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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화물연대 컨테이너 운송 노동자 파업:
단호한 항만 봉쇄 투쟁이 성과를 내고 있다

전라남도 광양항에서 물류창고로 수출입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화물 노동자들(화물연대 전남지부 컨테이너지회)이 임금(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3월 25일 파업에 돌입한 화물 노동자들은 광양항에서 컨테이너 물류창고로 가는 출구들을 봉쇄해 화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봉쇄 투쟁이 지속되자 경찰이 투입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기세가 높아 봉쇄 투쟁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화물연대 전남지부 광양항 파업 집회 ⓒ출처 화물연대본부

4월 1일에는 화물연대 전남지부가 연대 파업을 해 600여 명이 항만 봉쇄 투쟁에 동참했다. 화물연대 본부와 지부 16곳도 이 파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운송사들과 주류 언론들은 화물 노동자들이 과도한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불법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3월 31일 운송사들은 경찰력을 투입해 파업을 진압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운임 50퍼센트 인상은 결코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에 고시된 운임을 적용하면 이 노동자들의 운임은 68~110퍼센트까지 오르게 돼 있다. 노조는 이보다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일부 운송사들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운임료 인상폭이 큰 것은 그간 컨테이너 셔틀 운임이 말도 안 되게 낮게 책정돼 온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기름값이 내려갔다지만 세금은 여전히 비쌉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출입이 줄어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운임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생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화물연대 오윤석 수석부본부장)

단호함, 연대 ― 갈 길을 보여 주다

안전운임제는 운임(임금)의 하한선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제도이다. 이는 화물 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해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일 뿐 아니라 도로 안전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턱없이 낮은 운임은 화물 노동자들을 과로·과속·과적 운행으로 내몰고, 이는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평균 14시간을 일하고 1달에 1만 킬로미터를 운행합니다. 특수고용직이어서 노동기본권도 보장되지 않고, 교통사고 사망자 중 화물차 운전자가 절반을 넘는데도 산재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부터 산재가 제한적이나마 적용되는 상황이죠. 수천만 원을 들여 화물차를 사지만 운송사에게 귀속되어 재산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부르는 대로 번호판 값도 줘야 운행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을 떼이는 일도 벌어집니다. [임금인] 운임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인 것입니다.”(화물연대 김재광 교육선전국장)

이처럼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숙원이었다. 현재 시행되는 안전운임제는 3년간 일부 차종에만 적용되는 상황인데도 사용자들은 안전운임제 시행을 막으려 한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인천항과 부산항의 운송사들도 운임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심화로 화물 수송이 줄어 사용자들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올해 안전운임제 시행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질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광양항 화물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항만 화물 차량 봉쇄 투쟁을 벌인 덕분에 적잖은 운송사들이 양보를 하고 있다. 파업 기간 동안 업체 20곳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광양항의 운송업체 35곳과 운임 협상이 타결된 상태다. 그러나 4월 2일 현재 업체 4곳이 아직 버티고 있어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현재 교섭이 진행 중이다.)

이번 투쟁이 성과를 내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사기가 좋고, 조합원도 늘고 있다. 운임 인상은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비조합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은 화물 차량 출입을 막는 노동자들과 비조합원들이 충돌하는 사건을 부각해 보도하지만, 다수는 화물연대의 차량 출입 저지에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화물연대 노동자 투쟁은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로 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조건 개선을 위해 싸울 수 있고 성과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이 기세를 이어가 완전히 승리하길 바란다. 이 투쟁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확대되면 노동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