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기 전에 굶어서 죽겠다!”

생계 위협에 처한 노동자들의 고통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코로나19 피해 사례 302건을 접수했다. 그 결과, 2월에는 무급휴직(28.2퍼센트)이 제일 많았고 연차 강요(15.4퍼센트)가 그 뒤를 따랐다. 

3월 들어 피해는 더 심해졌다. 전체 신고 건수가 7배 늘었고, 무급휴직 피해 건수도 4배 이상 증가했다. 해고와 ‘권고’ 사직은 더 많이 늘어서 3월 하반기에는 가장 높은 비중(20.4퍼센트)을 차지했다.

고통 전가 중단하라! 택배, 배송, 방과후 강사, 대리운전 등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 기본권과 코로나19 지원 대책에서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3월 31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출처 서비스연맹

‘직장갑질119’도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3월 15일∼21일 사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무급 휴가와 연차 강요가 여전히 증가 추세인 동시에 해고·권고 사직 비율은 3월 첫째 주에 견줘 3배로 증가했다.

정부가 기업주를 위한 ‘통 큰’ 100조 원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주들은 지원은 지원대로 받으면서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매출 타격이 심한 항공업에서는 일찍부터 무급휴직, 임금 반납 등 노동자 희생 강요와 하청업체의 해고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4월 1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코로나19 노동자 피해 상담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아시아나KO는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다.)

“사측은 유급휴업 공지 4일 만에 희망퇴직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의서를 쓰라고 강요했고, 그 강요에 따르지 않은 사람 중에서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항공사를 포함한 관광운송업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했다. 휴업 수당의 90퍼센트까지 지원(고용 유지 지원금)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고용 유지 지원금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업주들에게 지원하는 돈이다. 이 돈이 제때 모두 지급될지는 기업주들 손에 달려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노동자의 수는 17만 명밖에 안 된다. 비정규직·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타 업종’으로 분류돼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게다가 기업주들은 정부 지원금을 뺀 나머지 휴업 수당 지출마저 꺼리면서, 정부 지원을 신청하기보다는 무급휴직이나 해고를 더 ‘남는 장사’로 여기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거점 병원으로 지정한 대구동산병원에서도 ‘병원 사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식당 노동자 등 계약직 50여 명이 무더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식당 노동자인 공공운수노조 동산의료원분회 조합원인 이화자 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시가 우리 병원을 거점 병원으로 지정하고 나서, 병원 측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해 준다며 집으로 피신을 시켰습니다. 얼떨결에 집에 가서 기다렸는데, 보름 만에 문자로 해고장이 날라 왔어요. 병원은 대구시에 책임을 떠넘기고 대구시도 나 몰라라 합니다.”

해고 통지 받은 동산병원 계약직 노동자 ⓒ김승주

이런 사례들은 전체 피해 사례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총은 ‘쉬운 해고’와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기업주 지원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 당장 밥벌이가 중단돼 생계 유지가 걱정인 사람들을 위해서는 최대한 늦고 적게 지원하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 모두 기존 사회를 이윤 우선주의에 따라 운영해 온 지배자들의 책임인데 왜 피해와 희생은 노동자부터, 구제와 지원은 기업주부터란 말인가?

이런 기업주들과 문재인 정부는 ‘연대와 협력’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노동자들은 감염병과 해고의 위협 모두로부터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