40개 개악 리스트를 쏟아 낸 경총의 태도를 보면, 기업주들이 해고 금지 합의에 응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이 본보기로 든 독일에서도 위기 때 노동자들이 임금 양보를 했으나 결국 득을 본 것은 기업주들이었다. 오늘날 독일은 유럽에서 저임금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들고, 일자리 네 개 중 한 개는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이다.

노동운동 안에서도 사회적 합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협의’”를 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대통령이 해고 금지와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사회적 협약을 추진해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물론 이 제안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과 취약 계층의 삶을 보호하려는 선의에서 비롯한 것이다. 3월 31일에는 민주노총과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특별재난지원금 지원, 사회안전망 재정비, 총고용 유지, 공공보건의료 대폭 강화 등 7대 요구를 발표했다. 여기에 참가한 일부 단체들도 요구 실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사회 단체들의 요구들을 성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미 문재인 정부는 경제침체 장기화로 줄어든 기업주들의 이윤을 지켜 주려고 규제 완화, 임금 억제와 노동개악을 적극 추진했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일정 성과를 낸 덕분에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니 정부를 압박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사회적 합의도 추진해 볼 만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하지 못한다 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가 한층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자신이 노동자 공격을 가속화할 공산이 매우 크다.

따라서 양보를 강요받기 십상인 사회적 합의에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정부·여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대중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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