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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배제 재난지원금 정책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마치 우리만 다른 세계에 남겨진 것 같다”

4월 2일 이주 인권 단체들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대상으로 이주민 차별 없이 재난 대책을 수립하라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접수했다 ⓒ출처 이주공동행동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차별없이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이주·난민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4월 2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렸다. 두레방, 단속추방반대! 노동비자 쟁취!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재난피해, 이주민을 빗겨가지 않는다! 이주민 차별·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 국가인권위 진정 공동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지원금 정책을 내놓고 있다. 노동자·서민들의 고통에 비춰 봤을 때 당연한 조처다.

그런데 지원 대상에서 이주민이 배제되고 있다. 경기도는 모든 이주민을 배제했다. 서울시도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는 지원하지 않는다(난민인정자만 예외적으로 지원한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인도적체류 지위의 난민 재클린 씨는 재난 지원 대책에서 배제돼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저는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입니다. 11살인 딸과 7살인 아들은 모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애초에 인도적체류자인 우리는 근근이 살아가고 있고 비자가 노동을 제한하기 때문에 항상 사는 게 어렵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그래서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학교 휴업 때문에 아이들이 24시간 집에서 지냅니다. 사업들의 휴업과 폐쇄는 실직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서울시 정부 모두 우리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만 다른 세계에 남겨진 것 같아요!”

이런 차별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어렵게 해서 방역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오늘 내 자식들이 굶고 있다면, 제가 일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공원이나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거고, 아마 마스크 없이 그럴 겁니다. 쌀도 없는 판국에 어떻게 마스크를 사겠습니까?”

재난 지원에서 이주민 차별 말라

경기도에 7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중국동포 박연희 씨는 재난 지원 대책에서 배제돼 큰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저도 경기도에 오래 거주하여 도민이라 생각하고 살았기에 [지원 대상에] 당연히 해당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주민은 도민도 아니고 한국사회 구성원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여러 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돼 왔다. 결혼이주여성인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주민이라서 복지에서 제외되는 일을 피하려고 귀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한국에 정착한 이주민일지라도 본국 가족과의 왕래나 정체성 문제 등으로 모두 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에서 계속 살 건데,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연금 못 받으면 어떻게 살까 많은 고민 끝에 한국 국적으로 바꿨습니다. 귀화한 다음에야 연금보험은 물론 사회보장도 받게 됐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까지 큰 복지 혜택을 받은 것이 없지만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경제와 재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지원 대책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국세청이 2019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55만 8000명은 2017년 근로소득세 7707억 원을 냈습니다. 종합소득세는 3645억 원을 냈습니다. 합쳐서 1조 원이 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이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이고 주민이라는 사실을 모른 척 하고 있습니다.”

정의당 이자스민 이주민인권특위 위원장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이 위원장은 이주민도 엄연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이 10퍼센트가 넘는 시·군·구는 10곳이 넘습니다. 제조업체, 농촌 등지에서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는 3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난 지원에서 이주민 배제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안산시, 외국인에게도 코로나19 생활 안정자금 지급 결정

모든 이주민에게 차등 없이 지급돼야 한다

4월 2일 안산시가 1인당 10만 원씩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겠다면서 외국인에게도 7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첫 사례다.

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산시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14퍼센트에 이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주민 당사자들과 이주운동단체들이 다른 지자체들의 재난생계비 정책에서 이주민이 배제됐다고 비판해 온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급 액수가 내국인보다 적고, “등록 외국인·외국국적동포”로 지원 대상을 한정해 미등록 이주민을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점에서 미흡함은 남는다. 안산시의 이주민 인구 규모에 비춰보면 지원에 드는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동기가 작용한 듯하다.

안산시는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들에 지급하는 보통교부세를 산정할 때 외국인 주민 수는 내국인의 70퍼센트로 계산하기 때문에 차등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생활안정지원금 재원이 전적으로 보통교부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주민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이주민들의 노동과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처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등 없이 전폭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미등록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에게 예외와 차등 없이 지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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