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은 코로나19의 슈퍼 전파자가 되지 않으려고, 사비로 각종 방역 물품을 구입해 착용하고 배달해 왔다. 심지어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는 노동자들이 요구했음에도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 대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이처럼 노동자들에 대한 방역 대책이 소홀함에도 노동자들은 묵묵히 일해 왔는데, 우정본부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수수료)마저 대폭 삭감하는 조처를 내놨다.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는 4월 2일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삭감 시도 철회를 요구하며 5월 중순 대규모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4월 2일 광화문우체국 앞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기자회견 ⓒ출처 서비스연맹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택배 건수만큼 수수료를 임금으로 받는데, 택배 1개를 배달하면 1166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우정본부는 배달 지역(거리와 인구 밀집도)과 중량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도시 지역의 경우 노동자들이 받는 건당 수수료가 300원 이상 내려간다. 대다수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이 도시 지역에서 일하고 있어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것이다. 월 60만~80만 원이나 줄어든다고 한다.

우정본부는 택배 물량을 더 늘려 줄어든 수입을 벌충하라고 한다. 현재의 임금 수준이라도 유지하려면 더 오래 일하고 노동강도도 크게 높여야 될 판이다. 노동자들은 우정본부가 장시간·중노동으로 내몬다며 분개한다.

윤중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은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된 우정본부를 비판했다.

“우정본부가 의뢰한 수수료 체계 개편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위탁택배 노동자들이 한 달에] 4300개[하루 200개] 이상 배달하게 되면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리게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정본부는 수수료만 낮추면 물건을 얼마든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탁택배원들이 과로를 하건 말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저희는 하루 아침에 수수료가 떨어지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일을 해야 합니다. [그간] 민간택배회사들이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해 왔습니다.”

비열하게도 우정본부는 6월 말 재계약을 무기로 수수료 삭감을 강행하려 한다. 우체국 위탁택배원들은 우정본부 산하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일자리를 지키려면 수수료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동안도 우정본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위탁택배원 제도를 도입해 건당 수수료로 먹고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부려온 탓에 위탁택배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저희는 차량[임대]비, 기름값, 보험료, 부가세 등을 빼고 나면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실질임금이 300만 원에도 못 미칩니다.”(윤중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

정부기관인 우정본부가 고용이 불안정한 처지를 악용해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돈벌이에 혈안인 우정본부

우정본부는 택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규직 집배원은 늘리지 않고 비정규직인 위탁택배원을 늘려 왔다. 우편물 배달이 줄었다고 해도 늘어나는 택배 수량을 소화하기에 기존 집배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집배원들이 장시간 중노동으로 해마다 십수 명씩이 죽어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르자 사측은 위탁택배원을 늘려 집배원들의 업무 부담을 조금씩 줄여 온 것이다. 우정본부는 지난해에도 집배원 과로사 대책으로 약속한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을 파기하고 위탁택배원을 늘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위탁택배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민간택배회사 수준으로 낮춰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이처럼 우정본부는 수익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열악한 임금과 조건으로 고통받고, 정규직 집배원들도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정본부는 ‘돈이 안 된다’며 올해부터 소형 우체국 677곳의 폐국을 추진해 공공서비스 제공을 크게 약화시키려 한다.

이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우정본부에 맞서 위탁택배 노동자들이 조건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는 우정본부가 수수료 삭감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5월 18일에 대규모 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노조는 일단 임금 삭감 계획을 철회하고 재계약 기간을 3개월 늦춰 교섭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위탁택배원 2300여 명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두 노조를 통합했고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을 택했다. 이런 조건은 사측에 맞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정본부는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 수수료 삭감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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